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어느 범주까지 관대하게 실수로 간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게 믿어왔다.
<7년의 밤>은 7년 전 밤, 한 남자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에서 시작한다.
깊은 자괴감에 빠진 남자는 음주 상태에서 한 소녀를 치게 되는 실수를 범한다.
그리고 두려운 나머지 작고 하얀 손의 움직임을 외면한 채 호수에 유기한다.
소녀는 그렇게 7년 전 어느날 밤에 세상으로 부터 버림받는다.
아빠의 폭력에 의해 집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면서 그날 밤도 아빠를 피해 달아나려 했던 아이는 그토록 무서워했던 아빠 품에서 영원히 떠났다.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이었다는 것이 아이를 외롭게 했을런지도 모르겠다.
소녀를 친 남자에게도 같은 나이의 아들이 있다.
모든 것을 내어주고 싶을 만큼 극성맞도록 아꼈던 아이, 그는 이제 아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다.
죄책감 때문에 밤이면 몽유병 환자처럼 소녀가 버려진 호숫가를 맴돌고 또 맴돌았다.
책은 소녀의 죽음으로 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죄인과 죄인의 아들, 그리고 소녀의 아버지 사이에서 벌어지는 복수가 이 책의 모든 이야기다.
딸의 죽음에 대해 모든 것을 알게 된 소녀의 아버지는 복수를 결심하고 남자의 죄를 세상에 알린다. 하나씩 잔인하리만큼 아프게, 천천히.
그리고 그의 아들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뿌리내리고 살아가지 못하게 끝없이 괴롭힌다.
책을 보는 내내 가슴을 졸여야했던 것 같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피끓는 분노, 그리고 복수심도, 스스로를 죄의 심판대 위에 올려두고 죽음을 기다리는 남자와 살인마라는 낙인이 찍혀버린 아버지를 둔 아들의 위태로운 삶도 똑바로 바라보기가 쉽지 않았다.
생각한 대로 믿어버리는 진실과 사실은 분명 다른 것이지만 세상은 그의 아들을 제대로 바라봐주지 않았다.
마음대로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에 맞춘 시선으로 경멸했다.
비웃음과 비난 속에서 아이는 성장했지만 웃음과 희망, 미래는 여섯살에서 멈춰버렸다.
아이는 다정하게 자신을 부르던 아버지의 목소리와 눈빛을 기억에서, 가슴에서 지우고자 했다.
꿈에서 멀어져 간 자신의 무력한 모습을 아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가장과 자신의 폭력으로 인한 아내의 부재와 딸의 죽음으로 악마가 되어가던 가장, 그 사이에 안타깝게 놓여 있어야만 했던 아이의 삶 모두가 씁쓸했다.
책의 말미에는 한 줌의 재가 된 아버지의 유골을 안고 가는 성장한 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아버지는 죄값을 치뤘고 세상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아들은 아버지의 따듯했던 모습을 가슴으로 그렸다.
여섯 살, 지친 아빠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해피버쓰데이'라고 말했던 아빠에 대한 사랑이 그의 가슴에서 꿈틀거리는 모습이 보였던 듯도 하다.
어느 것이, 어느 누가 사실과 진실 사이를 가늠할 수 있을까?
그 사이의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글이 자꾸만 되뇌어진다.
책의 이야기는 모두 허구다. 인물도 배경도 모든게 작가의 머릿 속에서 짜맞춰진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자꾸만 소설 속 '서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의 흔들리는 눈빛을 상상한다.
아버지에 대한 경멸과 분노를 마음에 안은 채 성장한 아이, 모든 것을 혼자 감내해야 했던 아이의 슬픈 눈이...
이제는 아프지 않기를, 좀 더 활짝 웃고 세상의 중심에서 꿈꾸고 살아갈 수 있기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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