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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은 겁이 많다 - 손씨의 지방시, 상처받지 않으려 애써 본심을 감추는
손씨 지음 / MY(흐름출판) / 2015년 3월
평점 :
상처받지 않으려 애써 본심을
감추는
어른은 겁이 많다 / 손씨(손동현)
아이와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있었다.
붕붕 벌이 날아다니기도 하고 날파리 같은 작은
생물체가 모습을 드러내면
아이는 아연질색이다.
"엄마 저런 것(?) 좀 나한테 못하게
해."
순간 당황한 나는, 엄마도 벌레 무섭노라 말해주었다.
물론 날아다니는 벌레를 내가 무슨 수로
오지 못하게 하겠냐만은.
내 대답을 들은 아이는 엄마는 어른인데 왜 무섭냐고
한다
벌레 이야기에서 시작된 '엄마도 무섭다'는
이야기는
어른들 중에서도 주사맞기 무섭고 두려운 사람들이
있으며
낯선 사람들과 마주할 때 약간의 울렁증 같은게 있다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나는 겁이 참 많다.
아직도 주사맞는 건 싫고, 지독스레 외롭기도 했다가
깔깔 웃기도 잘 한다.
정확하게 단정 짓는 어른의 나이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어서도 나는 여전히 겁이 많은
아줌마 사람이다.
<어른은 겁이
많다>
이 책의 저자는 카카오스토리 채널 '좋은로봇'에
올린 글들이 65만 독자에게 공감을 얻어
책으로 발간하게 되었다 한다.
어릴 때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자고 나면 나이 한 살 더 먹고 키도 한 뼘 더 크고
돈도 많이 벌고 여행도 다니고 예쁜 옷도 많이 사입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나이와 몸과 그런 경계선을
지나면서
어른으로 살기에는 몹시 피곤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생각했던 왠만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돈을 벌어야 하고
화려하고 멋스런 옷 보다는 무릎 나온 바지와 목 늘어난 티셔츠의
편안함을 알아버렸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으며
인간 관계에도 적정한 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에서 처럼, 어른이 되니 보이지 않던 게 보였다.
그것도 한 두가지가 아니라 무수히, 아주 많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꼭 어른이라서 라기 보다, 어떻게 당신이 내게 그럴 수 있냐는
식의
말이 많아지고 있다.
나는 마음을 주고 정을 나눴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상대방은 나의 그런 점들이 불편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
때면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고 만다.
사람들 속에서 상처 받고
또 혼자가 편해졌다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기운을 얻게 되는,
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보다
차라리 진심이라고 믿고 뒤늦은 후회를 반복하게 되는
일상도
어른들의 몫인가 보다.
아이나, 어른이나 친구는 소중한 사람임이 틀림없는 것
같다.
혼자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친구와 수다로 풀다보면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지기도
하고
때로는 서서히 잊혀지기도 하더라.
<어른은 겁이 많다>
어른이라서 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니까 겁이 없는 척
하는 것이다.
이 비슷한 말을 중학생인가 고등학생이 된 딸에게 우리 엄마가
들려주셨더랬다.
하루는 생선을 손질하고 있는 엄마에게 어찌 그렇게 능숙하게
잘하냐고 물었던 것 같다.
엄마는, 나도 내가 이런 걸 잘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그저 아이 낳고 먹고 살다보니 어부인 남편 덕에 생선 손질은
일도 아닌게 됐노라고 하셨다.
어른도 누군가의 아이였고
그 누군가의 아이는 또 누군가의 어른이 된다.
나는 지금도 완벽한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지내고 있고
아마 앞으로도 멋진 어른은 되지 못할 것 같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겁이 많고 할 줄 아는게
적겠지.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내 살아온 날이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게 하루하루
알차게 보내리라 다짐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