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단, 이보출, 박대수
책 속에는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들이 산다.
비록 그들의 ‘오늘’은 비루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고 또 다른 삶이 되는 하루를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만났다.
‘오늘 예보’가 흘러나온다.
오늘 예보에 의하면, 책 속 세 인물인 나고단, 이보출, 박대수에게 내일은 없다. 그들이 숨 쉬는 오늘이 생의 마지막이 된다는 것.
책의 시작은 이처럼 발칙했다.
오늘이 마지막인 세 남자의 하루는 어떨지, 나의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나는 과연 사과나무를 심을 수 있을는지.
나고단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남들보다 작은 키 때문에 세상의 잣대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웨이터 ‘쫌만 더’란 별명으로 나름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사는 남자다.
그러나 사랑했던 여인에게 버림 받고 사업 실패 후 그에게는 '노숙자‘라는 새로운 이름표가 붙었다. 우연히 ’오늘 예보‘에서 하루 밖에 살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살을 결심한다.
자신의 죽음을 슬퍼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세상의 외로움을 가득 짊어진 채로.
이 세상의 모든 가장을 떠올리게 하는 이보출.
많이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 그리고 많이 가져야할 수밖에 없는 세상에 덩그러니 놓인 가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만 같은 남자.
그는 빚 때문에 쫓겨 다니며 보조출연자의 하루를 산다. 보잘 것 없는 삶이지만 그에게는 삶의 이유인 아들이 있다.
전직 조폭 출신으로 마흔이 넘어 딸 봉봉이를 얻은 박대수.
조직 생활을 청산하고 전 재산을 이보출에게 사기 당해 전전긍긍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딸아이의 병이다.
희귀병 진단을 받고 골수이식을 해야 하는 딸을 위해 전전긍긍 한다.
전혀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그들의 삶이 어느새 나의 하루와도, 그들의 오늘과도 닮아 있다.
그들은 자신의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자살을 하기 위해 다리 난간을 찾았던 나고단이 우연히 이보출을 만나게 된 것처럼.
촬영을 위해 앵글에 잡히는 남자를 찾았던 그는 나고단에게 자신의 몫으로 지급된 저녁식비인 5천원을 건넨다.
그 돈이 나고단에게 따뜻한 밥과 살아야하겠다는 삶의 의지를 품게 한다. 그리고 다시 나고단은 박대수의 딸을 구하는 생명의 은인이 된다.
나고단의 골수가 딸에게 이식 되어 새로운 빛으로 발현됐기 때문이다.
오늘이 마지막 일 것이란 ‘오늘 예보’와 맞닥뜨린 세 사람의 운명은 예보처럼 비극적으로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오늘’이 희망이 되어 새싹을 돋게 하고 희망을 품게 했다.
작가는 누구에게나 의미 없는 삶은 없으며 모두의 오늘이 소중함을 글로 전하고자 했다.
보잘 것 없는 세 사람의 하루가 어떤 이에게는 생명연장의 계기가 되고, 어떤 이에게는 삶의 의지를 북돋아 주고, 어떤 이에게는 소중한 것을 지키게 했다.
길지 않은 이야기 속에서 내가 살고 있는 ‘오늘’을 다시 발견해본다.
나의 오늘을 빛날 수 있게 하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의 몫임을 당신도, 나도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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