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적이야 그림책이 참 좋아 1
최숙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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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함께한 하루하루, 너와 함께한 한 달 한 달,

너와 함께한 한 해 한 해가 내겐 모두 기적이었어.

네가 내 아이라는 것, 그게 바로 기적이야. -책 속에서-

 

엄마가 된다는 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여자의 또 다른 이름표인 줄 알았다.

결혼을 하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얻게 되리라 믿었던 이름인 줄을...

하지만 그 이름을 얻기까지는 많은 눈물을 흘려야했고 많은 불안을 감내해야 했다.

엄마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열달의 시간 보다 더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기다려 뱃 속에 소중한 생명을 품을 수 있게 되었지만 출산을 하기까지는 너무나 힘든 시간들을 보냈던 것 같다. 지나고 나니 그 시간들이 주었던 슬픔과 고통의 기억이 가물거리긴 하지만_

 

아이가 내게 기적처럼 온 날, 어설프게나마 나는 새로운 이름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름을 지키기 위해, 아이가 건강하게 세상의 밝은 빛과 조우하지 못할까봐 불안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작은 생명의 발길질에 안도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 생명을 잉태하고 만나는 거록한 일을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구나 싶은 마음에 나의 안일함을 탓해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너는 기적이야>는 아이를 낳고 제일 처음 마주한 책이었다.

도담이라는 태명을 가진 아이를 뱃 속에 품었던 37주의 시간들이 책 속 글귀와 마주하면서 유난히도 새롭고 소중하게만 느껴졌다.

뱃 속에서 건강하게 품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미안함에 사로잡혀 힘들었던 시간들이 하나 둘 지나가면서...

2300g의 작은 몸으로 태어났지만 스스로 세상의 공기를 마시고 힘차게 울던 내 아이를 처음 보았던 순간은 책의 제목처럼 '기적'이었다.

엄마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함과 아이의 옅지만 환한 미소를 보지 못할거라는 슬픔에 빠져 힘들었던 시간과 생명이 주는 고귀함이 한꺼번에 내게 몰아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아이는 건강하게 자라 백일이 넘는 하루를 나와 함께 보내고 있다.

아직은 얼마간의 경험에 불과하지만 마음 졸이면서 열이 나는 아이를 안타깝게 품에 안고 밤을 지새울 때도, 유난히도 칭얼대는 아이의 흔들리는 눈빛과 마주할 때도 나는 엄마라는 이름 앞에서 많이 울고 아파했다.

문득, 아이의 서러운 눈물을 보면서 넓은 세상과 맞서 싸우며 성장하고 있는 것이란 생각에 안도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제 옹알이하면서 엄마의 목소리에 반응하고 소리내어 온몸으로 웃어주는 아이가 책 속에서 처럼 이가 나고, 엄마라는 내 새로운 이름을 불러주고, 두 발로 세상에 우뚝서게 되는 순간이 올 거라는 생각에 나는 조금 설레어보았다. 

나는 아이의 성장하는 모습을 마음에 담아 기억하면서 기적처럼 아이가 내게 온 시간들을 하나씩 곱씹겠지.

간결한 문장 속에 숨어있는 이 세상 모든 엄마의 마음이 전해진건지 나는 굵은 눈물방울을 쏟아내었다.

무릎에 앉은 채로 엄마가 펼쳐주는 책을 가만히 쳐다보던 아이는 아직 이가 나지 않아 잇몸만 드러난 입을 벌려 웃어주었다.

 

이 책과 조우하면서 나는 가슴으로 흘리는 눈물이 무엇인지 조금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엄마라는 거룩한 이름 앞에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아이가 조금씩 성장할 때 마다 이 책을 큰소리로 읽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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