민트 초코 딸기 사계절 그림책
사이다 지음 / 사계절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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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초코딸기> 사이다 그림책. 사계절 출판사

 

<고구마구마> 사이다 작가님의 신작 민트초코딸기입니다.

사진으로 표지를 봤을때는 책을 받으면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질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책을 받고 표지를 보니 물감놀이를 하고 싶어졌어요.

물감을 잔뜩 부어놓고 막 섞어 보고 싶어져서 장바구니에 대형물감을 담았습니다.

 

작년에 서리풀페스티벌에서 도로에서 물감 놀이를 할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때 막 섞어보고 싶었는데... 제가 흰색 물감을 가져오기도 전에 연두색 물감을 마구 비벼대던 예지가 아파..돌이 있어.” 하면서 급 놀이를 종료했던 적이 있거든요. 저도 같이 하고 싶었는데 그럴 시간도 안 주고 말이죠. 그 후로 잊고 있다가 <민트초코딸기>표지를 보니 그때 못한 물감 놀이 생각이 나네요. 흰색 빨간색 물감 듬뿍 쏟아서 섞으면서 놀아보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예지에게 책을 다 보고 나서 물어보니 예지는 클레이놀이가 하고 싶어졌대요. 표지가 아닌 책 내용 동물들을 만들어 보고싶다고 하더라고요.

 

바이트씨가 아이스크림을 만드는데요

새콤달콤딸기꼬리 토끼, 아몬드볼빵빵 다람쥐, 동글동글구슬 돼지, 초코이빨민트민트 악어, 초코초코칩칩 개미들, 초코에풍덩마시멜로 반달곰, 하양하양소프트 양떼, 레드망고셔벗 사자가 나타나 한 입만 달라고 해요.

이름에서 뭔가 느껴지시나요? <고구마구마>에서 느꼈던 사이다작가님의 작명 실력처럼 다시 한 번 감탄하게 하는 동물 이름들이었는데, 재미있는 말장난 같으면서도, 동물들의 특징을 잘 표현하면서도,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이름이 떠오르는 동물의 이름들을 보니 동물 이름 다시 짓기만 해도 창의력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섯 살 예지는 딸기꼬리초콜릿똥 토끼, 오도독네모똥 다람쥐, 이슬비돼지코 돼지, 웅치기덩치기 악어라고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었어요. 좀 더 자라면 좀 더 특이한 이름을 지어 줄 수 있겠죠?

 

처음엔 바이트씨가 동물에게 하는 말들이 그냥 안 된다고 하는 말처럼 들렸는데 계속 읽다보니 바이트씨의 말들이 꼭 제가 하는 잔소리 같더라고요.

안돼! 너는 깡충깡충 뛰면서 먹을 거 잖아.

안돼! 너는 입에 있는 것을 다 먹고 와야 줄거야.

안돼! 너는 이미 많이 먹었잖아.

 

처음엔 이게 뭐지 싶었던 초코낙서같은게 있거든요. 그런데 초코에풍덩마시멜로 반달곰이 나타나면서 미스테리가 풀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한 장 한장 숨은그림 찾기 하듯이 초코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한 입만 달라던 동물들에게 안된다고 야박하게 굴던 바이트씨는 대체 왜 그랬던 걸까요?

이 부분은 직접 확인하시길.

 

책을 딱 덮자마자 예지의 한마디 엄마, 구슬 아이스크림 사줘.”.


다음날은 구슬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고요, 그 다음날은 베스킨라빈스에 갔습니다.

네 이 책을 읽고 나면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할테니 자기 전에 읽지 마시고 꼭 낮에 읽으시길.

 

장면 장면보면서 이 장면가지고 소프트 아이스크림 꾸미기 수업을 하면 되겠구나, 이 장면으로는 클레이로 동물만들기 해보면 되겠구나, 이 장면으로는 나만의 아이스크림 만들기 하고 아이스크림 가게 놀이하면 되겠구나, 이름짓기로 언어활동도 되겠구나, 나중에 현장에 나가면 여러 날 놀 수 있을 그림책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림책활동가나 유아교사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입니다.

