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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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책이 좋아?"

책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내가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아는 몇몇 친구들은 곧잘 이런 질문을 한다.

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스스로를 깨닫게 되니까." (내가 말해놓고도 조금은 유치한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책 읽기의 즐거움(?)' 이 충만했던 <보통의 존재>.

지독스러울 만큼 공감가는 이야기에 눈물이 핑 돌기도 하고, 부정하면서도 결국엔 '맞아'를 연발하게 되는. 그런 책이었다.

 

요즘 내 생활의 가장 큰 화두는 '외로움'이다.

곁에는 사랑하는 그와 가족, 친구들이 있지만 오늘을 사는 나는 여전히 '외롭다'.

'외롭다'는 느낌을 말로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글로 적는다는 것도 뭔가 어색하다.

 

언젠가 이외수 선생님의 글에서 본 문구가 떠오른다.

외로움을 겁내지 말라.

그대가 어디서 무엇을 하더라도 그대의 뼈저린 외로움은 물리칠 방도가 없으리니.

외로움은 평생의 동반자, 비록 그대가 마침내 성인(聖人)의 반열에 오른다 하더라도 그놈은 한평생 그대 곁을 떠나는 법이 없으리라.

- 이외수의《여자도 여자를 모른다》중에서 -

 

삶을 사는 한 외로움은 항상 동행하는 그 무엇인걸까?

어떻게 하면 '외롭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있을까?

 

p.26

사람은 혼자 있을 때

이루 말할 수 없이 더럽고

이루 말할 수 없이 한가롭다.

 

혼자 있을 때를 못 견뎌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그랬다.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몰랐을 때, 외롭다는 생각에 자꾸만 마음이 침전될 때,

그때 나는 '책'을 들었다.

책 속에서 나는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언저리에 묻혀있는 조각 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우울한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비싼 커피숍에 들른 적이 있다. 좋아하는 카라멜 마끼야토를 시켜 주위를 빙 둘러본 후 제일 후미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책을 한 권 펼쳐들고 읽기 시작하다 중간 쯤에서 멈춰 주위를 살펴보면 다 제각각이다.

나처럼 혼자 앉은 이들은 컴퓨터에 정신을 팔고 있는 이들도 있고, 책을 읽거나 어디론가 전화를 하거나 노트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기도 한다.

나는 그때 생각했다. '아,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꽤 있구나.'

누구에게나 혼자 있는 시간과 공간은 외롭고 한가롭고 더럽다.

그래서 우리는 '가족'을 이루고자 노력하고 '공동체'를 만들어 혼자있는 시간을 최소화하려는 것일까?

 

 

p.108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자신의 입장과 시각으로 타인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존재의 본질이란 어쩌면 타인에 의해 인식되는 것 외에 다른 답이 없을지도 모른다.

'본질을 아는 것보다, 본질을 알기 위해 있는 그대로를 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것이 바로 그 대상에 대한 존중이라고.'

 

왜 사랑하게 되었을까?

왜 친구가 되었을까?

그.냥.좋.아.서.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

그 속에 내가 숨쉬고 있다.

어느 순간 나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보다 나름대로 그들의 모습을 그리고 상상한다.

있는 그대로를 보기 위해 노력하는 것. 타인의 눈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보이는 그대로, 느낌 그대로 믿어버리는 일은 역시나 어렵다.  



 

p.184

누군가에게 '당신은 소중한 존재'라고 말해주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다. 사람의 인생이 공평한 지위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뿐더러 귀하고 대접받는 삶을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날 때부터 하찮거나 혹은 별 볼일 없는 존재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책들이 희망을 노래하고 거의 강요에 가까운 긍정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사람이란 저마다 타고난 인격과 재능에 격차가 있고, 그것을 가지고 각자 귀천이 분명한 직업을 선택하게 되며, 그에 따라 개개인의 사람이 품을 수 있는 꿈의 한계 또한 정해져 있다. 세상의 감춰진 진실이 이러할진대 그러나 사람들은 그러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목도하길 원하지 않는다.

 

다를 수 있구나.

내가 정말 좋아했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역시 나를 베스트 프렌드라고 생각하겠지, 했던 어릴 적 나는 내 마음과 타인의 마음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내가 생각했던 친구에 대한 마음과 친구가 생각하는 나에 대한 마음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때부터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라는 진리를 나름대로 굳건하게 믿어가고 있다. 물론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밑바탕에 두고 말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이루어 질 것이다.'

'열심히 노력해도 이루어 지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말이 진실일까?

나는 둘다 믿고싶지 않다.

주위를 둘러보면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한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예쁘고 똑똑하지 않아도 '나'라는 사람이 그려야 할 그림은 무수히 많다.

누구나 1%의 가능성을 믿고 노력하고 도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삶을 망각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나는 '노력'하기를 포기하고 픈 마음은 없다.

 

나는 '보통'이라는 단어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지극히 평범한 '보통'이라는 단어는 매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뭔가에 어울리기에는 무난하지만 아무런 색깔도 향도 없을 것만 같은 단어라서.

<보통의 존재>를 읽으면서 나는 '보통'이라는 단어가 좋아졌다.

갑작스레 좋아졌다는 것이 신기하고 이상스럽기도 하지만 역시 그.냥.좋.다.

내 스스로가 평범한 보통의 존재라는 것도 새롭고, 외로움 속에서 적당한 책을 골라 읽고, 보통이라는 빈도에 맞는 웃음을 짓고 소중한 사람들을 갖고 있다는 것이 새삼 와닿는다.

 

'보통의 존재'이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책 속 이야기는 읽는 내내 아프고, 슬프고, 기쁘고, 행복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수많은 사람들 중 특별한 빛을 내지도, 확연히 드러나지도 않는 보통의 존재이지만 스스로의 삶 속에서는 반짝이는 빛을 발하고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보통'이라는 말이 참 정겹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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