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춤

잠시 멈춤 - 논쟁은 줄이고 소통은 더하는 대화의 원칙
제퍼슨 피셔 지음, 정지현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12월

이 책을 보는데 어린시절 부모님이 한 말씀이 기억났다. 친구나 주변사람과 어떤 갈등상황에서 부모님은 이 말씀을 하셨다. "OO아, 결국 지는 것이 이기는 거야. 너무 애써 이기려고 하지말고 때로는 지는 것도 괜찮아..." 물론 우리 부모님은 이 책의 저자처럼 유서깊은 변호사 집안의 변호사는 아니셨지만, 변호사 집안에서 자라면서 어릴 적부터 말의 힘과 감정의 흐름을 관찰하며 성장한 저자가 깨달은 '이기기 위한 말' 보다 '이해시키는 말'의 중요성을 삶을 통해 체득하신 어떠한 화려하고 그럴 듯한 꾸밈없이 본질을 알려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어려서는 이 말씀이 잘 이해가 안됐다. 그냥 부모님은 싸우는 게 싫으신 건가. 이기는 게 별로 안 중요한 건가 정도로 평화를 중요시하는 정도로 이해하고 지나쳤던 말이 어른이 되고 아이를 키우면서 종종 생각이 났고, 그 의미가 어떤 인생의 시기를 지날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곤 했었다.

잠시 멈춤 이 책은 마치 나의 부모님이 말씀하셨던 "지는 것이 곧 이기는 것"이라고 단순하지만, 인상 깊었던 삶의 깨달음을 막상 현실에 마주하면, 그래서? 어떻게? 왜? 물음표만 나오는 사람들에게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된 변호사가 전하는 실천적 학습서 같다. 논쟁 시 잠시 멈추고 경청하라는 이야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우리는 논쟁 시 잠시 멈추는 걸 알지만 막상 쉽게 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대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의 본질부터 다시 배우게 된다. 지난 나의 미숙한 소통들이 떠오르면서 이 책의 효과가 발휘된다.

설전과 논쟁이 일상인 변호사 집안에서 자란 전문가답게 단계적으로 독자에게 변화의 필요성을 이해시킨다. 소통하는 전문가로 거듭나면서 깨달았던 진짜 중요한 대화, 관계를 통찰하고, 실제 겪은 사례와 경험을 공유하며 긍정적인 영향력이 온 세상에 퍼지길 기대하는 따뜻한 메시지다. 조언대로 잘 실천하면 나의 주변에 온기가 퍼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도 생긴다. 그러기 위해 먼저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효과적인 소통을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상대방과의 "연결"을 위해 말하는 것을 강조하는 저자의 조언이 울림이 있다. 살아가면서 어쩌면 어떤 공부보다도 가장 필요한 공부이자 훈련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으며, 아 그때 이걸 알았으면 좋았을걸, 그래서 그때 그랬구나~하는 순간들도 떠올랐다. 내가 먼저 이 소중한 조언을 반복하고 체득하여 아이들의 세상에도 논쟁 대신 연결감으로 온기가 가득 퍼지길 소망한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 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의사 어벤저스 24. 환경 응급, 주의를 기울여라

의사 어벤저스 24 : 환경 응급, 주의를 기울여라! - 어린이 의학 동화 ㅣ 의사 어벤저스 24
고희정 지음, 조승연 그림, 류정민 감수 / 가나출판사 / 2025년 11월

 최근에 아이가 독감에 걸려서 항바이러스 수액치료를 받았다. 처음으로 수액치료를 받는 터라 무서워했는데, 치료가 끝나고 무용담처럼 수액치료 받는 절차를 자세히 이야기해주었다. 자신의 팔에 고무줄 같은 것을 묶고, 주사 바늘같은 것을 꼽고, 관 같은 것을 끼워서... 약이 들어가게 했다는 아이식의 표현이었지만, 나름 생생히 기억하고 관찰하고 있었던 것에 놀랐다. 그때 마침, 아이에게 보여주면 좋겠다 한 책이 바로 이 의사어벤저스 24권. 환경 응급, 주의를 기울여라. 였다. 아이가 말한 고무줄 같은 것은 "토니켓(지혈대)" 이라고 나름 상세한 그림과 설명이 나와 있었다. 본인이 병원에서 단순히 약만 받은 것이 아니라 치료받고 온 터라, 이 책의 이야기가 더 실감이 나게 와 닿았는지, 맞아 이거야. 궁금증을 해소하면서 보는 것 같았다. 

