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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야 - 아파서 더 소중한 사랑 이야기
정도선.박진희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9월
평점 :
안부를 묻는다는 것, 참 의미없다 싶었던 적이 있었다.
가깝지 않은 사이에서 의례적으로 내뱉는 몇 마디 안부에 어색함을
애써 지워내려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
그런데 요즘은 안부를 묻고, 안부를 물어온다는 것이
다르게 다가온다.
누군가에게 내가 갖고 있는 작은 관심을 보여줄 수 있는 일이며
나도 가끔은 소중한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잘 지냈어요?'
-네, 잘지내요.
잘 지낸다고 말할 수 있는 일상들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또 한번
알게 해주는 책,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거야]

책으로 맺어진 두 사람의 인연,
개인적으로 책을 아끼는 마음이 있는 나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보면서
하늘이 선물해 준 인연이다 싶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두달만에 아내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전해들어야 하는
마음은 어땠을까 싶어서 책장을 넘기다 잠시 머뭇거렸다.
책 속 주인공인 정도선 박진희 부부는 서점에서 일하는 남편이 손님이
찾고 있는
절판된 책을 구하다가 인연이 되어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절판된 책을 구한다는 글을 sns 에 올렸는데 우연히 그 책을 갖고
있다는 분이
나타났고, 그 분이 바로 지금의 아내라고 한다.
처음 만났을 때 부터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유난히 이야기가 잘
통했다던 두 사람 앞에
결혼 두달 만에 아내가 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부부, 여행을 떠나다.
아내는 수술을 했고 방사선 치료와 약물 복용 대신 남편의 손을 잡고
여행길에 올랐다.
아픈 몸으로 커다란 배낭을 메고 세계 이곳저곳을 걷고
여러 인연들을 만나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지
주어진 내 삶을 어떻게 영위해야 하는 것인지 조금씩 알려주고
있었다.
나는 무엇보다 '사람'에 놀랐다.
낯선 길 위에서 기꺼이 손을 잡아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주고 직접 마음을 담아 도시락까지 싸주는
'사람'
책 속 주인공 부부가 아픈 몸으로 먼 길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가도
옆에서 든든하게 손을 내어주는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충분히 힘을
얻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고마운 인연들은 지금도 쭉 이어지고 있다고 하니 시련 뒤에 커다란
선물을 얻은 것은
아닐런지 조심스레 생각해보았다.

부부는 7개월간 대륙의 이곳저곳을 누볐고, 지금은
지리산 자락의 작은 마을로 귀촌해 서로에게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공기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며
건강을 회복하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현명하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용기가 부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