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공감
안은영 지음 / 해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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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씩 나는 내가 ‘여자’란 사실이 새삼스럽다. 이렇게 ‘여자’라는 제목이 떡하니 붙여진 책들을 보고 있자면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읽다보면 책을 넘기는 속도가 평균보다 훨씬 빨라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여자공감.

어떤 내용의 ‘여자’이야기가 펼쳐질까?

<여자생활백서>라는 책으로 나 같은 평범한 ‘여자’들의 마음을 훤히 뚫어보는 것만 같은 책 속 지은이의 또 다른 책은 왠지 친숙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나는 어떤 난관에 봉착하게 되면 조언자가 있었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인지, 사람에 데인 상처는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책을 읽는 내내 언니에게 즐거운 잔소리를 듣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문득, 독서의 즐거움 중에서 내가 ‘여자’이기에 공유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읽는 대부분의 책은 소설이다.

대체로 책 속 여주인공들은 억울하고 약하게 시대의 비극 상을 대변하기도 하고, 사랑을 갈구하며 신데렐라를 꿈꾸기도 한다. 아니면 홀로서기를 통해 당당히 성공하는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여자공감>은 주인공이 ‘나’같은 ‘여자’다.

매일 아침이면 떠지지 않는 눈에 애써 힘을 주고 같은 자리로 출근해 오늘을 사는 여자.

사람에게 상처받기도 하고, 자신의 능력에 부딪치면서 좌절하는 모습은 평범하게 사는 ‘나’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다. 그래서 쉽게 공감이 가고, 편안하게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맞장구 칠 수가 있었던 것 같다. 




책 속 ‘나’는 수많은 ‘네’게 조언해주고 꼬집고 재잘거린다.

때론 인생 선배, 사랑에 아파 본 친한 언니, 내 투정을 고스란히 짊어지는 친구가 되기도 하고, 아주 사소한 이유로 나를 부러워하는 동생이 되기도 한다.

완벽한 모범 답안은 없지만 좌충우돌 ‘나’의 경험은 ‘네’게 희망을 선물하고 용기를 심어주기엔 부족함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새벽, 깨어있는 시간을 활용하는 법, 외로운 순간을 헤쳐 나가는 경험...

그녀의 속삭임을 통해 잠이 오지 않는 나의 새벽도 문득 그녀처럼 오래된 영화를 보면서 홀로 식사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다.

어쩌면 그 짧은 시간이 내게 희망을 주고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독백이 되지는 않을까.

누구에게나 삶은 설레면서도 두렵다.

자신의 행동, 걷는 길에 대해 무한한 확신을 갖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상 속 고민들은 스스로가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다.




좋은 사람이 많아야 할 필요는 없다. 한 사람이어도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그로 인해 얻는 네 확신이다. 너를 지탱하는 힘은 너를 바라보는 네 ‘좋은 사람’의 온기, 격려, 애정이라는 걸 잊지 마. 네가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인지 어떤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앞으로 조금 더 책임 있게 인간관계를 엮어나가도록 해. 시간은 충분해. 네가 좋아하는, 너를 좋아해주길 바라는 그들은 네가 따뜻하고 든든한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너를 기다려줄 의향이 충분히 있단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 앞으로 네가 10년을 두고 고심해야 할 주제야. 잊지 마.




나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다. 낯선 사람, 낯선 풍경은 외롭고, 혼자 있는 시간에는 세상이 텅 비어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자주 받곤 했다.

깊은 밤 전화를 걸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픈 사람들의 숫자는 나이를 먹을수록 자꾸 줄어드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문득 책을 읽으면서 한 사람이라도 내 편이 있다면 적어도 외로운 사람은 아니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은 위안이 되었고, 잠시나마 외롭지 않을 수 있었다.




끝없는 인생의 길 위에 여자라서 공감할 수 있는 그녀의 목소리가 좋았다.

나를 잃어버린 듯 살고 있는 하루를, 이 책을 통해 다시 찾은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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