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전 - 제3회 이화글빛문학상 수상작
정시은 지음 / 글빛(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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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제일 쩔쩔매곤 했던 과목이 국사였는데 최근 TV속 사극 열풍 때문에 새삼 우리나라 역사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역사라고 거창하게 말하기는 그렇지만 예전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들을 보면 지금과는 전혀다른 여자의 삶이 그 한가운데에 있다.
어쩌면 황당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이해되지 않지만 그럴수록 그 시대를 살았던 여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연화전>이라는 책은 시간을 거슬러 조선으로 향한다.
책 속에서 나는 조선시대에 실제로 존재했던 '연화'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의 삶과 그녀의 이야기와 조우하게 된다.
책 속 주인공인 연화는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결혼식 전 날 죽은 남편과 혼인한 후 10년간 과부로 지낸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사랑에 대한 환상을 그녀만의 이야기로 풀어낸 글을 쓰게 된다.
조선이라는 시대에는 여자라는 존재는 ‘엄마’이자 ‘아내’여야 했다.
남편에게 헌신하는 조신한 아내이자 자식들에게는 강하면서도 현명한 엄마여야 했다. 자신들의 이름은 묻힌 채 여자이기 이전에 한 가정의 소리 없는 구성원으로 살아야 했던 그 시대가 새삼스러웠다.
‘고집스럽고 이기적인 내가 그 시대에 살았더라면...’하는 생각이 스치는 순간이었다.

책 속에서 마주한 여인들은 청운계라는 모임을 통해 정기적으로 만나 각자 쓴 글들을 보면서 이야기 화 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뉴스 속의 이슈들을 이야기하듯 그녀들 또한 자신들의 관심사에 맞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그녀들은 글 속에 불온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민심을 어지럽힌다는 죄목으로 결국 죽음이라는 가혹한 대가를 치러야했다. 지금이라면 일기처럼 누구나 자신의 삶을 기록할 수 있고 이야기 화 할 수 있지만 그때는 대역죄로 치부되어 죽음에 이르러야 했기 때문이다.
‘규제’라는 이름하에, ‘여자’이기 때문에 자유로울 수 없었던 그 시대가 사뭇 원망스러웠다.

최근 ‘엄마’에 관한 책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항상 가까이에서 든든한 울타리로만 생각했던 엄마를 책 속에서 만나보니 새로웠다. 엄마이기 이전에 나와 같이 꿈꾸고 생각하고 사랑하고 상처받고 외롭기도 한 ‘여자’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책을 통해서 만나는 인물들은 다들 새롭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다시 다가오고 멍하니 모호했던 관계들도 나름의 정리구도를 띄게 된다.

<연화전>을 통해 나는 조선시대를 살았던 꿈 많고 열정 가득했던 여인들과 만날 수 있었다. 비록 그녀들의 글은 나라의 명에 의해 흔적 없이 사라졌고 그녀들의 모습 또한 오래전에 살아졌지만 시대에 저항하며 사랑하고 꿈꿨던 그녀들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기억될 것 같다. 문득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내가 행복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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