 

사실 책을 받자마자 이건 여름 그림책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던게 사실이예요. 그런데 전에 학교에서 과제할 때 제가 아이스크림 가게 놀이를 여름으로 설정을 했더니 다른 학우분이 그러더라구요. 아이스크림 역할놀이는 아이들이 1년내내 해도 좋아하는 놀이니까 굳이 여름으로 한정할 필요 없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어요. 그렇죠. 날이 좀 추워져도 베스킨라빈스 가서 아이스크림 먹는데 전혀 지장없더라구요. 거의 매일 무인 아이스크림매장을 들리고 있는 걸 생각해봐도 그렇고요. 그림책<민트초코딸기>보시고 아이스크림도 드시고 다양한 미술놀이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이 아주 유명해져서 베스킨라빈스랑 콜라보해서 이 동물 이름을 딴 아이스크림을 직접 맛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이버카페 제이포럼에서 서평단으로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그림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민트초코딸기 #사계절출판사 #사이다그림책 #그림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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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섬에 가 보자!
김민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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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섬에 가 보자!> 김민우 그림책. 문학동네.

 

늙은 개 귤, 어린 고양이 가지는 아침이면 나란히 앉아

창밖을 내다 보며 이야기를 나누어요.

가지는 아직 어려서 모르는게 많은데 귤은 친절하게 설명해주지요.

그러던 어느날 가지는 가족들과 귤이 놀러 갔던 사진을 보고 사진 속 섬에 반해버려요.

가지는 섬 생각에 아플만큼 힘이 들고,

귤은 그런 가지를 데리고 섬으로 향합니다.

사실 재미있게 읽었는데 서평을 어떻게 써야할지 감이 안 잡히더라구요.

작가의 말에 적힌 어른이 없는 여행을 상상하게 되는 순간부터

아이는 성장을 시작하는 게 아닐까요? 라는 문장 때문에

가지와 귤을 아이로 봐야 하나 싶어서 좀 더 복잡해졌는데

저는 읽으면서 가지랑 귤의 관계가 엄마랑 아이 같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거든요.

-계단 조심해.

-발바닥 안 아파?

-너무 두리번거리면 안 돼.

꼭 제가 예지한테 하는 말 같고..

특히

-졸리면 자. 한참 갈 거야.

-안 졸려.

이건 정말 예지랑 제가 자주 나누는 대화예요.

안 졸립다고 전철에서 내내 놀고 내리기 두 정거장 전에 잠들기.

차 안에서 계속 놀아달라고 징징대다가 주차장 입구에서 잠들기로

엄마를 힘들게 하는 우리 예지가 떠오르더라구요.

처음으로 예지랑 둘이 기차타고 춘천으로 여행을 떠났던 날도 떠올랐고요.

늙은 개답게 수시로 자는 귤과는 대조적으로 계속 말똥말똥한 눈으로

신기한게 많은 가지의 모습에서 저랑 예지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특히 마지막에 집으로 돌아올 때 졸려서 거의 감긴 귤의 눈과

여전히 똘망똘망한 가지의 눈은 참으로 대조적이죠.

한참 놀고 집에 오면 피곤해서 드러 눕는 저와

여전히 에너지가 남아돌아 뛰고 또 놀자고 하는 예지의 모습이 떠오르는 장면이었어요.

그래서 귤은 저같고... 가지는 예지같이 느껴졌어요. 뭐 그랬습니다.

 

그래서 작가가 의도가 뭐였든 저는 그냥 제 마음대로 써보렵니다.

언제는 안 그랬나 싶지만...ㅎㅎㅎ

 

이 그림책을 읽고 첫 느낌은.. “만화 같다.”였어요. 그림체 때문인지,

화면 분할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읽으면서 계속 만화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그림이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특히 표정이요.

섬을 보고 반해버린 가지의 표정, 함께 섬에서 놀 때 표정,

표지 그림은 책 속엔 없긴 한데

내용엔 없어도 표지 속 표정으로 섬을 뛰어다닐 가지와 귤의 모습이 상상이 되기도 해요.

표지의 가지와 귤의 표정을 보면 얼마나 신났는지 알 수 있어요.

그토록 가고 싶었던 섬으로 떠났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겠어요.

똥그래진 두 눈과 한껏 벌어진 입으로, 날아갈 듯 달리는 모습으로

그 신남이 그대로 전해져요.

 

그런데 섬? 왜 섬일까? 왜 섬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귤이랑 가지도 지하철을 한참 타고 가서 또 배를 타고 섬에 도착하잖아요.

그것처럼 섬은 뭔가 먼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배를 타고 가야할 것 같고, 비행기를 타고 가야할 것 같고.

그래서 쉽게 갈 수가 없잖아요.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다 보니 아플 만큼이나 힘이 듭니다.

