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시에 매혹되다 - 한시에 담긴 옛 지식인들의 사유와 풍류
김풍기 지음 / 푸르메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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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정신의 깊숙한 곳에 아름다운 무늬를 만드는 옛시 읽기의 즐거움 

 


 
옛시를 읽는 시간은 고요하다.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산중이어도 좋지만 내가 살아가는 세속의 온갖 소음이 천지를 가득 메운 도시의 한가운데라 하더라도, 옛시를 읽는 시간은 적막강산이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얼마 전 <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라는 책과 마주한 적이 있었다. 시를 떠올리면 어려워서 시집을 펼쳐보기까지 오랜 용기가 필요한터라, 이 책은 내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패션지 에디터가 일상 속에서 시를 공유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놓은 글들을 보면서 시가 꼭 어렵지만은 않은거라고 믿어 버렸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는 한 권의 책이 다시 놓였다. <옛시에 매혹되다>

감히 해독조차 난해한 옛시를 욕심내었구나 싶을 정도로 책은 아직 내게 깊은 사유 덩어리같아 보였다.
중국 옛시부터 고려, 조선시대의 옛시가 수록되어 30년 동안 시와 함께 한 저자의 말을 빗대어 내게 옛시의 여러가지 면모를 뽐내었지만 무지한 나는 한 권의 책을 완전히 내것으로 만드는 데는 조금의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짧은 식견으로나마 옛시를 마주하면서 한가지 떠오르는 생각은 옛시를 읽는 시간만큼은 무엇보다도 정갈하고 적막해 소박하고 또 소박해도 괜찮다 싶었다.
 

 

흰 구름은 오래된 벗
밝은 달은 대장부 생애.
수많은 골짜기와 봉우리 속에서
누군가를 만나면 차를 권하리.

-서산휴정, 행주선사에게, 청허당집 1권-

 딱딱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옛시가 가볍기만 한다면 매력은 현저히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요즘 사람들은 커피를 차 보다 더 많이 음용하지만 차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하나의 기호가 되었다.
옛사람들은 가벼운 일상생활도 깨달음이 세계와 동일시 하면서 시로 그런 부분들을 섬세하게 표현해놓았다.
흘러가는 구름을 벗으로 삼는 수행자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작가는 이 시를 두고, 옛사람들은 한 잔의 차를 통해 차의 색깔, 향기, 맛 등을 음미하면서 자신의 감각 세계를 관찰하고 그것을 통해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것을 자각한다고 말한다.

 좋은 것만 찾아 가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더 높은 무언가를 열망하면서.
옛시는 그런 점에서 내 안의 가장 낮은 곳까지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아서 어렵지만 매혹되기에 충분한 것 같다. 

 
 **이 책은 해당 도서의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했음을 명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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