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시간들과 오롯이 마주하다 보면 평범한 내 일상이 지루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밉기까지 한다.
떠나고 싶으나 떠날 수 없을 때, 나는 가보지 못한 길을 다녀온 이들의 여행 기록이 담긴 책을 꺼내든다.
현실을 조금은 망각해도 좋을 여행지에서의 시간들을 훔쳐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내 마음에도 닿지 못한 그 곳들이 한가득 들어차 있다.
잘 지내나요, 내 인생_
제목이 나를 참 설레게 한다.
오늘의 내 모습, 이대로 괜찮은 건지를 스스로에게 반문하다 이내 지쳐버리곤 하지만 어느새 또 묻고만 있다.
그런 생각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조금씩 외로워지기도 하고 헛헛해지기도 하지만 머릿 속을 가득 메우고 있는 그런 생각들은 쉽사리 놓쳐버리기 어렵다.
책은 '여행'그리고 '삶'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여행 속에서 발견한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표현하는 여행 작가다.
그의 사진을 마주하고 있다보면 흩어지게 피던 봄꽃도 특별하게만 보이고 동네 카페도 아지트가 되는 것 같다.
그의 말과 생각을 빌려, 우리가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이유는 떠나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설렘보다 여행을 하고 돌아와 머릿속에 추억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믿기로 한다.
누구나 다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한다는 것, 한 두 가지의 고민쯤은 만성두통처럼 품고 산다는 것, 후회와 예기치 못하는 미래를 약간의 두려움과 기대감으로 상상한다는 것, 사랑과 이별을 통과의례처럼 건넌다는 것, 가족을 사랑하고 아낀다는 것, 다 그렇게 살.아.간.다.는 것.
책 속에서 나는 기다려지는 봄, 내소사의 봄향기를 맡았다.
하늘 가득 피어있는 벚꽃의 꽃잎 하나 하나를 바라보면서 안도하고, 청춘에서 조금씩 비켜가지만 아직은 나를 사랑하고 보듬고 싶어하는 스스로를 발견해보기도 했다.
어긋나는 인연들에 아쉬워하지만 새롭게 다가오는 인연이 있기에 마음이 완전히 텅 비어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도, 그래서 세상에 대해 조금 더 관대해져도 좋을 것이라고 믿어본다.
내가 숨쉬는 이 공간, 이 길이 내 삶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어 주기를, 불안하고 외롭기도 한 낯선 길이 익숙해지기를, 그래서 좀 더 여유로워지기를 바라본다.
누구나 그렇게 이야기하죠. 조금만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하지만 그랬더라도 우리 삶이 그다지 달라지지는 않았을 거예요.
오히려 너무 빨리 지쳐 버렸을지도 몰라요.
우린 우리가 어제 한 일을 너무나 잘 알고 있찌만 그걸 바꿀 수는 없잖아요.
내일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어요.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 오늘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예요.
오늘이 내 삶의 전부예요.
오늘이 삶의 전부처럼, 그렇게 열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모두가 미소지으며 하루하루를 마무리지을 수 있기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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