간절히 가고 싶었던 곳. 내게는 그런 곳이 어디었던가 생각해 보았어요.

생각해보니.. 2008년에 서태지가 모아이 뮤직비디오를 이스터섬에서 찍은 걸 알게 되고

정말 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2011년 남미 여행 중에 2주를 이스터섬에서 보냅니다.

서태지팬들 중에 이스터섬을 간 사람도 얼마 안되지만...

저는 그 중에서도 이스터섬에 제일 오래 머문 사람이 되고 싶어서 2주나 머물렀어요.

2주 동안 내가 이스터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게 머물렀고

그때 숙소에서 2주 중 23일을 함께 보낸 저 포함 한국인 9명은 지금까지 13년째

계속 연락을 이어오고 있어요. 지금은 더 이상 서태지를 좋아하진 않지만

이스터섬은 참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언젠가 다시 한번 꼭 가고 싶어요.

 

그리고...지금은 새롭게 오로라를 보러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있어요.

저는 뭐....하려고하면 하는 사람인지라... 오로라 보러도 언젠간 가지 않을까 싶어요.

그게 언제냐의 문제지.

 

 

그리고 이건 제가 제일 좋았던 장면...

노을 지는 바다 풍경을 바라보는 이 장면이 제일 좋았습니다. 예뻐서.

 

아 읽으면서 약간 아쉬웠던 건...

-귤은 귤색이라 이름이 귤인 늙은 개고요.

-가지는 진한 가지색이라 이름이 가지인 어린 고양이입니다.

라고 설명이 되어있는데 그림에서는 귤색 같지도 진한 가지색 같지도 않아서

조금 이상했어요.

예지도 이게 무슨 귤색이야?”하더라구요.

설명이 없었다면 모를까 저렇게 색깔을 정해주었다면 그림에서도 색깔이 느껴지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이게 아무리봐도 가지색으로는 안 보이거든요. 그냥 회색?

 

그리고 그림책에서 보기 힘든 오타를 발견했어요.

책 나온 거 보고 출판사분들이 얼마나 놀라셨을까 생각이 들면서도 저는 레어템 가진 것 같고 좋습니다. ㅎㅎ

 

아무튼 이제 마무리!

그림책 <우리, 섬에 가보자>를 읽고 나면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질 거예요.

떠나세요! 너무 오래 생각하지 마시구요.

 

 

네이버카페 제이포럼에서 서평단으로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그림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그림책우리섬에가보자 #김민우그림책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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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야 하는 비밀 - 성폭력 예방 그림책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25
카롤리네 링크 지음, 자비네 뷔히너 그림, 고영아 옮김 / 한솔수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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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야 하는 비밀> 카롤리네링크 글 자비네 뷔히너 그림 고영아 옮김 한솔수북

 

저는 예지랑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저는 정말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설명해 주는 편이고 예지도 있었던 일이나 자신의 감정을 자세하게 잘 설명하는 편이죠.

올해 들어 예지가 자주 하는 말 중에 비밀이야!”가 있어요. 가정 보육 중이긴 하지만 제가 24시간 옆에만 있는 건 아니고 설거지를 하거나 집안일을 하는 동안 잠시 혼자 있는 시간에 일어난 일에 대해 설명해 주거나 TV에서 본 거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그건 비밀이야!”라고 하거든요. 저는 항상 말하죠. 비밀은 있어도 되지만 엄마한테는 그 비밀까지도 다 말해야 한다고. 그래서 이 그림책 제목을 보자마자 꼭 읽어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그동안 엄마한테는 비밀까지도 다 말해야 한다는 게 이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함이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제목을 정말 잘 지은 것 같아요.

예지에게 책 제목이 <말해야 하는 비밀>이라고 했더니 비밀은 숨기는 건데?”라는 반응을 보이더라구요.

 

꼬마 여우 피니는 숲속유치원에 다니고 있어요. 친구들과 부엉이 선생님을 좋아하죠. 그런데 엄마 아빠와 친한 친구 볼프강 삼촌이 집 근처로 이사를 와요. 피니도 볼프강 삼촌을 좋아해서 함께 나무 위 집도 짓고 엄마 아빠는 볼프강 삼촌에게 피니를 맡기고 시내에 볼일을 보러 가기도 하죠. 그런데 어느날 볼프강 삼촌이 피니의 몸을 만졌어요. 피니가 싫다고 큰소리로 말했는 데도 뽀뽀까지 했어요. 그리고 볼프강 삼촌은 지금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라고 하죠.




