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떤 힘을 가지고 있니? 날마다 그림책 (물고기 그림책) 28
마스다 미리 글, 히라사와 잇페이 그림, 김지연 옮김 / 책속물고기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요며칠 동네 아이들이 놀이터에 모여 줄넘기 연습이 한창이었다.
딸아이는 몇 번 줄을 넘다 발에 걸려 넘어질 뻔 하더니 줄넘기는 놓아둔 채 재빨리 자전거를 타고 놀기 시작했다.
꽤 오래 혼자 놀다가 아직도 줄넘기를 하는 친구들 곁에서 쪼그리고 앉아 지켜보다가 자전거 타기를 몇 번 반복했다.
그러더니, 자기는 아무것도 못한다며 속상해했다.
줄넘기 뿐만 아니라 새학기가 되어 새로운 반이 되어도, 새로운 친구가 생겨도 아이는 곧잘 머뭇거리고 자신없어 한다.
예민하고 겁이 많은 편이라 그렇겠지 하면서 그러려니 했는데 부쩍 속상해하는 아이에게 책 한 권을 읽어주었다.



책 [너는 어떤 힘을 가지고 있니?]는 아이가 가진 능력을 곱씹어 보게 한다.
작은 자동차가 주인공인 책은, 무엇을 할지 어디로 갈지 고민하던 자동차가 가파른 길을 만나고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면서 점차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작고 약하지만 넘어지고 속도가 느려도 모든 게 처음이라서 그렇다는 글 속에서 아이도 무언의 힘을 느꼈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도 담아 보았다.
내가 어렸을 적에만 해도, 왼손잡이를 불편하게 보는 시선들이 많았다.
밥을 먹고 가위질을 하는 내게 누굴 닮아서 왼손잡이냐는 핀잔섞인 말들이 오가기도 했고 불안하게 바라보는 눈길들도 있었다. 덕분에 엄마의 특훈으로 글씨는 오른손으로 쓸 수 있게 됐지만.
내가 성인이 된 지금은 오히려 왼손잡이에 대한 시선이 나쁘지만은 않아 새롭고 신기할 때도 있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 일 수 있는 지금, 나는 조금 모자라고 서툰 부분은 분명 다른 무언가로 충분히 감싸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아이를 바라볼 때도 그런 시선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데 물론 쉽지는 않다.




책을 읽으면서 아이에게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아이는 '책을 좋아해.' 라거나 '인사를 잘해.' 혹은 '팔씨름을 잘해.' 하면서 웃어 보였다.
한글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줄넘기를 잘 못하더라도 부끄러워 어딘가로 숨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책을 빌려 하고 싶었다.
책은 분량도 많지 않고 짧은 글귀와 작은 자동차가 그려진 그림이 전부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충분하다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우리 아이의 이런 부분은 나를 닮아서 그래.'라고 생각했던 나도 조금은 생각을 달리했다.
부모 중 누군가를 닮은 모습도 분명 있겠지만, 그건 아이가 가진 특별한 힘이라고 말이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좋은 힘을 성장하는 동안 함께 찾아주고 칭찬해주면서 맑고 바르게 키우고 싶은 엄마의 바람을 담아 책장을 덮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