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시를 읽는 시간은 고요하다.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산중이어도 좋지만 내가 살아가는 세속의 온갖 소음이 천지를 가득 메운 도시의 한가운데라 하더라도, 옛시를 읽는 시간은 적막강산이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얼마 전 <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라는 책과 마주한 적이 있었다. 시를 떠올리면 어려워서 시집을 펼쳐보기까지 오랜 용기가 필요한터라, 이 책은 내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패션지 에디터가 일상 속에서 시를 공유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놓은 글들을 보면서 시가 꼭 어렵지만은 않은거라고 믿어 버렸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는 한 권의 책이 다시 놓였다. <옛시에 매혹되다>
감히 해독조차 난해한 옛시를 욕심내었구나 싶을 정도로 책은 아직 내게 깊은 사유 덩어리같아 보였다.
중국 옛시부터 고려, 조선시대의 옛시가 수록되어 30년 동안 시와 함께 한 저자의 말을 빗대어 내게 옛시의 여러가지 면모를 뽐내었지만 무지한 나는 한 권의 책을 완전히 내것으로 만드는 데는 조금의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짧은 식견으로나마 옛시를 마주하면서 한가지 떠오르는 생각은 옛시를 읽는 시간만큼은 무엇보다도 정갈하고 적막해 소박하고 또 소박해도 괜찮다 싶었다.
흰 구름은 오래된 벗
밝은 달은 대장부 생애.
수많은 골짜기와 봉우리 속에서
누군가를 만나면 차를 권하리.
-서산휴정, 행주선사에게, 청허당집 1권-
딱딱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옛시가 가볍기만 한다면 매력은 현저히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요즘 사람들은 커피를 차 보다 더 많이 음용하지만 차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하나의 기호가 되었다.
옛사람들은 가벼운 일상생활도 깨달음이 세계와 동일시 하면서 시로 그런 부분들을 섬세하게 표현해놓았다.
흘러가는 구름을 벗으로 삼는 수행자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작가는 이 시를 두고, 옛사람들은 한 잔의 차를 통해 차의 색깔, 향기, 맛 등을 음미하면서 자신의 감각 세계를 관찰하고 그것을 통해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것을 자각한다고 말한다.
좋은 것만 찾아 가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더 높은 무언가를 열망하면서.
옛시는 그런 점에서 내 안의 가장 낮은 곳까지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아서 어렵지만 매혹되기에 충분한 것 같다.
**이 책은 해당 도서의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했음을 명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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