피니는 정말 귀여운 미소를 가진 아이였어요. 그런데 그 일이 있고 난 뒤 부터 피니는 불안한 표정, 생기없는 표정으로 변해버려요.

피니네집은 아이가 있는 집 답게 언제나 어질러져 있어요. 그런데 이 일을 당하기 전과 당한 후 어질러져 있는 양상은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차이를 찾아볼 수 있어요. 늑대 인형을 통해 드러난 피니의 심정이죠. 처음엔 쇼파 위 하트 쿠션 위에 올려 놓았던 늑대 인형이 나중에 보면 쇼파 밑에 그냥 막 놓여있고 나중엔 침대 다리에 꽁꽁 묶어놓은 모습도 확인할 수 있어요. 커다란 늑대 손만 그려 놓기도 하죠. 단순히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는 것 말고도 피니의 행동에 변화가 생겼던 거죠. 그래서 어쩌면 엄마아빠는 피니의 행동 변화를 알아차렸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아마도 선생님이 피니와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부모님과 선생님은 이미 피니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피니가 솔직히 이야기했을 때 어른들의 반응은

비밀을 털어놓다니 정말 용감하구나. 말해 줘서 고마워.”

아주 끔찍한 비밀이었네. 이제라도 얘기해 주어서 정말 다행이야.”

이렇게 용감하다니, 아빠는 네가 참 자랑스럽구나.”

삼촌이 한 행동은 정말 나쁜 짓이란다. 다시는 우리집에 못 오게 하마.” 였어요.

 

문득 나는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가 믿었던 친구가 내 새끼를.. 얼마나 화가 날까? 얼마나 속상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저렇게 말해줘야하는 부모의 역할은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예지에게 책 제목이 <말해야 하는 비밀>이라고 했더니 비밀은 숨기는 건데?”라는 반응을 보였어요. 그래서 어떤 비밀이길래 말해야 하는지 알아보자고 하고 책을 읽었죠.

저랑 예지는 처음 읽는 책은 듣기만 한다는 규칙이 있어요. 그래서 처음 책을 들을 때는 질문 없이 집중해서 그림 보면서 듣기만 하거든요. 그런데 중간 중간 저를 쳐다보더라구요. 듣다가 이상하다고 느껴서였던 것 같아요. 싫다고 하는데 뽀뽀하는 아저씨 장면과 아저씨가 자는 척하는 피니의 몸을 만지는 장면에서 아이가 설명을 필요로 하는 듯이 계속 저를 쳐다 보았지만 우선은 넘어갔어요. 그랬더니 책이 끝나자마자 질문이 쏟아지더라고요.

두 번째 책을 읽으면서는 이야기하면서 읽느라고 책을 덮기까지 30분 이상 걸렸던 것 같아요.

예지는 하지마세요. 싫어요 라고 말해야 하는 것도 알고 있고.

자신의 몸은 다른 사람이 허락없이 만지면 안된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야기하다 보니 엄마가 슬퍼할까 봐 이야기 안 할 것 같다 그런 이야길 하더라구요.

엄마가 슬퍼할 수도 있지만 우선은 그래도 이야기해 보라고 했어요.

혹시라도 피니처럼 하지마세요 싫어요 이야기를 못하더라도 괜찮다고 그건 네가 잘못한게 아니라고 이야기 해 주었어요. 엄마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너무 깜짝 놀라서 아무 말도 안 나오더라 라고...

 

20년 전에 밤늦은 시간에 삼각지역 버스 정류장에 서있는데 술취한 아저씨가 뒤에서 엉덩이를 만졌어요. 인적이 드문 곳이라 그 사람과 나 둘만 있었고 경찰을 불러도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위험하다는 생각에 버스 오는 거 아무거나 우선 자리를 피했어요. 타고 사람 많은 곳까지 가서 다시 버스를 갈아탔어요. 그런데 그 게슴츠레한 눈과 그 표정, 그리고 그날 이후 거의 일주일이 넘도록 엉덩이에 지렁이가 기어다니는 듯한 느낌에 소름이 끼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집에 오는 길에 버스에서 당시 남친에게 말했더니 제가 그 늦은 시간에 거기 있었던 게 잘못이라고 하더라고요. 더 기분이 나빴던 기억이 나네요.

