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좋아하는 음식보다, 엄마가 즐겨보는 티비프로그램 맞추기를 더 쉽게 생각한데는 아침마다 가족이 먹고 난 밥상을 물리지도 않고 티비 앞에 앉아 보던 <아침마당>때문일 것이다. 그 시절의 내가 사십대가 되는 동안 엄마가 애정하는 티비프로그램의 진행자는 몇 번 바뀌었고, 지난해 두달 가량 엄마와 함께 시작하는 아침 속에 책 <엄마의 얼굴>을 쓴 저자가 있었다. 익숙한 얼굴과 목소리의 아나운서가 쓴 책이라고 해서 궁금하기도 하고, 고운 분홍빛 표지에 쓰여진 제목이 왠지 아련했다.책의 제목만 보고선 엄마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책은 사는 일, 살아가는 일, 무수한 경험 속에서의 깨달음이 페이지마다 자리했다. 저자가 어릴 때 엄마가 병으로 곁을 떠났고 엄마의 모습과 목소리는 기억에서 자꾸만 멀어진다. 언제가, 누구나 이별을 겪어야만 하지만 남들보다 조금 이른 이별이었다. 엄마가 자신을 두고 떠나야만 했기에 미안해할까 봐 걱정이라는 문구는 엄마로 사는 내게도, 책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감히 짐작이 가는 저림이 된다.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긍정적인 기운과 대단한 글솜씨에 놀랐다. 수십년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쌓은 노하우는 내면까지 단단하게 만들어놓은 것 같았다.📚128상대의 마음을 짐작하지 마세요상대의 마음이 잘 보이지 않으면내 마음을 먼저 솔직히 말하세요.그러면 상대의 마음도 보입니다.나와 같은 마음. 살면서 만나는 누군가의 마음이 자꾸만 나와 같기를 바랐던 것 같다. 내가 선한 마음으로 건네는 무수한 말과 행동이 상대방과 같은 결일거라 믿었으니 혼자만 상처받는다는 착각 속에 머무르기도 했던 것 같고. 상대의 마음을 짐작하지 않는 일에 익숙해져야한다. 저자의 따뜻하지만 결단있는 문장들이 책 곳곳에 이렇게 담겨있다.📚엄마가 미안해할까 봐 걱정입니다. 엄마가 날 늦게 낳은 걸 미안해할까 봐 걱정입니다. 노산인데도 불구하고 날 이렇게 건강하게 낳으셨는데 말입니다. 엄마가 아프셨던 것을 미안해할까 봐 걱정입니다. 아들 눈치 보느라 맘 편히 눕지도 못하셨던 엄마. 엄마가 일찍 죽어서 미안해할까 봐 걱정입니다. 엄마 없이 마흔다섯 해가 넘어도 엄마와 함께한 13년 덕분에 아직도 이만큼 행복합니다. -본문 중에서-저자는 엄마 덕분에 이렇게 근사한 생각과 기운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했으니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될 것만 같다. 어떻게 나이들어야할까, 어떤 생각을 가진 어른으로 살아야할까 싶은 고민이 드는 지금 좋은 글 가득한 한권의 책이 힘이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