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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ㅣ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평점 :
제목이 참 유쾌하다, 싶은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이력이 화려하다. 저자는 오랜기간 기자 생활을 하다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는데
전 세계 500만 부 이상이나 판매되었단다. 처음 쓴 책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제목과 책의 저자에 대한 호기심 등등으로 시작한 이 책 읽기는 유쾌함 가운데서도 고요함이 몰려오고 생각의 늪에 빠지게 한다.
곧 100세 생일파티가 시작될 터였다.
노인은 창문을 뛰어넘어 화단을 밟고 유유히 사라진다. 물론 나이가 나이인지라 몸은 세월을 비켜갈 수 없다.
훌쩍 뛰어넘었던 돌담들도 온 힘들 다해 올라야 할 만큼 기력은 약해졌지만 마음은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젊은 날과 닮아 있는 것만
같았다.
버스 정류장에서 제일 빨리 출발하는 버스에 올라탄다. 빈 몸이었던 노인에게 커다란 트렁크가 들려있었다는 사실은 책을 읽는 흥미를 더해줬다.
처음엔 그 트렁크에는 얼마되지 않은 적은 돈과 트렁크 주인의 옷차림이 괴이스러웠던 것 만큼 요상스런 옷 가지 몇 벌이 들어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트렁크에는 많은 돈이 담겨있었고 트렁크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인은 살인을 하게 된다.
평생 좀도둑처럼 살아온 친구와 아는 것이 꽤 많은 소시지 장수와 함께 도망치듯 여행을 떠나는 노인의 일상.
100세가 되어 생일파티를 앞두고 양로원을 벗어나고자 했던 노인의 도피생각 속에서 만난 과거는 사뭇 새롭다.
그의 생에서 찬란했었구나 싶었던 지난 날들보다도 여객기를 세내어 인도 어딘가로 날아가는 지금의 그 모습이 더 빛나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다.
이 세계를 다 둘러보기엔 100년도 부족했다.
그의 모험담을 글로 마주하면서 신으로 부터 허락받은 100년의 시간도 그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임을 비로소 깨달았다.
2005년 5월 양로원에서 탈출을 생각하고 바로 실천으로 옮긴 멋진 100세 청춘 알란 칼손의 가장 행복한 생일날을 진심으로 축하해드리고 싶다.
비록 의도하지 않았으나 갱단 소속의 한 청년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등 약간의 비현실적인 요소가 이야기 속에 종종 숨어있지만 말이다.
삶에는 어차피 유효기간이라는 것이 있다. 누군가는 타인과 비교했을 때 많이 짧고 누군가는 길다 싶은 그런 시간들이...
100세 나이에 창문을 넘어 도망친 노인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 행복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남의 이목도, 계산적이로 합리적인 이성도 아닌 것 같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내 몸과 마음이 이끄는 대로, 약간의 돈이 더해진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여객기라도 세를 내야한다면 말이다.
책을 덮으면서 생각했다. 100세 노인은 지금은 또 뭘 하고 있을까?
아마도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껄껄껄 웃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