호주 퍼스에서 공항버스 기사가 짐을 내려주면서 제 백팩을 메는 걸 도와 주는 척하며 허리를 잡았어요. 목표는 가슴이었던 것 같은데 정말 엉뚱한 손길에 ?”하며 몸을 확 피했고 그순간 그 운전기사는 자기는 아무것도 안 했다는 듯한 액션을 취하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한두번 해 본 게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우리를 마지막에 내려준 것 역시 계획된 행동이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핸드폰이 없어 경찰을 부를 수도 없었고 숙소가 노출되었고 나는 여기 며칠 머물러야 하고 동생이랑 여행 중이고.. 그나마 동생이 아니라 내가 당해서 다행이다 생각하며 같이 여행하는 동생 기분 망칠까봐 정말 아무한테도 말 못하고 일기장에만 쓰고 참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간 고민했어요. 내가 신고를 안 하고 그냥 넘어가면 분명히 다른 여행객에게 또 시도를 할텐데... 그러나 신고를 하기엔 기사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었고 여행 중인데 지장이 될 것 같아 그냥 넘어갔죠.

아놔... 쓰다보니 몇 가지 더 생각나는데 저만 이런가요. 뭔 경험이 이렇게 많이 떠오르지..?

20년이 더 지난 일들인데... 지금도 기분이 나빠요. 그리고 성인이 겪은 일인데 그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던 그 기억이 너무 생생하고요.

 

이금이 작가의 <유진과 유진>을 읽었을 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런 일은 안 일어나면 좋겠지만 이미 일어나 버렸다면 뒷일은 나한테 달려있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가 큰유진처럼 자랄지 작은 유진처럼 자랄지는 달라질 테니까요.

너무 이야기가 길었는데 아무튼 다시 서평으로 돌아와보면..

아이들에게 성범죄 예방교육을 하기에 너무나 좋은 그림책이에요.

안돼요! 싫어요! 하지마세요!” 라고 배운대로 용감하게 말해도 당할 수 있음을 가슴은 아프지만 냉정하게 보여주고..

나쁜 사람이랑 가진 비밀은 나를 아프게 한다는 거..

그런 비밀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거..

선생님과 부모님은 믿고 이야기하면 편안해 진다는 거..

아이랑 이야기 나누기에 정말 좋은 책이었어요.

 

그러나...

저의 진심은 아이들이 이런 그림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네이버 카페 제이포럼에서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그림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말해야하는비밀 #성폭력예방그림책 #성폭력예방교육 #성교육 #그림책 #한솔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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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의 딸의 딸의 딸 누누
효진 지음 / 노란돼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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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히어로즈>라는 미국드라마가 있었어요. 초능력자들이 능력을 숨기고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는 이야기였어요. 그걸 보고 나서 어쩌면 지금 우리 주변에도 초능력자들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죠.
그림책 <인어공주의 딸의 딸의 딸 누누> 도서에 대한 설명을 보고 어쩌면 인어공주도 정체를 숨기고 어딘가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그림책을 읽었어요.

표지를 보면 인간의 다리를 가진 누누와 인어 꼬리를 가진 누누가 서로 마주보고 있어요. 그런데 둘 다 표정이 어두워요.
제목처럼 누누는 인어공주의 딸의 딸의 딸입니다. 누누도 인어, 엄마도 인어, 할머니도 인어였죠. 누누의 가족사가 면지에 누누의 일기로 실려있어요.
누누는 자신이 물고기인지 사람인지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어요. 수족관에서 들리는 물고기들의 말을 못 들은 척 한다거나, 생선가게를 지나며 고등어 옆에 누워있는 자신을 상상하는 모습으로 알 수 있죠. 이런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누누에게 엄마 아빠는 인어인 걸 다른 사람들이 알면 안 된다고 해요.
그러던 어느날 학교 체육시간에 수영장에 가게 됩니다. 친구들은 모두 신나게 수영을 하지만, 수영장에 들어갈 수 없어 혼자 수영장 밖 구석에 있던 누누. 그러다 물에 빠진 친구를 발견하고 바로 수영을 해서 구해줍니다. 그리고 누누는 자신이 인어라는 비밀을 들켜버리죠.
그 뒤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책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표지에서 인어 누누와 사람 누누가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부터 비밀을 들켜버리는 순간까지 누누는 계속 표정이 어둡기만 합니다. 게다가 욕조 안에서 변해버린 꼬리지느러미를 보며 너무 이상하다고 하는 누누를 보니 안타깝더라구요. 매일 목욕을 할 텐데 할 때마다 변하는 꼬리지느러미를 보며 누누가 느꼈을 혼란, 그리고 비밀을 들킬까봐 두려운 마음이 얼마나 컸을까요.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누누에게 엄마아빠는 도움이 되지 못 해요. 차라리 너는 동해 바닷속 작은 왕국의 자손이다. 사람들에게 비밀이긴 하지만 너는 왕족이다. 너는 특별하다. 자부심을 가져라.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계속 어두운 표정인 누누를 보며 참 안쓰러웠답니다.
그러다 비밀이 모두 밝혀지고 학교에 간 누누는 친구들에 둘러싸여 매우 밝은 표정을 하고 있어요. 비밀을 털어놓게 되어 마음이 편해진거겠지요?

