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녀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미아, 열일곱 살, 첼로를 연주하는 여자아이다.
그녀는 아빠, 엄마, 남동생 테디, 이렇게 네 명으로 구성된 가족과 함께 살았다.
어느날 가족을 태우고 약속장소를 향해 달려가던 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한다.
사고 후 세 명의 가족은 세상을 떠났고, 소녀는 세상에 덩그러니 놓여졌다.
그녀는 아직 눈을 뜨지 못했고 인공호흡기에 의해 목숨을 연명해가고 있으며 육체와 정신이 이따금씩 분리되기도 한다.
그녀의 정신은 가족을 따라가야할 것인지, 세상에서 홀로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끝없는 질문을 제기한다.
이 책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아침마다 시끄럽게 재잘되던 남동생의 모습도, 째즈와 락을 사랑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도 더이상은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빠에게서 전해지던 담배 냄새도 맡을 수 없고 고민이 있을 때마다 설거지를 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엄마의 목소리도 사라졌다.
누나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떼스던 어린 동생의 모습도...
열일곱 생에 죽는 것 보다 사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소녀의 이야기는 가슴 저리고 아픈 추억 그리고 현실이다.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태풍이 몰아 친 바다위의 모습처럼 그녀에게도 단 몇시간 만에 가족이 사.라.져.버.렸.다.
이별, 상실이란 단어에는 늘 자신없고 막막해하던 내게 그녀의 이야기는 두렵고 낯설고 어렵게 다가왔다.
가족과 이별하는 것은 먼 훗날이라고 치부해버리곤 하는 내게 갑작스레 다가온 불행은 납득도, 상상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생을 살면서 늘 고민에 휩쌓이고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이별을 한다.
또 새로운 생명과 조우하기도 하고 이따금씩 살던 곳과는 전혀 다른 곳에 발길을 옮겨보기도 한다.
갑작스레 누군가의 부음 소식을 듣게 되기도 하고, 예기치 못한 사람과 만나기도 한다.
삶은 늘 우리에게 새롭고 낯선 무언가를 경험하고 견뎌내고 시련 속에서 아픔을 치유하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전해주는 것만 같다.
책 속 미아에게도 삶은 잔인하리만큼 아픈 고통을 전해주었지만 또 다른 사람들의 입과 마음을 통해 따뜻한 사랑을 전한다.
세상에서 가장 힘이 되는 한 마디, '네가 있어준다면'이란 말로, '살아달라'는 말로 용기와 희망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지금껏 누군가로부터 들었던,가장 인상깊은 말은 '넌 향기나는 사람이야.' 였다.
꽃에만 향기가 있는 줄 알았던 내게 그 말은 희망 그 이상을 선물해주었다.
책 말미에서 삶의 끝자락에 위태롭게 놓여진 미아가 사력을 다해 생을 붙잡으려 했던 것은 마음을 울린 말 한마디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가족의 빈자리는 표헌할 수 없을 만큼 공허하겠지만 살아달라고 울부짖는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 그녀로 하여금 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들었던 것도 같다.
문득, 그녀의 모습이 살아가면서 많은 좌절과 고통 앞에서 위태로워 하는 우리의 또다른 모습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녀처럼, 절대 포기하지 말기를, 조금만 더 힘을 내어 생을 붙잡을 수 있기를, 용기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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