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뉴욕'은 화려한 도시, 당당한 도시였다.
그 곳에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은 스스로 오롯하게 빛날 것이라 생각했고 성공만을 위해, 앞만보고 달리는 외로움 따위는 모를 것만 같았다.
그래서일까.
뉴욕이 궁금해졌다.
상상만으로도 가슴 떨리게 하는 그 곳은 어쩌면 내게 이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한 권의 책을 통해 뉴욕을 만났다.
자신감 넘쳐보이는 도도한 도시 뉴욕,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화려한 조명아래 반짝이는 수많은 상점과 소탈한 뒷골목까지도...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면도, 화려한 면도, 인간적인 면도 모두 갖춘 도시,
그 곳에서라면 조금 더 무모해져도, 조금 더 외로워해도 좋을 것 같았다.
책 안에서 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하는 타임스퀘어의 화려함을 조금 벗어나 키 큰 건물들 사이에 자리한 비밀의 정원 '브라이언 파크'를 만났다.
내가 사는 이 곳의 놀이공원에서나 볼법한 회전목마가 여유로이 돌아가고 벤치에 앉아 책 읽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곳을_
문득, 그 곳에서라면 빠르게만 지나가는 뉴욕의 시간을 느긋하게나마 잡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공원 벤치에 앉아 두꺼운 책 한 권을 옆에 끼고 하루종일 나만의 시간에 취해보고만 싶었다.
여러 인종, 문화,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다민족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곳, 뉴욕_
진정으로 섞이지 못한 채 공존만 하는 사회, 뉴욕_
뉴욕은 하나의 색을 갖고 있는 도시가 아닌 것 같았다.
때론 밝은 색으로, 때론 조금 어두운 색으로 둘러싸인 도시_
옆 사람에게 방해가 될 정도의 소리는 소음이라 생각하는, 코를 훌쩍거리는 것보다 시원하게 큰소리로 한 번 풀어버리는게 더 예의에 맞는 도시, 알아듣지 못할 정도의 발음으로 이름을 불러버리는 도시, 그래서 소중한 누군가의 이름을 또박또박 소리내어 불러보고만 싶어지는 도시...
종종 사무치는 외로움에 빠져들게 하는 곳이 뉴욕이었다. 그렇지만 꿈을 꿀 수 있는 도시가 뉴욕이었다.
꿈을 찾아 떠나 온 전세계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 다양한 나라의 음식, 문화가 동화되어 있는 곳, 뉴욕은 매력적이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도심을 벗어나면 숨겨져 있는 자연을 만날 수 있고, 클로이스터같은 곳을 어렵지 않게 접해볼 수 있다.
이 책은 한 권의 뉴욕생활보고서 같았다.
뉴욕에서의 생활을 잘 할 수 있는 팁, 뉴욕에서 발길을 닿아보길 바라는 곳, 뉴욕을 대표하는 먹거리와 카페, 그리고 박물관을 찾는 법 등등이 지은이의 경험을 통해 쉽게 내 눈 안으로 들어왔다.
책을 읽는 동안 더이상 내 안의 뉴욕이 상상만의 도시는 아닌 것 같아 편하게 느껴졌다.
미술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그 곳을 찾은 엄마가 스케치북과 연필만 든 아이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 앞에 앉아 그림을 그리도록 하던 모습은 내게도 동화되고 싶은 뉴욕의 풍경이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을 지나 한적한 골목에서 퍼져 나오는 커피향기가 있는 뉴욕, 어쩌면 그 곳이기에 소박한 행복을 쉽게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여러 불빛들이 모여 커다란 빛을 형성하는 곳이 뉴욕인 것 같았다.
밝고 어두운 모습을 모두 갖춘, 꿈을 이루기에 충분히 행복한 곳 뉴욕에 나의 발길이 닿을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라보았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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