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숲속에 숨고 싶을 때가 있다
김영희 지음 / 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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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숲이란 풀과 나무가 가득한 미지의 공간인 것 같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남편만 해도 그렇다. 초록색은 잎, 갈색은 가지, 키가 작으면 풀, 키가 크면 나무! 숲에서 피톤치드와 힐링을 얻어가지만 정작 나에게 그것을 주는 아이들의 이름은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 책은 표지 때문에 더 눈에 띄었다. 내가 좋아하는 한요 작가의 푸르른 일러스트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목으로 미루어 보건데 식물에 관한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생각이었다.

초록이들은 작가님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가 있어서, 딱히 숲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도 그 이야기 속에 존재했다. 정말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역시 인사동 에피소드가 아니었을까? 회화나무와 은행나무를 모두 알고 있는 친구만이 해줄 수 있는 배려. 참, 섬세하고도 멋지다고 생각했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사계절을 난 기분 역시 작가님의 섬세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싶다.

다만 식물의 사진들이 뒤에 별첨되어 있었는데, 은근 넘겨보기가 귀찮았다. 포커스를 식물이 아니라 글에 두고 싶으셔서 그렇게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르는 식물이 반 이상이라 넘겨보지 않을 수도 없고.. 그래서 오히려 독서의 흐름이 끊겨서 책을 읽는데 조금 오래 걸렸다.

하지만 아주 즐거운 책이었다. 정지라는 단어도 친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처음 들었는데 오랜만에 너무나도 그리운 할머니 생각이 나서 좋았고, 택배 에피소드를 보며 어머님의 택배를 떠올렸고, 철이 아닌데 핀 꽃을 볼 때마다 했던 아빠의 통화 등등.. 나 역시 숲과 식물을 사랑하고, 많은 추억이 있고, 가끔은 숲속에 숨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에 온 마음을 다해서 읽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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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섬은 고양이다
전미화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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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려운 책이다. 정말 어려운 책이었다.
아마도 내가 지금 집사이기 때문에 더 어렵지 않았나 싶다.

어느 날 새끼 고양이를 만난 인간이 '섬섬'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함께 지내게 되는데, 어느 순간 섬섬은 바깥 세상에 눈을 뜬다. 그리고 고양이로서 고양이답게 당당하게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고양이로서 고양이답게라... 집냥이들에게는 중성화 수술, 발톱 깎임, 사료 섭취와 같이 인간과 함께 살기 위해 감당해야할 것들이 있다. 고양이의 정체성을 인간을 위해 강제로 지우게 하는 점이 미안해서, 캣타워니 캣폴이니 조금이라도 습성에 맞는 자연의 대체제들을 집안에 마련해준다. 물론 대신 고양이는 천적이나 질병으로부터의 안전을 보장받고, 먹이 걱정이 없으며, 인간과 교감을 나누며 애정을 주고 받는다. 그렇지만 '고양이가 이 모든 것들을 마다하고서라도 밖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주로 창가에서 하염없이 밖을 볼 때, 그런 상념에 빠져든다. 예전에 고양이를 키우기 전, 외출냥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한국에선 흔하지 않지만 캐나다에서는 제법 외출냥이들이 있었고, 일단 내가 지냈던 곳의 고양이부터가 외출냥이었다. '고양이 희나놈'이라는 외출냥이 웹툰을 보기도 하면서 그럴 수도 있구나 싶었었다. 하지만 막상 집사가 되어보니 온갖 걱정이 넘쳐나 외출냥이의 이응도 꺼낼 생각이 없고, 게다가 마리는 겁도 많고, 다 떠나서 마리가 엘베를 타고 내려가서 산책하고 다시 올라올 수가 없기에 고려 대상 조차 아니게 되었다. 과연 이 작은 생명체는 우리와 함께 사는 것이 행복할까? 대답을 들을 수 없기에, 내 마음대로 내 고양이는 행복할 것이라고 믿으며 더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고민하며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과 함께 오늘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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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사라지기 전에
박혜미 지음 / 오후의소묘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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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럽고 청량한 여름의 한 자락을 본 것 같다.

표지에서 내리는 빛부터 심쿵.. 그 뒤로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쏟아지는 빛과 윤슬에 현실 감각이 사라져갔다. 마치 파도치는 바다의 한 가운데 나도 같이 있는 기분이었다.

무더운 여름 주말, 집콕 피서와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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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도시를 생각해 - 우리가 먹고 자고 일하고 노는 도시의 안녕을 고민하다
최성용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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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집중을 해서 읽어야 하는 책은 오랜만이었다. 쉬어가는 구간이 없달까? 어쨌든 다 읽고 나니 약간 피로감이 느껴질 정도로 진중한 이야기들이었다. 특정 주제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역차별이 아닐까?'한 부분들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생각해보면 좋을듯한, 이왕이면 인지를 하고 살아갔으면 하는 내용들이 많았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 해보도록 하겠다.

