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섬에 가 보자!
김민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평점 :
<우리, 섬에 가 보자!> 김민우 그림책. 문학동네.

늙은 개 귤, 어린 고양이 가지는 아침이면 나란히 앉아
창밖을 내다 보며 이야기를 나누어요.
가지는 아직 어려서 모르는게 많은데 귤은 친절하게 설명해주지요.
그러던 어느날 가지는 가족들과 귤이 놀러 갔던 사진을 보고 사진 속 섬에 반해버려요.
가지는 섬 생각에 아플만큼 힘이 들고,
귤은 그런 가지를 데리고 섬으로 향합니다.
사실 재미있게 읽었는데 서평을 어떻게 써야할지 감이 안 잡히더라구요.
작가의 말에 적힌 어른이 없는 여행을 상상하게 되는 순간부터
아이는 성장을 시작하는 게 아닐까요? 라는 문장 때문에
가지와 귤을 아이로 봐야 하나 싶어서 좀 더 복잡해졌는데
저는 읽으면서 가지랑 귤의 관계가 엄마랑 아이 같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거든요.
-계단 조심해.
-발바닥 안 아파?
-너무 두리번거리면 안 돼.
꼭 제가 예지한테 하는 말 같고..
특히
-졸리면 자. 한참 갈 거야.
-안 졸려.
이건 정말 예지랑 제가 자주 나누는 대화예요.
안 졸립다고 전철에서 내내 놀고 내리기 두 정거장 전에 잠들기.
차 안에서 계속 놀아달라고 징징대다가 주차장 입구에서 잠들기로
엄마를 힘들게 하는 우리 예지가 떠오르더라구요.
처음으로 예지랑 둘이 기차타고 춘천으로 여행을 떠났던 날도 떠올랐고요.
늙은 개답게 수시로 자는 귤과는 대조적으로 계속 말똥말똥한 눈으로
신기한게 많은 가지의 모습에서 저랑 예지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특히 마지막에 집으로 돌아올 때 졸려서 거의 감긴 귤의 눈과
여전히 똘망똘망한 가지의 눈은 참으로 대조적이죠.
한참 놀고 집에 오면 피곤해서 드러 눕는 저와
여전히 에너지가 남아돌아 뛰고 또 놀자고 하는 예지의 모습이 떠오르는 장면이었어요.
그래서 귤은 저같고... 가지는 예지같이 느껴졌어요. 뭐 그랬습니다.
그래서 작가가 의도가 뭐였든 저는 그냥 제 마음대로 써보렵니다.
언제는 안 그랬나 싶지만...ㅎㅎㅎ
이 그림책을 읽고 첫 느낌은.. “만화 같다.”였어요. 그림체 때문인지,
화면 분할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읽으면서 계속 만화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그림이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특히 표정이요.
섬을 보고 반해버린 가지의 표정, 함께 섬에서 놀 때 표정,
표지 그림은 책 속엔 없긴 한데
내용엔 없어도 표지 속 표정으로 섬을 뛰어다닐 가지와 귤의 모습이 상상이 되기도 해요.
표지의 가지와 귤의 표정을 보면 얼마나 신났는지 알 수 있어요.
그토록 가고 싶었던 섬으로 떠났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겠어요.
똥그래진 두 눈과 한껏 벌어진 입으로, 날아갈 듯 달리는 모습으로
그 신남이 그대로 전해져요.
그런데 섬? 왜 섬일까? 왜 섬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귤이랑 가지도 지하철을 한참 타고 가서 또 배를 타고 섬에 도착하잖아요.
그것처럼 섬은 뭔가 먼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배를 타고 가야할 것 같고, 비행기를 타고 가야할 것 같고.
그래서 쉽게 갈 수가 없잖아요.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다 보니 아플 만큼이나 힘이 듭니다.
간절히 가고 싶었던 곳. 내게는 그런 곳이 어디었던가 생각해 보았어요.
생각해보니.. 2008년에 서태지가 모아이 뮤직비디오를 이스터섬에서 찍은 걸 알게 되고
정말 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2011년 남미 여행 중에 2주를 이스터섬에서 보냅니다.
서태지팬들 중에 이스터섬을 간 사람도 얼마 안되지만...
저는 그 중에서도 이스터섬에 제일 오래 머문 사람이 되고 싶어서 2주나 머물렀어요.
2주 동안 내가 이스터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게 머물렀고
그때 숙소에서 2주 중 2박3일을 함께 보낸 저 포함 한국인 9명은 지금까지 13년째
계속 연락을 이어오고 있어요. 지금은 더 이상 서태지를 좋아하진 않지만
이스터섬은 참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언젠가 다시 한번 꼭 가고 싶어요.
그리고...지금은 새롭게 오로라를 보러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있어요.
저는 뭐....하려고하면 하는 사람인지라... 오로라 보러도 언젠간 가지 않을까 싶어요.
그게 언제냐의 문제지.

그리고 이건 제가 제일 좋았던 장면...
노을 지는 바다 풍경을 바라보는 이 장면이 제일 좋았습니다. 예뻐서.
아 읽으면서 약간 아쉬웠던 건...
-귤은 귤색이라 이름이 귤인 늙은 개고요.
-가지는 진한 가지색이라 이름이 가지인 어린 고양이입니다.
라고 설명이 되어있는데 그림에서는 귤색 같지도 진한 가지색 같지도 않아서
조금 이상했어요.
예지도 “이게 무슨 귤색이야?”하더라구요.
설명이 없었다면 모를까 저렇게 색깔을 정해주었다면 그림에서도 색깔이 느껴지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이게 아무리봐도 가지색으로는 안 보이거든요. 그냥 회색?

그리고 그림책에서 보기 힘든 오타를 발견했어요.
책 나온 거 보고 출판사분들이 얼마나 놀라셨을까 생각이 들면서도 저는 레어템 가진 것 같고 좋습니다. ㅎㅎ
아무튼 이제 마무리!
그림책 <우리, 섬에 가보자>를 읽고 나면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질 거예요.
떠나세요! 너무 오래 생각하지 마시구요.
네이버카페 제이포럼에서 서평단으로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그림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그림책우리섬에가보자 #김민우그림책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