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깨달음 - 하버드에서의 출가 그 후 10년
혜민 (慧敏)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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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나 성공을 꿈꾸고 좀 더 빛나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고 생각했다. 좋은 학교를 나오고 일류 회사에 다니고 여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을 버는 것이 어쩌면 행복의 척도가 아닐까 하고.
삶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자극이 되고 자극을 주어야 한다고.
하지만 한번 뿐인 생을 끝없이 분투만 하다 죽음을 맞이하기 싫어 승려가 되기로 결심한 사람이 있다. 이름만 들어도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학교를 나온 그에게 승려의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종교에 대해 무지한 나는 그의 삶과 조우하고 싶었다. 그는 왜 하버드에서 출가했으며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고 있을까하는 의문이 앞섰는지도 모르겠다.

책 <젊은 날의 깨달음>은 승려가 된 저자의 평범한 일상을 글로 표현했다. 처음 영어에 대한 매력을 느꼈던 순간부터 학교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들, 받아들일 수 없었던 지인의 죽음과 자신에게 생의 가르침을 베푼 스승까지.
사소하고 일상적인 글들이라서 오히려 친근하고 더 크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 세상 어떤 일이든 그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노력하다 보면 어느 경지에 이르러서는 수행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업을 하든 학업에 매진하든 농사를 짓든 간에 그 안에서 우리는 삶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작은 가르침을 하나씩 깨달아 가면서 사는 것이다. p.22

‘깨닫는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어른이 되고 난 후다.
어릴 적에는 주변 사람들이,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성인이 되고 난 후 나는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사이에서 많이 흔들렸던 것 같다.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져야 하는 어른의 삶이 다소 어렵고 두렵게 다가온 적도 있었다. 저자는 수행을 하는 것과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결코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무엇이든 그 과정 속에서 깨닫게 되는 것들이 삶을 살아가는 여정이라고, 하나의 통과의례라고 전하는 것만 같았다.
쉽게 결심하고 포기하기를 반복하는 내게 그 과정 또한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고 반복해서 용기를 낼 수 있는 또 다른 힘이 되어 준다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다.

우리의 삶이 소중한 만큼 언제 이루어질지도 모르는 성공 이후의 행복을 꿈꾸기보다는 지금 내 주변을 돌아보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바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선택하자고 나는 이야기하고 싶다. p.41

어느 순간부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법을 잊어버린 것만 같다. 듣고 싶은 이야기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지고 내가 느끼는 고통이 세상에서 가장 큰 것만 같이 절실하게 다가오게 됐다.
몇 줄의 글을 읽으면서 문득 나는 어떤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하며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작은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으면서 과연 나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일까.

책과 마주하면서 나는 지금 이 순간에 좀 더 솔직해지기로 했다. 사랑하는 가족, 소중한 친구, 수많은 인연들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까지 부려보기로.
<젊은 날의 깨달음>은 불교적인 이야기만 가득할 것이란 편견과는 달리 작고 소소한 이야기가 깊은 울림으로 전해져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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