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펭귄클래식 10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토니 태너 서문, 이만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위대한 개츠비는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으로 간주된다.

처음 마음에 품었던 여인에 대한 애정을 간직한 채로 죽음을 맞이한 비운의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대충 줄거리만 알고 있던 책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마주한 나는 묘한 여운 때문에 생각 속에 빠지게 된다.

이 책의 줄거리는 첫사랑을 찾아 헤매는 남자의 순정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책 속 주인공인 개츠비는 첫사랑인 데이지라는 여성을 찾기 위해 수단과 목적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번다. 결국 그녀를 만나지만 잠깐의 행복을 맛 본 후 죽음이라는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는 것.

사랑하는 여인을 잊지 못해 매일 밤 큰 집에서 화려한 파티를 여는 개츠비의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의 돈과 명예를 벗 삼으려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기는 하지만 파티를 열 때면 개츠비는 세상 누구보다도 가진 것이 많은 사람으로 보인다. 각계각층의 사람들 속에 쌓여 있는 개츠비는 흔히 진정한 재산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그들은 뒤에서 개츠비에 관한 억측을 일삼기도 하지만.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개츠비를 두고 온갖 이야기를 사실로 만들어 버린다. 소설 속 ‘나’에게도 그런 이야기가 사실인 것만 같다. 하지만 그의 곁에서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나’는 어느덧 개츠비의 친구가 되어있다. 그가 살아온 방식을 이해하고 그를 위대하다고 말하며, 세상누구보다 그를 안타깝고 맑은 사람으로 여긴다.




개츠비의 삶을 소설로 만난 나는, ‘어떤 것이 행복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본다.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돈을 벌고 그녀를 다시 만난 개츠비는 진정 행복했을까? 개츠비가 사랑했던 여인에게는 이미 남편과 아이가 있었고 예전에 알고 있던 그녀와는 다른 모습으로 그의 곁에 서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기억 속 개츠비가 아닌, 부유하고 신사적인 새로운 이상향의 개츠비가 보였던 것이다.

내가 추측하건데 데이지가 추억 속에 간직했던 개츠비를 다시 만난 순간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설레고 낯설지만 흥분되는 일이었을 것이다. 지구가 둥글다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 신대륙의 등장으로 사실화 된 것처럼 허영을 좇던 데이지에게 개츠비는 더욱 반가운 존재였을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책을 읽는 내내 개츠비를 대하는 데이지의 마음이 순도 백퍼센트의 사랑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내가 확실하게 이해되는 사실은 데이지를 향한 개츠비의 마음뿐이었으니까.




이야기는 결국 비극적으로 마무리된다. 사랑을 찾아 갈망했던 개츠비는 그가 사랑했던 여인 때문에 오해를 받아 죽음에 이른다. 개츠비는 순진하게도 그녀의 마음이 지금 그가 갖고 있는 마음과 똑같을 거라 생각한다.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졌던 그처럼 그녀 또한 그러할 것이라고. 사랑만을 좇아 세상의 끝까지 오고만 개츠비의 삶은 쓸쓸하다.

그의 장례식장은 한적하다 못해 스산한 느낌마저 감돈다. 마지막 그의 곁에는 그토록 사랑했던 데이지도, 파티를 열 때마다 찾아오던 사람들도 없다. 죽음과 함께 그의 이름도 사람들에게 등한시되고 사라져만 간다.

개츠비가 간절히 원했던 데이지는 결국 그의 곁을 흔적도 없이 떠났다. 지옥인지 천국인지 알 수 없는 길로 나서는 그는 곁에는 차갑고 메마른 빗자국들만 가득하다.




사람들에게 호의적이고 관대했던 개츠비에게 타인은 허영과 거짓, 편견으로 마주하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실체가 없는 뿌연 안개와 같은 느낌이다. 형상이 뚜렷하지 않아서 책을 읽는 내내 모호하기도 하고 이야기 중간 중간에 옆으로 잠깐씩 빠져 생각 속에 잠기기도 했다. 남아있는 책장이 몇 장 되지 않았을 때에야 나는 현실을 살면서 타성에 젖고 자신도 모르게 거짓과 타협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문득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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