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의 여행이라니...^^
3일도 아니고 300일이란다.
책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는 '엄마와 아들'의 짧지 않은 여행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왔던 책이다.
친구도 아니고 애인도 아니고 엄마와의 여행...
나는 감히 생각해보지도 못했었다. 그것도 짧은 여행이 아닌, 3일도 아니고 300일 동안의 여행이라고 하니
새삼스러웠다.
많이 싸워도 코드가 맞다는 딸과 엄마의 여행도 아니다.
훗날 키워놓으면 며느리꺼라는 말이 있는 아들과 엄마의 여행.
60세 엄마와 서른의 아들이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남긴
사진과 글,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책 속에 담겨있다.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에 이은 두번 째 책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는 배낭여행을 꿈꾸는 젊은 청춘들부터
한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진짜 내 엄마를 조금씩 잊고 사는 평범한 주부인 나도 읽기에 부담이 없다.
'의지만 확고하다면 세상 어떤 일도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는 저자의 말처럼 책을 읽는 내내
무엇이든 마음의 문제라는 생각이 스쳤다.
책은 '사람'이야기다. 그리고 '여행'이야기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 음식이야기, 풍경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책 속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과의 인연이
참 부러웠고 따뜻했다. 우리나라와는 문화가 많이 달라서일까.
처음보는 여행객에게 그 나라 음식인 쌀밥을 내어놓는 식사에서 마음을 쓰고 배려를 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다시끔 깨달았다. 결국 여행도 사람이야기인 것을...
이슬람교의 금식 기간인 라마단과 여행 날짜가 겹치면서 생각지도 못한 금식을 경험하게 된 부녀 이야기에서는
여행이란 그 나라의 문화까지 완벽하게 이해하게 되는구나 생각했다. 문닫힌 가게의 천막 뒷켠에서 빵과 과일을
먹으며 행복해했을 책 속 주인공의 어머님 모습이 내 눈앞에도 생경했다.
파리가 온통 빛으로 빛나던 순간을 엄마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축복같았다는 저자의 글은 아름답게 와닿았다.
몇년 전이긴 하지만 책 속에서만 봐오던 에펠탑의 모습을 내 눈에 담았던 그날의 기억이 함께 겹쳐지는 것만 같았다.
여행은 당장 한 걸음에 내달려서 마주하게 된 그 모습도 좋지만 시간이 지나고 기억에서 점점 멀어져갈때쯤
추억할 수 있는 부분, 부분들이 더 다가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에게도 책 속 저자와 어머님에게도 여행은 그러한 것 같았다. 비록 나는 아주 짧은 여행이었지만 말이다.
책의 마지막 저자는 어머니에게 전한다. '당신이 보여주신 용기와 도전 정신은 삶의 길잡이가 되겠죠. 당신과 함께했던
길 위에서의 10개월은 매 순간이 제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엄마, 수고 많으셨어요! 사랑합니다! 라고 말이다.
정말 함께했다는 그 시간과 함께 마주한 사람들과 여행지, 모두 감동이었다.
책을 덮으면서 나도 '엄마'의 손을 잡고 가까운 곳에라도 여행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