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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사랑해
도리스 클링엔베르그 지음, 유혜자 옮김 / 숲속여우비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요즘 내 관심사는 ‘아이’다.
결혼을 하고나면 아이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던 말을 이제야 조금씩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엄마, 세상 어느 이름보다도 ‘엄마’라는 이름표가 가장 잘 어울리는, 처음부터 ‘엄마’로 나고 자랐을 것 같은 이름.
그런 이름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내게 책 한 권이 다가온다.
<엄마가 사랑해>.
책 속에는 스위스 국적의 부부가 한국아이를 입양해 지금까지 키워온 이야기가 담겨있다.
입양 전부터 입양 후 아이와 함께 보낸 2년의 시간을 일기로 담아냈다. 입양당시 그들에게는 다섯 살 난 라아스라는 남자아이가 있었고 13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려 한국에서 태어난 웅이라는 남자아이를 입양하게 된다.
지금이야 입양에 대한 이미지나 관점이 많이 달라졌지만 십년 전만 하더라도 입양은 낯설었다. 쉽게 입에 담을 수도 없었고, 좋게 바라볼 수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내가 낳지 않은 아이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을까?
아직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내가 자식에게 주는 사랑을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특히 매일 밤 신경질을 부리고, 보채고, 울고 소리 지르는 웅이를 마주할 때면 더욱 그랬다.
어릴 적 받은 충격 때문인지 웅이는 먹는 것에 집착했다. 밤마다 배고프다고 먹을 것을 요구했고 식사 후 몰래 음식을 먹어댔다. 자꾸만 늘어나는 몸무게 때문에 가족들은 통제했지만 아이를 말릴 수 없었다. 막무가내인 웅이를 보며 그들 부부가 새삼 대단해보였다. 내 아이가 아닌 입양아에게도 똑같은 관심과 사랑을 전하는 엄마, 아빠가.
고집불통 막무가내인 웅이가 낯선 환경에서 처음으로 내뱉은 단어는 ‘엄마’였다. 아이 크기만큼 작은 입술에서 ‘엄마’를 찾을 때, 가슴이 뭉클함을 느꼈다. 모국어도 제대로 구사할 줄 모르는 네 살 배기 아이는 자신과 다른 말을 쓰고 생김새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도 ‘엄마’라는 이름은 잊어버리지 않았다.
‘엄마’의 위대함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
문득,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새로운 식구에 대한 큰 아이의 거부감도 있었고,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웅이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지 않았을까?
책을 읽어갈수록 부부는 자신들의 선택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행복해한다는 것을 알았다. 입양아인 웅이 때문에 자신들의 친아들인 라아스가 힘겨워할 때도 그들은 기다리며 인내했다. 결국 라아스와 웅이의 사이는 서로를 의지하는 친구이자 형제로 발전하게 된다.
세월이 흐른 지금, 40년 전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입양되어 온 웅이는 자신만의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아내와 쌍둥이 딸, 아들을 둔 가장이 되었다. 웅이는 한국에 대해 알기를 두려워했던 마음이 사라져 언젠가는 고향을 찾아봐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걸어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도보여행을 하면서 자연을 구경하고, 자기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고도 했다.
수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세상이다. 자신의 부모를 해하고 아이들에게 폭행과 폭력을 일삼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따뜻한 빛 한 줄기를 본 듯하다.
낳은 정도 중요하지만 기른 정이 무섭다는 말이 언뜻 떠올랐다. 가족들의 사랑 속에서 낯설고 두려웠던 그 곳에서 꿈을 펼치고 새 삶을 개척해간 웅이를 보면서 나는 사랑의 힘을 다시금 깨닫는다.
웅이를 막내아들로 맞고 최선을 다해 사랑했던 부부는 책 속에서 이런 말을 전한다.
나중에, 할 일이 다 끝난 다음에 인생이 새삼스럽게 찾아와 문을 노크하지는 않을 거라고. 살아가면서 겪는 아픔과 고통도 모두 삶의 일부분이고, 그런 힘든 시기도 삶에 대한 의욕과 사랑이 건재하다면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하게 될 거라고.
항상 ‘입양하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해!’라고 생각해왔지만 책을 접한 후 그런 생각조차 부끄러웠다. 그들은 입양을 통해 새로운 가족을 만났고 행복해했다. 후회가 남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사랑했기에 아이의 몸과 마음은 성장했다.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 입양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다. 또 다른 가족을 꾸리게 될 많은 입양가족들의 설렘이 내게도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