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힘이 세다
이철환 지음 / 해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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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크기와 힘은 어느 정도일까?란 질문에 내가 대답할 수 있는 사실은 딱히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눈물을 펑펑 쏟고 나면 온 몸이 녹초가 된 다는 것과 마음이 시원해진다는 것이다.

 

책 <눈물은 힘이세다>는 이철환 작가의 성장 소설인 듯 하다.

책 속에는 가난하고 힘들었던 우리의 가족들이 있고, 그들의 삶은 고단했던 유년기의 모습들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아빠의 눈과 마주한다.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절망한 퀭한 눈, 자식들의 오늘과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가여운 가슴을 가진 남자의 안타까운 눈빛이.

 

문득, 아빠에 대해 떠올려 본다.

스무살이 조금 넘어서 부터 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 삶을 살아오신 나의 아빠.

나는 어릴 적 아빠의 얼굴을 제대로 본 기억이, 아빠와 마주앉아 밥을 먹어 본 기억을 갖고 있지 않다.

내 아버지는 고단하고 바쁜 삶을 살아야 했기 때문이리라.

십수년간 남의 배를 타다 내가 태어나고 걷기를 시작할 무렵, 아빠는 늘 소망하던 아빠만의 배를 갖게 됐었다.

아침 저녁으로 바다와 그 배에 희망과 몸을 맡기며 배질을 하던 나의 아빠.

비록, 자식들이 생긋 웃는 모습보다 잠든 모습이 익숙했지만 아빠는 가난때문에 배움에 목이 말랐던 자신의 삶을 물려주기가 싫었다. 하셨다.

퉁퉁 불어가는 손과 발, 오랜 시간 배질로 고통스러운 팔과 다리의 통증보다 자식들의 어두운 미래가 더 무섭고 서러웠다. 하셨다.

 

책 속에서 '사람을 꿈꾸게 하는 건 아픔이었다'는 글귀가 마음에 남는다.

거친 파도 속에서 점점 작아져가는, 흐려져가는 아빠의 모습을 보는 건 어렸던 나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힐 만큼의 아픔이었다. 그런 아픔들이 나를 꿈꾸고 나를 더 성장시켰는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서 아버지는 여린 사람이었다.

현실에 대한 두려움을 술로 극복하려 했고, 불안해하는 자신의 모습을 폭력으로 포장했다. 그래서 가족들은 아팠고 절망했고 두려웠고 무엇보다 그런 아버지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렸다. 고통스럽고 아픈 기억이 책 속 주인공을 꿈꾸게 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요즘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 유난히 많다.

읽다보면 평범한 오늘을 사는 우리의 일상과도 많이 닮아있는 것 같다.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지만 특별한 감동을 준다.

문득 우연히 읽게 된 한 줄의 글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게 되는 이치랄까.

<눈물은 힘이세다>책과 마주했을 때, 작가의 예전 책 <연탄길>이 떠올랐다. 보고만 있어도 눈물이 주르륵 흐르던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은 조금은 다른 느낌이었다. 작가가 살아온 삶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읽다보니 또 다른 감동이 몰려온다.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가족들의 아픔을 통해서, 가족들의 눈물을 통해서.

소설 쓰기를 꿈꾸던 주인공, 자식의 미래를 걱정하던 나약한 아버지.

서로를 위해 흘린 눈물은 주인공의 밝은 미래를 비춰 줄만한 큰 빛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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