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얼마만큼의 꿈을 꾸어야할까?
얼마만큼의 열정을 가져야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아직도 나는 꿈, 열정, 청춘이란 말만 들으면 설렌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과 꿈을 꾸며 사는 것은 비례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모든 악조건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를 자극시키고 흥분되고, 부럽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외로운 <외딴방>이 좋다.
처음 <외딴방>이란 책의 제목을 마주했을 때, 책을 들고 있는 내 손이 물에 젖은 신문지를 들고 있는 마냥 축축한 기분이 들었음을 기억한다.
책을 펴니 손도 눈도, 마음도 가라앉는 느낌이랄까. 책 속에는 작가의 꿈을 가진 열여섯의 내가 있고, 열아홉의 외사촌, 실질적인 가족의 가장 큰오빠, 법 공부하는 셋째오빠, 그리고 최홍이 선생님과 동급생들이 있다.
바쁘게 돌아가던 공장 가운데 막 시골에서 상경한 책 속 주인공이 어리둥절한 채로 서 있다. 그 속에는 매일 지각하는 그녀와 헤겔을 읽던 그녀, 희재 언니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작가의 이야기는 책으로 본다는 느낌보다 약간은 가는 듯 허스키한 목소리의 ‘내가’ 조곤조곤 이야기를 해주는 느낌이다.
책을 읽고 있으니 당연히 소설이겠지, 하면서도 사실 같은 나의 이야기가 전해져온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공부를 해야 했던 현실 속에서 어쩌면 가장 위로받았던 공간은 외딴방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함께 잠들기에는 비좁았던 그 공간은 작가의 꿈을 꾸는 내게는 꿈과 호흡할 수 있는 유일한 나만의 공간이었을 수도.......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처럼 빠르게 흘러가던 책 속 열여섯 소녀의 모습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되는 1등, ‘최고’라는 말만을 향해 내달리는 오늘을 사는 나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원하는 학교에, 원하는 직장을, 원하는 사람과의 열애처럼 나이를 먹을수록 삶을 사는 모습 또한 좀 더 구체적이 되는 것 같다. 생각한 대로 움직이고 싶어 하고 생각한 대로 글 쓰고 싶어 하고 생각한 대로 살아가고자 한다.
꿈을 꾸고 꿈을 접고 꿈을 간직하는 모든 것은 내가 선택한 삶의 모습이겠지만 꿈은 자꾸만 되돌아보게 한다.
추억을 만들고 용기를 만들고 희망을 만들었던 꿈이 점점 멀어져갈 때면 나는 내 속의 외딴방을 찾는다. 잦은 핑계가 대부분이지만 혼자된 자신을 다독이기에는 조금은 충분한 그곳.
나는 ‘외롭다’는 말을 싫어한다.
그 말은 세상에 나 혼자인 것만 같고 청승맞아 보이고 말 그대로 외롭다. 하지만 나는 조금 비틀어 생각해보기로 했다. 어쩌면 지극한 외로움이 살아갈 용기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
거울을 볼 때마다 ‘차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다른 모습, 양쪽 불균형...
거울 속 모습처럼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차이’가 난다. 다른 생김새처럼 삶을 살아가는 모습 또한 다르다. 동그랗고, 네모난, 세모의 모양. 파랗고 붉은 색. 그들처럼 정해진 모양과 색을 가진 채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미래의 모습이 내 머릿속에 있는 그대로의 색과 모양처럼 만들어졌으면 하고…….
외딴방은 내 자신의 모습과 닮아있다.
한 없이 초라해 보이지만 따뜻함이 있고,
한 없이 낮아 보이지만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책 속 희재언니와 닮아있다.
시간과 비례하는 기억은 희재언니의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지었던 희미한 미소만큼이나 흐릿하게 만들었지만 작은 기억은 결코 지우지도 남겨두지도 못하는 것과 같은 외딴방…….
그녀는 소설 속 나에게 자물쇠를 채우게 하고 스스로 그녀의 공간 외딴방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이 소설은 기억과 추억이다. 기억 속에서 잊혀질 만하면 아련히 떠오르던 그때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소설이 되었다.
외딴방에서 작가가 되겠노라 품었던 꿈은 현실이 되었고 희재 언니의 죽음은 믿고 싶지 않은 한여름 밤의 꿈이었노라 기억하고 싶었지만 현실이 되었다.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이야기는 우리 각자의 외딴방에 아직도 머무르고 있다.
어쩌면 그 곳에 머무르고 있던 기억 마디마디는 성장을 멈추게 하고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은 외딴방에서 죽음을 택했던 희재언니의 목소리로 끝을 맺는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그녀는 소설 속 ‘나’의 기억 속에서 여러 해를 살아왔노라고, 이제는 괜찮다고.......
아픈 기억이라 생각했으나 막상 펼쳐놓고 보니 그 반대의 것들도 충분하다.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내면의 공간. 외딴방.
때론 외롭고 때론 슬프고 때론 두렵고 초초하기도 하겠지만 ‘나쁘지 않은 상태’ 그대로 믿고 스스로를 다독거리며 넘어서야할 문턱이 아닐까.
책장을 덮으며 나 스스로 외딴방의 자물쇠를 채우며 살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