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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시처럼 온다 - 사랑을 잊은 그대에게 보내는 시와 그림과 사진들
신현림 엮음 / 북클라우드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하늘은 파랗고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오는 요 며칠은 책 읽기 좋은 날씨다.
한동안 이어지는 더위에 언제쯤이면 가을이 오려나 목을 빼고 기다렸는데 막상 가을이다 싶은 날씨에 몸이 먼저 반응한다. 감기가 오려는 것인지 연신 코를 훌쩍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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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만났다.
사실 '시'는 오래 생각하고 깊이 생각하는 힘이 있어야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쉽게 꺼내들지
못하는데 핑크빛 표지하며 설렘 가득한 제목이 예쁜 책이다.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이란 책을 통해 알게 된 신현림 시인이 엮은 책이라
어떤 시가 담겨 있을지, 받아들기 전부터 궁금하고 기대됐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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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먹고살기도 버거운 인생
외로운 이들에게 사랑의 표지판은 보이지가 않는다.
어떻게든 사랑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고,
어떻게든 성장하며, 격조 있는 생을 살자고
격하게 다짐해본다.
아무리 빈손으로 떠나는 생일지라도.
책에 담긴 시를 읽기에 앞서, 프롤로그 부분을 읽어보다 마음에 닿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나누고 싶은 이야기, 전하고 싶은 선물,
함께 한 시간들을 생각하면서 써 내려가는 편지 모두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꼭 남녀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도.
내가 살고 있는 오늘이 여유가 없고 힘이 든다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며 살기 힘들다는 것도. 외롭지 않고 슬프지 않게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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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시와 세계 명화, 사진이 담겨있다.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은 시가 있고 어울리는 그림이 있는 책, 가을에 제법 어울린다고 억지를 부리고 싶을 만큼 예쁜 책이다.
여보라는 말 -윤석중-
연애시절, 은근슬쩍 "여보"라고 불러 봐 했더니
당신은 "보여"라고 묻고 딴청을 피웠다
순간 당황스러운 내 마음을 알아챈
당신은 내게 나지막하게 "사랑해"라고 했다
사소한 이유로 다투던 어느 날
당신은 내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했는데
나는 먹먹해져 꼭 당신이어야 한다고
다른 누구도 아니 된다고 소리쳤다
당신은 "내 마음이 보여"라고 묻고는 뒤돌아섰다
당신은 이 세상 기꺼이 나와 함께 살겠다고 했다
깜깜한 나에게 전부를 보여준 당신
당신은 겨울 꽃처럼 단아한 신부가 되었고
어두운 세상에 살지라도
나는 당신의 손을 꼬옥 붙잡고 가겠다고 했다
나는 나이가 들수록
"내 마음이 보여? 내 사랑이 보여? 정말 내가 보여" 묻지 않고
단지 여보라고 말하고 싶다
부르면 부를수록 보여줄 수 있는 사랑보다
더 커져가는 여보라는 말
시 한 구절을 보면서 내 이야기 같아 피식 웃음이 났다.
결혼을 하고 남편이 되고 아내가 되면서 다른 호칭은 생략하고 '여보'라고 자주 부르곤 하는데
이 시를 보면서 참 아련한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권의 시집과 마주하면서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과
내 마음이 치유되어야 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혼자만의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즐기는 힘, 그 안에서 에너지를 얻고 스스로가 단단해져야 한다는 것도.
몇 해 전, 독서치료 수업에서 사람들은 누군가와 친구가 되거나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될 때 나도 모르게 상대를 통해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그랬던 것 같았다.
스스로가 행복하고 즐거워야 상대방이 주는 좋은 기운과 사랑하는 마음을
받아들이고 나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엔 시를 좀 더 많이 읽어야겠다.
혼자 있는 시간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 봐야겠고.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0831/pimg_760391195148210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