저는 이 그림책 속의 누누가 살고 있는 사회가 참 좋았어요. 누누를 인어라는 낯선 존재로 보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물속에 다리를 담그면 인어로 변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어린이로 보는 그 시선이 정말 좋더라구요. ‘인어라는 이상한 존재가 나타났다’가 아니라 ‘친구를 구해준 고마운 존재’로 대해주는 사회가요.
누누가 자신의 능력으로 친구를 돕는 모습 그리고 엄마도 용기를 내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그래서 온 가족이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을 하게 되는 것까지 참 좋더라고요.

예지랑 누누의 표정을 보면서 “지금 누누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 보았어요. 인어라서 부끄럽다. 들킬까봐 걱정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구요. 그리고 누누같은 인어를 만나면 어떻게 할 것 같냐고 하니까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 같대요.

작년이었나? 백상예술대상을 보다가 뇌성마비 장애인이 연극상을 받고 수상소감을 이야기하는데 예지가 저 아저씨 이상해 하더니 울먹거리면서 다른 거 보자고 하더라구요. 저 아저씨는 몸이 불편하고 말하기가 힘든데도 연극을 열심히 해서 상을 받았다고 저 상은 진짜 연기를 잘하는 사람한테만 주는 상인데 저 아저씨가 상을 받았다는 건 정말 연기를 잘한 거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그랬더니 그러면 용기내서 그냥 볼래! 하면서 두 주먹을 불끈 쥐더라고요.
그 후론 예지에게 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걸 알려주고 있어요. 엄마 배가 뚱뚱한 것처럼, 할머니가 치매에 걸린 것처럼 그냥 그런 사람이 있는 거지 그게 이상한 건 아니다 라고. 남자가 머리를 기를 수도 있고, 다비드칼리 작가님처럼 남자가 손톱에 메니큐어를 칠할 수도 있고, 코에 코걸이를 할 수도 있다고. 어떤 사람은 다리가 불편해서 휠체어에 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팔이 없기도 하다고.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고 예지랑 엄마가 다른 것처럼 모든 사람은 다 다른 거니까 그냥 저 사람은 저렇구나 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에 대해 엄마에게 언제든 이야기를 해도 좋지만 그 자리에서 말고 집에 와서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제 이야기가 통해서인지 예지가 전철에서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행동은 안 하게 되었어요.

그림책 <인어공주의 딸의 딸의 딸 누누>를 통해서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여기서는 인어로 표현되었지만 장애인일 수도 있고, 성소수자일 수도 있고, 그냥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나랑은 다른 사람 그들을 그냥 그 자체로 인정해 주면 된다는 걸, 누누와 엄마가 인어로서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듯이 그들도 알고 보면 우리가 모르는 특별한 점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걸요.
귀여운 그림 재미있는 내용 그리고 생각할 거리까지 있는 그림책 <인어공주의 딸의 딸의 딸 누누> 강력추천합니다! 꼭 읽어보세요!

그리고 이건 약간 다른 이야기인데...
아직 이사를 경험해 본 적 없는 예지는 이 그림책에서 ‘이사’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이사갈 때는 뭘 가져가냐 물어서 옷이랑 장난감이랑 냉장고, 가구, 티비 전부 가져간다. 열심히 설명해 줬더니 집은 어떻게 가져가냐 물어보더라구요. 그래서 집은 두고 간다, 안에 있는 물건만 가져가는 거다 알려줬죠. 그런데 며칠 뒤, 다음 달에 친구가 이사간다는 소식을 전했더니 예지가 혼잣말로 “비밀을 들켰나...” 그러더라구요. 처음엔 무슨 소린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누누가 비밀이 들켜서 급하게 이사를 가는 걸 그렇게 연결을 시켰던 거예요.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인어공주의딸의딸의딸누누 #효진글그림 #노랑돼지출판사 #그림책추천

