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문장, 혹은 제목에 끌려 마주하게 되는 책이 있다. 물론 내용은 실망한 적도 볓 번 있지만 묘하게 끌리는 그 무엇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괜찮아, 나도 그런 날이 있어>란 책은 유독 와닿는 제목때문에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저물어가는 한해의 끝자락에서 선물을 받았더랬다. 제목만큼 큰 공감대를 형성하는 글귀들은 아직도 철부지 어른이란 꼬리표를 떼지 못한 내게 때론 자아 찾기에 힘써 주었고 한편으로는 위로와 용기를 부여해주기도 했던 듯 싶다. 너무 높은 이상은 아닐까, 배부른 외로움은 아니었을까, 세상 사람들과 나는 조금 다른 유전자를 가진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곱씹던 내게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이 내가 이 책 속에서 발견한 몇 가지의 매력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손가락에다 발가락까지 합세(?)해 나이를 표현해도 모자라는 시간들과 마주하다 보니 나이에 대한 뭔지모를 복잡함들이 하나 둘 마음에 자리를 잡는다. 바다의 비릿함이 익숙했던 아이였을 때는 빨리 스무살이 되어 바다 곁을 떠나 넓은 곳으로 가고 싶었었다. 나의 스무살은 누구보다 싱그럽고 빛나리라 기대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아쉽게도 특별한 기억이 없는 것 같다. 서른이 되면 당당한 사회인이 되어 있으리라 꿈꿨지만 지금의 나는 꿈꿔 온 모습과는 조금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새로운 가족과 마주한, 엄마라는 이름 앞에서 하루를 사는 나의 책임감은 전보다 두배로 무게감을 더 해 갔지만 마음 속의 공허함은 두 배 이상으로 텅텅 비어버리고 말았다. 늘 그자리에 있는 건 나 뿐인 것만 같은 몹쓸 쓸쓸함을 더한 채. 나를 위해 할애하는 작은 여유조차 사치인 것만 같은 시간들과 마주하다 보면 마음 속에 품었던 꿈은 살짝 내려놓고만다. 가끔씩은 나를 잃어버린 것만 같은 허무한 기분이 나를 엄습해오지만 나는 꿈꾸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또 한 번 다짐해보기로 한다. 예전에는 몰랐던, 시간에 쫓기는 요즘에서야 마음에 드는 책을 읽을 수 있음에 감사할 수 있게 됐다.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늦은 밤 전화로 소리내어 울어도 가만히 숨죽여 들어 줄 친구가 하나쯤은 있다는 것도 감사하고 우는 모습조차 사랑스러운 예쁜 딸과 때론 남보다 미운 남의 편인 남편에게서 소리없이 전해지는 든든함에 고맙고 평범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는 나의 자리가 문득 감사하게만 느껴졌다. 삶을 살아내는 일들이 상처와 치유의 반복이고 위로와 용기를 얻게 하는 것은 아닐까, 책을 읽는 내내 수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때론 아프지만 반드시 시간이 지나 아물게 되면 괜찮아진다는 것쯤은 나도 알기에 아파도 웃을 수 있는 희망을 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향기나는 좋은 벗들이 더 없이 고맙고 우울할 즈음 멋진 글귀가 담긴 책과 조우할 수 있어 나는 늘 괜.찮.은. 하루를 사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