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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긴 만남 - 시인 마종기, 가수 루시드폴이 2년간 주고받은 교감의 기록
마종기.루시드폴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아주 사적인, 긴만남
처음 책과 마주했을 때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었다. 그 이유는 책을 이끌어가는 두 명의 주인공 중 한 명이 평소 좋아하던 가수였기 때문이다. tv에서는 쉽게 볼 수 없어 늘 기사나 음악으로 만나야했던 그가 책을 만들었다니 놀랍기도 했고 다소 황당하기도 했다.
루시드폴, 나는 그의 노래 중 <사람들은 즐겁다>라는 제목의 음악을 가장 즐겨듣는다. 다들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혼자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느낌이 들 때 찾곤하는 그의 노래는 내게 큰 힘을 준다.
일반 가수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과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작은 공간의 적막감 속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내게 루시드폴이란 사람은 음악을 하는 공학도, 잔잔한 목소리를 가진 음악가가 전부였다.
마종기 시인, 나는 사실 그분에 대해 잘 몰랐다. 우연히 루시드폴이 TV에서 그의 시를 좋아하고 음악을 할 때 많은 영감을 얻고 있다는 이야기를 통해 잠시 들은 것이 다였다.
책은 간접적으로나마 내게 그들을 사적으로 대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억지스런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2년 동안 나눈 이메일 편지 속에서 나는 모르고 있던 부분들을 하나씩 알아나갔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 그들의 이야기를 아주 가까이서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2007년 8월, 그들의 만남이 시작된다. 아버지뻘 되는 의사이자 시인인 마종기라는 인물과 공학박사이자 음악을 하는 루시드폴의 만남.
하는 일도 다르고 얼굴을 본 적도 없고 사는 곳도 다른 두 사람이 이메일을 통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이 2년간 나눈 이메일이 담긴 책을 읽다보니 나의 고등학생 시절이 생각난다. 그때 나는 유명한 잡지란의 ‘펜팔’코너를 통해 한창 유행하던 펜팔을 했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편지가 오갔고 몇몇의 친구들과는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편지를 주고받았다.
지금은 다 연락이 끊어졌지만 그 중 한명은 아직도 연락하며 지내는 절친한 사이가 됐다.
처음 펜팔을 시작했을 때에는 어린 마음에 호기심과 재미로 편지를 쓰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가족이야기, 진로문제 등등 그 나이에 고민하던 모든 것들을 손 편지에 정성껏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나는 그들과 친구가 되어갔던 것 같다.
학창시절의 작은 에피소드 같은 펜팔을 통해 나는 편지로, 글을 통해서 친구가 될 수 있고, 서로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내게 책 속 그들의 이야기는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교감이란 단어 앞에서 그들은 36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하는 일의 다름을 극복하고 먼 거리도 극복했다.
내가 그 시절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던 것처럼 루시드폴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마종기 시인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마종기 시인 역시 자신의 인생경험을 빚대어 진심으로 조언을 해준다.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하고 싶은 가슴 속 꿈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해왔던 많은 경험들을 들려주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들이 나눈 수많은 이야기들은 그들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책을 읽는 이들에게도 큰 공감을 건넨다.
책을 읽다보면 책 속 글 들이 두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닌 나와 너의 이야기로 자꾸만 멤돌게 되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하지만 루시드폴과 마종기 시인은 책 속에서 만난 두 사람은 타국에서 지내야 하는 공허함을 안다.
그리고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의사로 살아가면서 마음 속 열정을 담아 시를 쓰는 고독함과 타국의 실험실에서 공학공부를 하면서 음악을 하는 외로움을 안다. 그렇기에 충분히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