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이별은 늘 우리 주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던 연인, 잃고 싶지 않은 오랜 벗,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가족과 누군가는 이별했고 이별하기 시작했을지도_
이별은 입 속에서 옹알이처럼 좀체 바깥으로 내뱉기 싫은 슬픔이고 상실이다.
그래서 나는 이별이 두렵다.
누군가의 전부가 사라지는 것이 끔찍하고 함께 늙어가리라 생각했던 벗을 잃은 시간들이 자꾸만 떠올라 아파온다.
이런 내게 생의 모든 이별에 대해 말하는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을 조금은 덜어내고 싶었던 나는 책 속에서 이별한 후 남겨진 사람들의 시간을 훔쳐보고 싶었던 것 같다.
<이별리뷰>
이별을 재음미 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 책을 읽는 것이며, 수많은 책 속에서 이별한 그들과 아픔을 공유하고 치유해가는 나름의 과정을 그린 책이라고 표현하면 될런지 모르겠다.
책은 하나의 이야기가 되지만 그 속에는 여러 권의 책 속에서 이별한 누군가의 아픔이 그려지고 상실감이 마음으로 와닿는다. 그들이 어떻게 이별을 극복했으며 어떤 식으로 스스로의 아픔을 달랬는지도_ 그래서 이별을 한 사람의 과거가 되는 시간과 오늘, 그리고 미래가 되는 시간이 함께한다.
욕실에 들어가 욕조에 물을 받는다.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한 다음 집 안의 모든 커튼을 다 닫고 맥주를 마시고, 그리고 잠드는 것, 그것은 스스로의 처방에 의한 나만의 심리치료 요법이다. p.143 은희경,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_
사람들은 스스로의 슬픔에 대해 확대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누군가의 아픔보다 자신이 느끼는 고통이 더 클 것이라고.
이별 후 모든 것을 차단해버리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 뜨거운 목욕물로 아픈 마음을 달랠 수 있다면 욕실 속 커튼 뒤에 숨어 잠시나마 오롯이 서 있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미치게 설레던 첫사랑이 마냥, 마음을 아프게만 하고 끝이 났다. 그렇다면, 이젠 설렘 같은 건 별거 아니라고, 그것도 한때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철이 들만도 한데, 나는 또다시 어리석게 가슴이 뛴다. 그래도 성급해선 안 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일은 지난 사랑에 대한 충분한 반성이다. 그리고 그렇게 반성의 시간이 끝나면 한동안은 자신을 혼자 버려둘 일이다. 그게 한없이 지루하고 고단하더라도 그래야만 한다. p.251 노희경, 그들이 사는 세상_
이별 앞에서 혼자만의 외롭고 아픈 시간 속에 놓인 사람들에게 이 책은 책을 통해 위로하고 치유하라고 권한다.
그들도 그랬으며 당신도 그렇게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식으로.
그리고 그들의 이별 후의 시간은 또다른 누군가를 향한 자신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다는 것도 말한다.
말하자면, 책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누군가를 사랑했다면, 마음으로 아꼈다면 이별하고 충분히 아픈 후에 새로운 사랑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된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소중한 그(녀)도 영원히 잃지 않았으면 좋겠고 좋은 벗을 그리워하며 아파하는 시간들과 마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이별을 해야만 한다면, 갑작스런 이별을 해야했다면 조금만 아파하고 다시 무언가로 인해 삶에 대한 사랑의 열정을 품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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