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 - 천 년의 믿음, 그림으로 태어나다 키워드 한국문화 1
박철상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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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께서는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하였다. 소나무와 잣나무는 사시사철 시들지 않는다. 겨울이 되기 전에도 소나무와 잣나무이고, 겨울이 된 뒤에도 여전히 소나무와 잣나무인데, 공자께서는 특별히 겨울이 된 뒤의 상황을 들어 이야기한 것이다.


<세한도> 속 그들이 주고받는 마음들이 값지게 다가오는 이유는 사람의 가치가 얼마나 크고 빛나는 것인지, 얼마 안 되는 생의 날을 살아오면서 터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것이 잠들어 있을 것 같은 겨울에서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의 생명력에 대해 알게 됐다는 공자의 글을 통해, 추사는 ‘벗’에 대해 생각했다.
추사에게 ‘벗’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그 이상의 존재인 것만 같다.

<세한도>는 낯설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온다.
자신을 믿어주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은 시대에 옛 선인들이 마음을 나누는 모습은 진정한 ‘벗’을 생각하게 한다.

역사적으로 굴곡이 많은 우리나라의 선인들은 고단하고 외로운 삶을 살아간 것 같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제주도로 유배를 떠난 외로운 시간들을 보냈던 추사 김정희 역시 그랬다.
항상 주변에 가득했던 사람들은 8년이란 유배의 긴 시간 동안 하나 둘 멀어져만 갔고 끝내는 몇 남아있지 않았다. 권력 앞에서 친하다고 생각했던 벗들과 그를 숭배했던 동료들 역시 등을 돌렸다.
영원히 화려한 자태를 뽐낼 것만 같던 꽃들도 따뜻한 봄이 지나 겨울이 되면 시들고 마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 역시 흘러가는 시간을 따라 멀어져만 갔다.
추운 겨울에서야 비로소 푸르게 자라는 소나무의 절개를 이해할 수 있었다는 공자의 말처럼 추사는 외로운 시간과 마주했을 때야 비로소 그의 곁을 지키는 ‘벗’을 찾아낸다.
길고 외로운 유배의 시간을 보내는 추사의 곁에 한결같은 마음으로 자리한 사람은 역관 이상적이었다.
그는 추사에게 어렵게 구한 서적을 선물해주기도 하고, 청나라의 이야기를 전하며 추사의 삶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었다.

추사는 자신의 자리가 확고하고 지인들이 많았을 때는 이상적의 선행에 대해 아무런 감흥이 없었지만 많은 사람이 떠나고 난 후에야 이상적의 고마운 마음을 헤아린다. 그리고 직접 <세한도>를 그려 끝까지 의리를 지킨 제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선물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이 아닌, 생각을 거듭해야 찾을 수 있는 아름다움을 그림을 통해 선물하고자 했던 그의 마음은 그래서 더 귀하게 다가온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고, 진심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물론 마음을 헤아려주는 고마운 벗들이 내 주위에도 있기는 하지만 사람 때문에 웃고 운다는 말이 맞다. 고마워서 웃고, 감사해서 울고, 아파서 울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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