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가족'은 의자와 세트를 이루는 네모난 식탁이 아닌 짧은 다리의 동그란 상을 생각하게 한다.
보잘 것 없이 평범한 모습으로 둘러싸인 우리 가족은 내 가슴에 사랑을 담게 해주고 슬픔을 이겨내는 법,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방법, 사람을 대하고 나눌 수 있는 마음을 주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나, 어부인 아빠의 작은 배가 검푸른 바다 위에서 휘청거리는 모습을 등대에 오롯이 앉아 엄마와 둪 살 터울의 남동생과 함께 바라본 적이 있었다.
힘들게 일하는 아빠의 삶을 보면서 나는 글이 아닌, 눈으로 가족을 배웠고 삶을 배웠던 것 같다.
때로는 말에 상처를 입고, 가깝다는 이유로 더 소홀해지는 관계 '가족'_
내가 기억할 수 없을 때 있었던 친부모와의 헤어짐. 그 뒤에 온 엄마 아빠와의 만남. 이런 것들이 나는 정말 힘들다.
아기는 엄마 뱃속이 아니라 잘 가꾼 꽃에서 나와,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에게만 나눠 주는 곳, 그래서 친부모라는 말도, 입양이라는 말도 없는 곳, 그런 내 하늘 마을에서 살고 싶다. p.101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의 하늘이는 소위 가슴으로 낳았다는 입양아다.
평범한 가족이라는 이름 대신 입양아라는 시선을 받으며 자란 하늘이에게는 가슴 속에 해마가 산다.
친부모의 존재를 모른 채 입양 된 하늘이는 태어난 지 100일 만에 선천성심장질환 수술을 받아 가슴에 긴 해마를 갖게 되었다.
해마는 하늘이에게 위로를 주고, 마음을 나누고, 스스로를 이해하는 하나의 희망이 되어 상처 난 마음을 다독여준다.
하늘이는 자신을 입양아로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고, 엄마라는 이름이. 입양으로 꾸려낸 가족이 불편하다.
어쩌면 책 속 하늘이는 입양이 만들어 낸 가족은, 자신을 보이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때론 정형화 된 구성원으로 만들어버리는 듯 한 느낌을 받았을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는 '시간'이라는 성장통을 겪으면서 '가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법를 배워나간다.
자신이 엄마 아빠, 그리고 할머니의 얼굴과 매일 마주하는 집이 얼마나 편한 곳인지, 스스로에게 얼마나 힘이 되어주는지를 알아나간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의 따스함을 배워나간다.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내내 내 가슴 속에도 작은 해마가 꿈틀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몸이 상처입은 자국은 해가 바뀌면 서서히 옅어지겠지.
하지만 마음이 상처받은 곳은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상처가 된다.
시선이, 한 마디의 말과 글이 얼마나 아픈 상처가 될 수 있을지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껴보았다.
입양이라는 단어가 아직도 생소한 우리네 삶에서 하늘이의 일상이 조금은 더 외로웠으리라 생각했다.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책이다. 여전히 동심을 간직하고 픈, 철들기에는 아직 부족한 어른인 나는 이 책을 통해 마음이 참 따스해진 것 같다.
사랑을 나누고, 표현하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기도 하고, 편견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도 알게 되었다.
내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친부모'라는 이름으로 늘 내곁에서 걱정과 사랑을 아끼지 않는 내 부모님께도 문득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가정을 갖고 자식을 키우고,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운 지금의 내 모습을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돌아보게 되었던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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