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아이 고 -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콜린 오클리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사랑이야기가 가득 담긴 책을 만난 것 같다.

긴 세월을 살아온 건 아니지만 소중한 인연을 영원히 볼 수 없는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하루 아침에 흔적없이 사라지는 것...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다.

특히 한 남자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 새로운 가족을 꾸려 살아가는 일상에서는 더욱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이다.

하지만 책 [비포 아이 고]속의 주인공 데이지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떠나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남편을 닮은 아이를 낳고 싶어했던 여자, 하지만 온몸으로 전이 된 암 세포 앞에선 그런 상상들은 그저 '꿈'으로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스물 셋, 그녀에게 유방암이 찾아왔다. 치료와 꾸준한 자기 관리로 그녀는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4년 후 다시 그녀에게 암이 찾아온다. 뇌로 폐로 온몸 구석구석...

그 사이 그녀는 사랑하는 잭이라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고 서로의 꿈을 향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과 현실은 그녀의 생활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그녀는 참 유쾌하게도 자신이 떠나고 없을 때 남편과 함께 해 줄 미래의 그녀를 찾아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이기적인 나는 그런 현실 앞에서 내 걱정만 하기에도 부족할 것 같은데 데이지는 현명하고 명랑한 여자라 그런지 자기 대신 남편을 사랑해 줄 새로운 남편의 아내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의사는 짧으면 4개월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남편이 졸업을 하면 가고 싶었던 곳으로 여행을 다녀 올 계획을 세웠으며 수줍게 고백하는 남편의 아이를 낳고 싶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서 남편의 새로운 아내 찾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남편이 자신에게 어떤 존재인지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사람인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 속에서 몇 개월을 더 지내다 떠난다.

 

 

 

 

책의 말미에는 1년 뒤 남편이 기록한 그녀와의 이야기가 있다. 그녀는 남편에게 침대 밑에 양말을 모아두지 말라는 말을 남겼으나 그는 지키지 않는다. 열 켤레가 넘는 양말들이 뒤엉킨 침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남자의 외로운 일상이 이어진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원치 않는 영원한 이별을 해야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으며 감히 알고 싶지도 않다.

가능하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그런 슬픈 경험 없이 살아가면 좋겠다. 물론 나도.

나는 그런 말도 안되는 상황에 맞딱들였을 때 데이지처럼 처연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남편의 새 아내를 구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아마 할 수 없을 것 같다. 데이지의 유쾌함 때문에, 고집스런 성격때문에 책의 내용이 너무 슬프고 무겁지는 않았다. 하지만 원하지 않는 이별을 해야하는 사람들의 아픈 마음은 고스란히 묻어나 있는 책이다.

덥다고 짜증이 나는 여름날,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야 하는 고통과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야 하는 아픔이 담긴 책 한 권이라면 잠시나마 더위가 밉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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