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떤 고백 ㅣ 문학동네 청소년 3
김리리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은 흔히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고 ‘학생’을 정의한다.
학생답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좁은 교실 안에서 책을 향해 고개를 푹 숙인 채 공부하는 모습만이 우리가 생각하는 ‘학생다운’것일까?
나의 청소년기를 돌이켜보면 별다를 게 없었다. 어촌 마을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내게 친구는 늘 같은 아이들로 한정되었고 공부는 대학에 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 특별하릴 없는 학창시절을 보낸 내 앞에 십대들의 이야기를 그린 책 <어떤 고백>은 풋풋하게 다가온다. 책은 십대들만의 고민과 소리를 담았다. 책 속 청소년들은 부모님들의 잔소리를 걱정하고 떨어지는 성적을 고민하며, 친구와의 어긋난 관계를 속상해하기도 하면서 말 못하고 앓는 사랑의 열병을 경험하기도 한다.
사실 나는 요즘 아이들에 대해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좀 더 풍요로운 것에 익숙해져서 부족한 것에는 낯선 아이들, 자기 주관이 또렷하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 역시 그들과 같은 나이였을 때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쉽게 생각하고 쉬운 것만 찾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그들이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가볍게만 치부해버렸다.
<어떤 고백>은 청소년들의 마음을 고백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내가 그들에게 느꼈던 이질감을 조심스럽게 고백하게 되는 계기도 되어 주었다. 이 책을 통해 두근거리는 그들의 성장기를 보면서 자신의 삶에 적극적이고 당찬 모습에 새삼 놀라웠으니까.
비싸고 좋은 것, 화려하고 조건 앞에서 흔들리는 어른들의 사랑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감정을 존중하는 모습은 풋풋하고 순수한 십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같은 매력이 아닐까 생각했다.
책 속에는 멋을 부리는 것에 어색한 평범한 남학생 용하와 그를 좋아하는 선아, 잘 생기고 노래 잘 부르고 옷 잘 입는 찬이와 그의 여자 친구 미나 이야기가 그려진다. 그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될 수 없다는 말의 뜻에 공감이 갔다.
<어떤 고백>은 학창시절 교과서 앞에 몰래 얹어두고 읽었던 하이틴 소설과 닮았다. 책 속 이야기가 모두 다 내 이야기인 것만 같아서 주인공들의 감정에 깊숙이, 쉽게 동화되었던 십대의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니까.
책을 통해 마주했던 여러 주인공들처럼, 입시 지옥에 갇힌 채 반복된 일상을 사는 ‘학생’이란 이름의 그들에게 좀 더 자유로워져도 좋다고, 그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마음껏 누리라고 말하고 싶다. 스스로의 감정에 좀 더 솔직해지되 자신의 삶의 모든 선택은 스스로의 몫이라는 것도.
순수한 그들의 눈이 허영과 사치를 보기 이전에, 아름답고 소중한 사랑의 추억도, 친구와의 우정도 먼저 볼 수 있길.
더 많이 웃을 수 있고 빛나는 십대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왠지 책을 읽으면서 나도 그들의 삶 속에 들어가 있는 것만 같았다. 까마득하게만 여겨졌던 , 다소 평범하다고 느꼈던 나의 학창시절이 새롭게 다가온 것만 같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싱그러움이 다가올 봄을 더 재촉하는 것만 같아 마음이 풍성해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