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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 어느 은둔자의 고백
리즈 무어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이 말을 완벽하게 공감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 있었다.
낯선 곳, 낯선 사람, 낯선 시간.
그 속에서 어떻게 벗어날까 생각하기 보다는 피하고 싶어서 더 외로워져야했던 시간들이 내게 있었다.
스무살이 되고 현실적인 이유로 가족들과 떨어져 살게 되면서 철저히 나는 혼자로 사는 시간들에 익숙해져야 했었다.
그때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주는 우울함도 느껴보았고 혼자라서 편하다는 생각도 종종 하곤 했다. 그리고 그런 외로움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타인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책 <무게>는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다.
책에는 전직 대학교수인 아서와 부자 동네에서 학교를 다니며 야구선수를 꿈꾸는 켈 켈러가 등장한다.
아서는 일을 그만두고 사람들과 관계맺음을 단절시켰다. 그리고 그는 250키로까지 살이 쪘다. 그의 일과는 혼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편지를 쓰고 가끔 밖을 내다보면서 끝을 맺는다. 그리고 켈러는 아픈 엄마와 함께 둘이 살고 있으며 부자인 여자친구가 있고 야구선수를 꿈꾸는 소년이다.
살이 쪄 갈수록 집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는 아서의 모습을 책으로 마주하면서 그의 외로움이 내게 조금씩 스며드는 것만 같았다. 혼자가 너무 익숙해보이는 그의 모습은 스스로를 정말 외롭게 만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외롭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가만 돌이켜보면, 나를 외롭게 만드는 건 타인의 시선도 타인의 말도 행동도 아니었다. 결국 내 스스로가 철저히 혼자라고 생각하고 외롭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아서에게는 20년동안 편지를 주고받던 여인이 있다. 그 여인의 아들이 바로 켈 켈러고.
책 속 아서는 집안을 청소해주는 도우미를 만나면서 마음을 드러내는 연습을 하기 시작한다. 의도치 않게 마음을 열었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나눴고 마침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게 됐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사람과 사람과의 거리에 대해서도 마음과 마음의 거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다.
사람들은 누구나 비슷한 몇몇 경우에 처할 수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떻게 스스로 처리하고 행동하는지에 따라 많은 것이 변하고 달라진다. 아서도 그랬다. 자신의 수업을 듣던 켈 켈러의 엄마와 편지를 주고 받았고 몇 번 식사를 했고 그런 이유로 자신의 일을 내려놓아야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마음을 닫고 집 문을 닫아버렸다.
그 후로 그는 오래토록 혼자여야 했다.
책은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켈 켈러로 부터 편지를 받게 되는 아서, 그리고 그들의 만남이 이루어지기 직전 마무리된다.
가난하고 외로운 소년과 지적이고 따뜻한 아서 사이에서 외로움이란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들은 더이상 외롭지 않으리라는 점도 알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술에 취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이상만 바라보면 켈 켈러의 엄마이자 아서의 옛여인이 될 뻔한 샬린의 삶도 안타까웠고 그런 엄마를 바라보면서 외로웠을 소년도 안쓰러웠다. 그리고 사회로 부터 철저히 혼자였던 아서의 모습도.
<무게>는 모든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누구나 조금씩은 외롭다고 느끼기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