 환경 응급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면 좋겠는 일상생활의 위험들을 실제 병원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인 것 같다. 맹견에게 물리는 경우, 감전 사고, 독초와 같은 위험한 상황들을 재미있고 개성 있는 인물들이 귀여운 삽화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위험을 인지하고 판단 및 대처할 수 있게 돕는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하나하나 상황을 설명하고 잔소리나 겁을 주는 식으로 전달될 수 있는 이야기를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면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통해 받아들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더불어 교상, 헌혈, 광견병, 채혈, 구획증후군, 근막절개술... 등 어린아이들에겐 생소한 어휘들이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비문학 어휘를 익히는 데도 도움이 되는 책이라 생활 안전 교육뿐만 아니라, 아이의 어휘력 확장까지 기대할 수 있는 책이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 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지리마블 아프리카

지리마블 아프리카 ㅣ 지리마블 시리즈 1
아티누케 지음, 모우니 페다그 그림, 김미선 옮김 / 윌북주니어 / 2025년 11월

 많은 사람이 아프리카를 제대로 알아주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에서 시작된 책이다. 사실 지구에서 최초의 사람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정말 의미가 깊은 곳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땅인 아프리카 대륙을 아이들이 보기 쉽게 그려진 지도와 함께 실제로 접근할 수 있다. 워낙 많은 나라가 포함된 거대한 대륙을 다루는 아프리카를 동, 서, 남, 북, 중앙으로 나누어 소개하며 지역별 큰 특징을 비교하고 다루는 것이 중심이 된다. 워낙 방대한 지역과 다양한 나라들이 모여있어 아이들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아프리카를 지리마블 형식을 빌려 하나하나 소개한다.

 무엇보다 다양한 그림들과 생생한 색채로 입체적인 아프리카를 느낄 수 있다. 사하라사막이나 사바나 초원, 열대우림과 같은 자연환경, 기후대, 민족, 언어, 동물, 자원처럼 다양한 측면에서 이야기하고 있어 아이들이 관심 있는 부분 먼저 찾아보기에도 좋다. 아프리카의 풍경, 동물,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랑스러운 그림체로 전달한다. 사파리 동물들의 모습이나, 아프리카 각 나라 사람의 생활, 전통 옷, 머리모양, 자연환경, 문화를 그림과 함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 대해 막연한 선입견을 품기 전, 지리적 환경을 살펴보고 각 나라의 다양성과 그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첫 세계 지리 그림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지리적 접근으로 거대한 대륙을 한눈에 보면서도 기후와 환경에 따라 그 안에서 존재하는 다양성을 느끼고 이해하다 보면, 편견이나 선입견을 품고 대하는 것이 아닌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넓은 마음을 갖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 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지리마블 인도

지리마블 인도 ㅣ 지리마블 시리즈 2
자스빈더 빌란 지음, 니나 샤크라바티 그림, 김미선 옮김 / 윌북주니어 / 2025년 11월

아이가 세계 지도를 관심 가지고 할 무렵부터 인도, 아프리카. 이런 곳들을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 고민했었다. 나의 어릴 적엔 "먼나라 이웃나라" 덕분에 그래도 흥미롭게 세계 다른 나라들을 방구석에서 탐험했었기에 우리 아이들도 먼저 접근이 쉬운 만화책으로 세계사를 접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딱 알맞게 알게 된 책이다.

