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섬은 고양이다
전미화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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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려운 책이다. 정말 어려운 책이었다.
아마도 내가 지금 집사이기 때문에 더 어렵지 않았나 싶다.

어느 날 새끼 고양이를 만난 인간이 '섬섬'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함께 지내게 되는데, 어느 순간 섬섬은 바깥 세상에 눈을 뜬다. 그리고 고양이로서 고양이답게 당당하게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고양이로서 고양이답게라... 집냥이들에게는 중성화 수술, 발톱 깎임, 사료 섭취와 같이 인간과 함께 살기 위해 감당해야할 것들이 있다. 고양이의 정체성을 인간을 위해 강제로 지우게 하는 점이 미안해서, 캣타워니 캣폴이니 조금이라도 습성에 맞는 자연의 대체제들을 집안에 마련해준다. 물론 대신 고양이는 천적이나 질병으로부터의 안전을 보장받고, 먹이 걱정이 없으며, 인간과 교감을 나누며 애정을 주고 받는다. 그렇지만 '고양이가 이 모든 것들을 마다하고서라도 밖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주로 창가에서 하염없이 밖을 볼 때, 그런 상념에 빠져든다. 예전에 고양이를 키우기 전, 외출냥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한국에선 흔하지 않지만 캐나다에서는 제법 외출냥이들이 있었고, 일단 내가 지냈던 곳의 고양이부터가 외출냥이었다. '고양이 희나놈'이라는 외출냥이 웹툰을 보기도 하면서 그럴 수도 있구나 싶었었다. 하지만 막상 집사가 되어보니 온갖 걱정이 넘쳐나 외출냥이의 이응도 꺼낼 생각이 없고, 게다가 마리는 겁도 많고, 다 떠나서 마리가 엘베를 타고 내려가서 산책하고 다시 올라올 수가 없기에 고려 대상 조차 아니게 되었다. 과연 이 작은 생명체는 우리와 함께 사는 것이 행복할까? 대답을 들을 수 없기에, 내 마음대로 내 고양이는 행복할 것이라고 믿으며 더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고민하며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과 함께 오늘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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