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의 딸의 딸의 딸 누누
효진 지음 / 노란돼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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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히어로즈>라는 미국드라마가 있었어요. 초능력자들이 능력을 숨기고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는 이야기였어요. 그걸 보고 나서 어쩌면 지금 우리 주변에도 초능력자들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죠.
그림책 <인어공주의 딸의 딸의 딸 누누> 도서에 대한 설명을 보고 어쩌면 인어공주도 정체를 숨기고 어딘가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그림책을 읽었어요.

표지를 보면 인간의 다리를 가진 누누와 인어 꼬리를 가진 누누가 서로 마주보고 있어요. 그런데 둘 다 표정이 어두워요.
제목처럼 누누는 인어공주의 딸의 딸의 딸입니다. 누누도 인어, 엄마도 인어, 할머니도 인어였죠. 누누의 가족사가 면지에 누누의 일기로 실려있어요.
누누는 자신이 물고기인지 사람인지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어요. 수족관에서 들리는 물고기들의 말을 못 들은 척 한다거나, 생선가게를 지나며 고등어 옆에 누워있는 자신을 상상하는 모습으로 알 수 있죠. 이런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누누에게 엄마 아빠는 인어인 걸 다른 사람들이 알면 안 된다고 해요.
그러던 어느날 학교 체육시간에 수영장에 가게 됩니다. 친구들은 모두 신나게 수영을 하지만, 수영장에 들어갈 수 없어 혼자 수영장 밖 구석에 있던 누누. 그러다 물에 빠진 친구를 발견하고 바로 수영을 해서 구해줍니다. 그리고 누누는 자신이 인어라는 비밀을 들켜버리죠.
그 뒤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책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표지에서 인어 누누와 사람 누누가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부터 비밀을 들켜버리는 순간까지 누누는 계속 표정이 어둡기만 합니다. 게다가 욕조 안에서 변해버린 꼬리지느러미를 보며 너무 이상하다고 하는 누누를 보니 안타깝더라구요. 매일 목욕을 할 텐데 할 때마다 변하는 꼬리지느러미를 보며 누누가 느꼈을 혼란, 그리고 비밀을 들킬까봐 두려운 마음이 얼마나 컸을까요.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누누에게 엄마아빠는 도움이 되지 못 해요. 차라리 너는 동해 바닷속 작은 왕국의 자손이다. 사람들에게 비밀이긴 하지만 너는 왕족이다. 너는 특별하다. 자부심을 가져라.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계속 어두운 표정인 누누를 보며 참 안쓰러웠답니다.
그러다 비밀이 모두 밝혀지고 학교에 간 누누는 친구들에 둘러싸여 매우 밝은 표정을 하고 있어요. 비밀을 털어놓게 되어 마음이 편해진거겠지요?

저는 이 그림책 속의 누누가 살고 있는 사회가 참 좋았어요. 누누를 인어라는 낯선 존재로 보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물속에 다리를 담그면 인어로 변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어린이로 보는 그 시선이 정말 좋더라구요. ‘인어라는 이상한 존재가 나타났다’가 아니라 ‘친구를 구해준 고마운 존재’로 대해주는 사회가요.
누누가 자신의 능력으로 친구를 돕는 모습 그리고 엄마도 용기를 내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그래서 온 가족이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을 하게 되는 것까지 참 좋더라고요.

예지랑 누누의 표정을 보면서 “지금 누누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 보았어요. 인어라서 부끄럽다. 들킬까봐 걱정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구요. 그리고 누누같은 인어를 만나면 어떻게 할 것 같냐고 하니까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 같대요.

작년이었나? 백상예술대상을 보다가 뇌성마비 장애인이 연극상을 받고 수상소감을 이야기하는데 예지가 저 아저씨 이상해 하더니 울먹거리면서 다른 거 보자고 하더라구요. 저 아저씨는 몸이 불편하고 말하기가 힘든데도 연극을 열심히 해서 상을 받았다고 저 상은 진짜 연기를 잘하는 사람한테만 주는 상인데 저 아저씨가 상을 받았다는 건 정말 연기를 잘한 거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그랬더니 그러면 용기내서 그냥 볼래! 하면서 두 주먹을 불끈 쥐더라고요.
그 후론 예지에게 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걸 알려주고 있어요. 엄마 배가 뚱뚱한 것처럼, 할머니가 치매에 걸린 것처럼 그냥 그런 사람이 있는 거지 그게 이상한 건 아니다 라고. 남자가 머리를 기를 수도 있고, 다비드칼리 작가님처럼 남자가 손톱에 메니큐어를 칠할 수도 있고, 코에 코걸이를 할 수도 있다고. 어떤 사람은 다리가 불편해서 휠체어에 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팔이 없기도 하다고.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고 예지랑 엄마가 다른 것처럼 모든 사람은 다 다른 거니까 그냥 저 사람은 저렇구나 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에 대해 엄마에게 언제든 이야기를 해도 좋지만 그 자리에서 말고 집에 와서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제 이야기가 통해서인지 예지가 전철에서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행동은 안 하게 되었어요.

그림책 <인어공주의 딸의 딸의 딸 누누>를 통해서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여기서는 인어로 표현되었지만 장애인일 수도 있고, 성소수자일 수도 있고, 그냥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나랑은 다른 사람 그들을 그냥 그 자체로 인정해 주면 된다는 걸, 누누와 엄마가 인어로서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듯이 그들도 알고 보면 우리가 모르는 특별한 점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걸요.
귀여운 그림 재미있는 내용 그리고 생각할 거리까지 있는 그림책 <인어공주의 딸의 딸의 딸 누누> 강력추천합니다! 꼭 읽어보세요!

그리고 이건 약간 다른 이야기인데...
아직 이사를 경험해 본 적 없는 예지는 이 그림책에서 ‘이사’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이사갈 때는 뭘 가져가냐 물어서 옷이랑 장난감이랑 냉장고, 가구, 티비 전부 가져간다. 열심히 설명해 줬더니 집은 어떻게 가져가냐 물어보더라구요. 그래서 집은 두고 간다, 안에 있는 물건만 가져가는 거다 알려줬죠. 그런데 며칠 뒤, 다음 달에 친구가 이사간다는 소식을 전했더니 예지가 혼잣말로 “비밀을 들켰나...” 그러더라구요. 처음엔 무슨 소린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누누가 비밀이 들켜서 급하게 이사를 가는 걸 그렇게 연결을 시켰던 거예요.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인어공주의딸의딸의딸누누 #효진글그림 #노랑돼지출판사 #그림책추천

네이버카페 제이포럼에서 서평단으로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그림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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