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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하고 싶은 날에
이지은.이지영 지음 / 시드앤피드 / 2016년 8월
평점 :
‘예쁘다’는 말을 어디에든 갖다 붙여도 빛을 발하겠지만 한 권의 책 제목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참 오랜만이었던 듯싶다. 책 ‘짠하고 싶은 날에’는 제목만큼 반짝이는 글들로 채워진 한 권의 책이다. 이십대의 사랑, 삶, 일, 친구가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느낌이다. 오래 전 나는 이십대를 보냈는데 왠지 이 책을 읽다보면 아직도 나는 스물의 서툴렀던 삶을 살고 있는 듯했다. 아직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어떤 것인지 찾고 있고 꿈이라고 부를 만큼 가슴 떨리는 한 가지 정도는 마음에 담고 있으며 갖고 싶은 몇 가지의 목록과 가고 싶은 몇 곳의 여행지, 사랑을 주고 마음을 건네는 몇몇의 사람들과 함께 하루를 지내고 있다.
종종 ‘짠’하고 나타날 소소한 일상 속의 행운을 기대하기도 하고 아이 친구엄마가 아닌 진짜 친구 같은 인연을 만나길 고대하기도 하면서.
책은 크게 ‘나는 당신의 사람’과 ‘아름답게 서툰 우리를 위해’라는 부분으로 나뉜다.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짧은 메시지들이라 앉은 자리에서 금방 읽어 내려갔다. 책을 읽으면서 아무 고민 없이 땀 흘리며 뛰어 놀았던 어린 시절 친구의 얼굴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이 세상에 하나뿐인 진짜 내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다. 하고 싶은 일을 정리해보기도 했고 그런 과정 속에서 작은 위로를 받기도 했던 것 같다.
어린 시절에는 미국에서 친척이 보내줬다며 친구가 아까운 듯 내밀던 설탕 묻은 지렁이 젤리가 그렇게 부러웠다, 그게 뭐라고.
지금 우리가 달콤해서 쫓고 있는 것들도 결국 설탕 묻은 지렁이 젤리처럼 달콤하긴 하지만 없어도 그만인 때가 올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거 하나 못 가졌다고 서러울 이유가 없다.
어린 시절 지금보다는 모든 것이 귀했던 어린 날, 나도 친구의 물건이 부러워 갖고 싶어 했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면 갖지 못했기 때문에 더 크게 보였던 것도 같다. 새로 산 물건의 값이 고가이거나 정말 갖고 싶었던 의미 있는 물건이라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그 의미도 퇴색되어 가고 처음보다 귀한 마음이 사라져 종내는 잃어버리기도 하고 집안 어딘가에 덩그러니 방치되기도 했다. 의미란 생각하기 나름인데 가지지 못한 현실 속의 어떤 것 때문에 서럽고 속상해할 이유를 좀 더 내려놓아야겠다 싶었다.
당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은
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계산하기 전에,
당신이 진정으로 그것을 하고 싶은가 아닌가를
고민하는 거에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음식을 먹게 된다는 옛 말처럼, 정말 절박하면 다 되긴 했다. 부모가 되고 아이를 낳고 나서 아는 것이 없던 나도 아이를 키웠고 나도 조금은 자랐다. 이 세상의 모든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하는 것 보다 건강하게 키우고자 하는 마음이 먼저이듯, 어떤 간절한 일을 꿈꾸고 있다면 이것저것 잴 것이 없다는 말이 참 와 닿았다. 겁만 잔뜩 먹은 채로 이래서 저래서 안 된다는 핑계를 대고 있는 시간에 안 되더라도 우선은 ‘도전’부터 해야 한다는 교과서 같은 말이 정말 맞는 거였다. 절박함은 꿈을 꾸기 위해 어떤 노력할 때 쓸 수 있는 고귀한 단어 같기도 했다. 짧은 글에서 위로받았고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불안한 오늘을 살고 있는, 나보다 한참 어린 동생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자꾸만 마음이 쓰이기도 했다.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오늘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짠’하고 선물하면 힘이 되어줄 것만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