네이버카페 제이포럼에서 서평단으로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그림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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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여름 방학 그림책이 참 좋아 110
김유진 지음 / 책읽는곰 / 202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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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름방학은 정말 바빴다. 매번 개학할 때 제출하던 탐구생활은 우리 반에서 거의 제일 두꺼웠다. 뭔지 기억은 안 나지만 페이지마다 종이를 많이 덧붙일 정도로 열심히 채워 넣어 항상 두꺼워졌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내주는 방학숙제를 우리 부모님은 참 열심히 도와주셨다. 탐구생활 말고도 갱지에 나누어주던 숙제에 적힌 건 정말 다했다. 박물관이고 미술관이고 그때 부모님이 데리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작품 설명을 종이에 빼곡히 적어오곤 했다. 지금이야 폰으로 찍어버리면 되지만 그땐 필름카메라를 그렇게 쓸 수는 없었으니까.

아무데도 안 가는 날이면 판교에 있는 수영장에 가곤 했다. 당시 호남정유(현재 GS칼텍스)의 여자배구팀 체육관과 숙소와 미끄럼틀이 있는 어린이 수영장과 어른 수영장, 넓은 잔디밭이 있던 판교에 2-3일에 한 번씩 가곤 했다. 우리 아빠는 전산실에서 24시간 교대근무를 했었는데 아침에 퇴근해서 우리를 데리고 수영장에 가서 우리를 놀게하고 거기서 주무셨다. 아빠가 낮근무 하는 날만 못 가고 나머지 날들은 거의 수영장에서 살았다. 난 정말 여름 방학이 끝나면 쌔까매져 있었다. 거기서 먹었던 우동과 탕수육, 시나몬 도넛은 정말 맛있었다. 매년 여름을 그렇게 보냈다. 친가는 서울 외가는 부천이라 딱히 방학에 시골 가는 경험은 못 해봤지만 매년 여름을 정말 뜨겁게 수영장에서 수영하면서 보냈다. 판교가 개발되면서 그 땅을 팔았다고 했던 것 같다. 다른 데로 옮겼다고 들었지만 그 시점은 내가 이미 대학생이 되어 더 이상 수영장에 다니지 않게 된 시점이었기에 새로운 수영장엔 가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 꼬꼬마 시절부터 다녔던 판교수영장을 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나의 여름방학 이야기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엄마의 여름방학> 서평을 써보도록 하겠다.

뭐할까 뒹굴거리던 엄마와 딸.

엄마가 여름방학때 뭐했는지 엄마의 일기장을 꺼내어 보며 시작된다.

외가에 가기 전날 설레어 잠도 못 잔 이야기, 기차 안의 간식 카트, 할머니 집에서 만난 사촌들과 담력 훈련하러 밤에 학교에 간 이야기, 고무 다라이에서 물놀이한 이야기, 학교 앞 문구점, 모기장 등등...

엄마의 일기장을 열어 여름방학 이야기를 보다가 외갓집에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이야기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책 속에서 발견한 옛 추억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나도 이런 그림일기 썼었는데...

나도 소독차 저렇게 따라 다녔었는데...

우리 학교에도 저런 동상이 있었는데...

우리 학교에도 동상이 밤에 걸어다닌다는 소문 있었는데...

나도 학교에서 수학여행할 때 담력훈련한다고 밤에 공동묘지 가 본 적 있었는데...

우리집에도 저렇게 생긴 선풍기 있었는데...

우리 외갓집에는 지금도 저런 밥상 있는데...

이런 저런 생각들과 함께...

이런 저런 추억들을 아이에게 들려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처음 제목을 보고는 나의 여름방학 추억들을 떠올라 좋았고...

내용을 보면서는 어린 시절을 떠올라 좋았고

다 읽고 나니 엄마아빠가 보고 싶어져 좋았다.

참 예쁜 그림도 마음에 들고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도 마음에 드는 그림책이었다.


아이에게 엄마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면..

여름방학이 시작될즈음 우리 뭐하고 놀까 아이랑 계획을 세우고 싶다면..

아니면 성인들 그림책모임에서 함께 옛추억에 빠져들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네이버카페 제이포럼에서 서평단으로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그림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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