만화책보다 더 다채로운 그림과 색감으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또 옆에 적지 않은 줄글로 인도에 관한 이야기들을, 여행을 떠나듯이 아이의 시선으로 알뜰히 살뜰하게 소개한다. 첫 시작은 아이 눈으로 한눈에 들어올 수 있게 너무 빼곡한 사실적인 지도가 아닌, 굵직한 부분들로 추려진 지도이다. 인도 여행을 시작하기에 앞서, 선생님이 이야기를 들려주듯 인도의 특징과 문화 종교를 간단히 소개하며 앞으로 "인도 소녀 타라"와 함께 할머니가 들려주는 인도 이야기를 떠날 준비를 한다. 인도 소녀 할머니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할머니의 인도 곳곳에서 모은 소중한 물건에서 시작하게 되어 할머니의 보물 상자를 하나씩 열어가는 기분으로 인도를 알아가게 된다. 아이들에게 첫 인도에 관한 이야기 책으로 정보가 빼곡한 책들보다 손쉽게 다가가고, 다채로운 그림으로 아이들의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야깃거리들로 다채롭게 구성된 점이 장점이다. 그리스 로마신화 이야기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는 힌두교의 신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을 특히 좋아했다. 힌두교의 세 신의 이야기와 작품이 실려있어 아이가 단순히 인도를 지리적인 위치 접근을 넘어서 역사와 문화를 떠올려보게 하는 첫 관문을 열어주는 좋은 책이다.

인도하면 자극적인 뉴스나 편견등으로 한쪽으로 치우쳐지기 쉬울 수 있는 환경에서 단순 지도적인 접근을 넘어서 문화,종교적 다양성을 생각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기에 세계사를 암기과목으로 공부하기 전에 친근하게 해줄 수 있는 좋은 세계사 그림책 친구 같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 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고추장 심부름 / 한소곤 / 주니어 김영사

고추장 심부름 ㅣ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70
한소곤 지음, 모차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5년 10월

고추장 심부름 제목을 보자마자, 아이가 8살 때 처음으로 집 앞 마트에서 두부 심부름을 시켰던 일화가 떠올랐다. 심부름을 시켜놓고, 혹시나 싶어 오히려 부모인 내가 두근 두근하며 몰래 뒤 따라 갔었었다. 심부름을 시켜놓고 불안해했던 부모보다 생각보다 아이는 씩씩하고 신나게 심부름을 다녀와서 자랑스럽게 일기에도 그 일화를 기록했었다. 특히 요즘같이 혼자 놀이터에서 노는 것 조차 쉽지 않은 환경에서 나홀로 심부름을 하러 떠나는 일이란 아이들에게 그 어떤 거대한 모험 이야기보다 도전적인 일인 것 같다.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주인공 소복이는 임금님이 좋아하는 고추장을 구하기 위해 나홀로 긴 여정을 떠난다. 생각대로 펼쳐지지 않는 여러 상황에서 망설이고 고민하고 또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하며 나아간다. 작가는 실제 고추장 임금님이라는 별명을 가졌다는 조선 제21대 왕인 '영조'가 궁궐 밖에서 만든 고추장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고 어린 궁녀가 맛있는 고추장을 구하려 다녔을 것을 떠올렸다고 한다. 소복이가 고추장 심부름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여정 동안 아들 사도세자의 죽음을 겪은 영조에게 매운 고추장의 의미를 생각하며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심부름이란 짦은 이야기지만, 이야기 속의 어휘들이 하나하나 주옥같이 눈에 띈다. 눅눅해진, 부뚜막, 시시덕거리고, 넘실댔다, 횃불, 메줏가루... 요즘 아이들에게 평소 쉽게 사용되지 않는 어휘들이라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녹아있는 어휘들이 반갑게 느껴진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크고 작은 일을 맞닥뜨리며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아이가 같이 그 떨림과 성취감을 느끼고 나도 도전해 보고 싶은 용기를 갖게 해줄 수 있는 책이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 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