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
모옌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낯선 곳에 발길이 닿을 때면 그 곳이 주는 이색적인 매력에 곧잘 흥분되곤 한다.
내가 사는 곳과는 다른 말, 다른 문화, 음식 등의 색다른 방식에 순응하며 사는 사람들.
그들의 모습을 마주할 때면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는 흥미로 바뀌곤 한다.
책 또한 그런 것 같다. 한국 소설 읽기에만 주력하는 내게 중국 소설은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이 주는 새로움과도 같았다.
내가 처음 접했던 중국 소설은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허삼관 매혈기>다.
피를 팔아 자식을 키우며 삶을 살아가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은 툭툭 던지는 식의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책 속에서 느껴지던 아버지의 애잔한 마음과 시대상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 책 속에서 만난 사람들 역시 그 시대에 순응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엿보기에 충분했다.  

새로운 곳에 가보지 않아도 이해가 되고 공유할 수 있는 매력을 이 책 속에서 또 한 번 느껴본 것 같다.

책은 3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중 이 책의 제목과도 같은 첫 번째 이야기는 치열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삶과도 닮아 있는 것 같다.
우리에게도 언제부턴가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지만, 과도기를 겪었던 소설 속 시대 역시 직장은 영원한 안식처가 될 수 없었다.
반평생을 같은 직장에서 매일 보던 사람들과 마주하며 불안하지만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딩사부는 명예퇴직을 하기에 이른다.
동료들 중 몇몇은 채소나 가축 등을 파는 장사꾼이 되고, 딩사부는 색다른 사업을 고안해내어 밥벌이의 지겨움을 이어가게 된다.
삶을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딩사부의 삶이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애잔하고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거세당한 소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소에 대해 무지했던 나는 소가 왜 거세를 당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우리네 농촌에서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고기 맛이 좋아진다는 이유, 값을 좀 더 받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소를 지키는 사람들의 해학적인 모습에서 웃어보기도 했고 소리 없이 죽어가는 소의 모습이 머릿속으로 그려질 때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세 번째, 사라져 간 천재에 대한 이야기 역시, 욕심 때문에 잃어버린 소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다.

모옌.
그의 ‘글로만 뜻을 표현할 뿐 입으로 전달하지는 않는다.’는 글쓰기 방식처럼, 소설의 전체적인 느낌은 이채롭다.
세 편의 이야기 속에서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당시의 시대상, 고된 하루를 사는 이들에 대한 그의 시선까지 모두 느낄 수가 있었다.  

아마도 수년간의 농촌생활과 공장에서 일했던 작가 삶의 경험이 글 속에 전해졌기 때문이리라 짐작해본다.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 책을 읽는 내내 넘쳐나던 풍자와 비판, 그리고 유쾌한 웃음까지 두루 마주할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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