1. 쓰레기, 내 눈앞에서만 사라지면 끝일까.
쓰레기와 분리수거는 오랫동안 내 관심사였다. 예전에 통번역 과정 중 내가 맡았던 주제인 'Great Pacific Garbage Patch'를 알게 되면서부터 였다. 태평양 한 가운데 프랑스 국토 세 배 면적의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있다니! 한글 자료는 아예 없었고 영어 자료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섬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왜 사람들은 이런 엄청난 일을 언급조차 않는건지 이래저래 의심스러웠었다. 그 때 조사를 하며 느꼈던 것이 '사람들은 관심이 없어서 모른다기 보다, 모르기 때문에 관심이 없구나' 라는 것이었다. 새벽에 쓰레기차가 쓰레기를 수거해가면 더이상 내 눈에는 보이지 않으니 그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나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하남에 유니온 파크에 대해서 처음으로 찾아봤는데 이런 류의 멋진 시가지 소각장들이 늘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는 도시를 향해.
벤쿠버에서 살 때 정말 신기했던 것 중에 하나는 버스였다. 엄밀히는 저상 버스와 그것을 굉장히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었다. 한국이었다면 휠체어를 타기 위해 슬로프를 펴고 접을 때 이미 사람들은 답답해서 본인도 모르게 눈치를 주고 말겠지... 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누구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고, 나중에는 그냥 물 마시듯 흔한 일이라 나도 신경을 안 쓰게 되었던 것 같다. 한국에 저상버스가 들어온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은 저상버스로 말이 많다. 2004년 교통약자법이 생기고, 2007년 계획에서 저상버스 도입률을 2016년까지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었지만, 작년 기사를 보니 아직도 28%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것도 시내버스 기준이고 고속버스, 시외버스, 마을 버스는 20년째 0%라고 한다. 문득 며칠 전에 읽은 <수어>라는 책의 한 문장이 떠오른다. "비장애인인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으로 비장애인이 된 것이 아니라 그저 운이 좋아 비장애인으로 태어난 것이라고.

3. 하늘길, 물길, 땅길, 올킬.
운전을 하다 가장 마주치기 싫은 순간이 있다. 바로 로드킬. 일단 죽은 사체에 놀라고, 다음으론 마음이 아프다. 인간들 때문에 불쌍한 너희가 죽었구나. 그리고는 치워지지 못하고 계속 치일 사체가 마음에 걸린다. 보통은 그저 다음 생에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곳에서 태어나길 바라며 명복을 빌어줄 뿐이다. 그래도 요즘은 생태통로도 많이 생기고, 방음벽에도 효과 없는 맹금류 스티커 대신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들이 붙고 있다. 뒤늦게라도 알아차리고 문제를 제기하고 고쳐나가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4. '뜨는 동네'의 딜레마, 극복할 방법 없을까.
요즘 젠트리피케이션도 정말 많은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숲의 천이처럼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그렇게만 보기에는 돈이 엮여있다. 특히 상권들은, 그 거리 특유의 분위기를 만든 상점들이 대부분 높은 임대료에 쫓겨난다. 명동, 홍대, 연남동 등등에도 대기업 프렌차이즈들이 개성을 없애 버리고, 이제는 어디를 가도 다 비슷비슷한 거리가 되어버렸다. 상업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과는 조금 다르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던 스팟들이 인스타와 페북에 몇 번 오르내린 뒤 엉망진창으로 망가지는 모습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이런 류의 변화들이 영 반갑지 않은 사람이다. 그래서 제도적인 규제가 있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복개천이나 그린벨트, 갯벌, 빗물 등 흥미로운 내용들이 더 많지만 읽는 재미를 위해 글을 줄여보도록 하겠다. 모두가 이기심을 조금 줄이고 서로 배려하며 살아가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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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 - 손으로 만든 표정의 말들 딴딴 시리즈 1
이미화 지음 / 인디고(글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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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 수화 언어. 사전적 의미는 <청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손과 손가락의 모양, 손바닥의 방향, 손의 위치, 손의 움직임을 달리 하여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표정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이다.

이상하게 나는 수어를 접할 일도, 농인 친구도 없었는데 스무 살 무렵부터 하고 싶은 일 목록에 수어 배우기가 있었다. 외국어를 좋아했던 나에게는 그저 '또 다른 언어'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내가 알고 있는 수어가 언젠가 쓰일 날이 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는 작은 기대감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책이 엄청 금방 읽혔다. 책을 읽다보니 내가 수어를 단순한 손 동작이라고 오해하고 있었고, 한 때 내가 정말 좋아했던 <나는 귀머거리다>라는 웹툰을 잊고 있었으며, 수어를 꼭 배워야겠다는 다짐을 새로이 하게 되었다.

최근에 BTS의 <Permission to dance> 뮤비를 문득 보다가 후렴 부분에 안무가 왠지 단순한 춤 같지 않아서 찾아보니 수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고나니 무척 뭉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얼마나 우리가 비장애인임을 당연하게 여기고 장애인들에 대한 인지가 없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노력이겠지만 나부터라도 관심을 가져야겠다. 꼭 그래야겠다. 굳이 쓰는 이유는 나도 내가 쓴 글에 책임을 지고 살도록,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쓴 대로 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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