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적인 계절 - 박혜미 에세이 화집
박혜미 지음 / 오후의소묘 / 2025년 1월
평점 :
책을 받아든 순간 몇해 전 어느 드라마에서 자신은 무용한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던 배우의 대사가 떠올랐다. '나도 무용한 것을 좋아하오.' 웃으며 따라해보기도 했었는데, 모든 일에는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따라 결과는 아니지만 내 마음의 층고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기 때문은 아닐까한다.
아름다운 것을 자주 보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한발 더 다가가고자 하는 삶은 좋은 책 한 권을 선물로 주었다.
책 [사적인 계절]은 계절의 변화와 감정의 일렁임을 그려낸 에세이 도서다.
일년 내내 곁에 두고 자주 보면 좋을 것 같아서 달력으로 만들어진 그림을 마음에 담았었는데, 같은 작가의 에세이를 선물로 받아들고 다시금 무용한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어떤 계절을 좋아하냐는 누군가의 지나가는 질문에 나는 머뭇거렸다. 사실 좋지 않은 이유를 생각하기가 바빴던 사계절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두 손 잡고 산책하기 좋은 봄을 꼽았다가, 미세먼지로 외출이 힘든 날이 많아져 비염 때문에 고생해서 다시 취소하기도 하고.
비도 잦고 폭염으로 잠 못 이루다 보면 시원한 바다 생각이 간절했던 여름도 좋음으로부터 멀어졌다.
가을은 왔다갔는지 모르게 지나가서 그저 아쉽기만 했고, 겨울은 눈이 오지 않는 도시에 살다보니 어린시절의 뽀얀 눈 감성이 사라져 좋지 않아졌다.
요즈음의 나는 시간의 변화를 느끼지 못했고, 있는그대로의 계절을 누려보고 바라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지냈다. 다른 의미겠지만 책의 제목처럼 사적인 계절이었다. 내게는 계절이 주는 변화를 느끼고 생각할 여유가 없었고 누릴 준비가 되지 못한 채로 맞는 새로운 계절 역시 감흥이 있을리 만무했을테니.
책을 보는 내내 '겨울은 보내는 마음에서 다시 기다리는 마음으로 시작되고, 나는 그런 겨울의 애쓰는 마음이 좋다.'는 작가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마치 계절의 지나감을 차곡 차곡 쌓아 정리하는 듯했다.
📚P.29
어쩔 수 없는 차선을 선택하면서도 잊지 않고 창틀에 놓인 식물에게 물을 주는 것, 창문을 열어 멀어지는 것들을 살피는 것, 책상 앞에서 고정된 시간을 보내는 것, 매일 걷고 달리는 것, 현재를 미루지 않고 보내는 것, 그렇게 어제 위에 오늘의 발걸음을 포개 걷다 보면 지금의 차선이 최선이 되는 날도 있겠지. 그러니 아직은 모자란 나를 인정하고, 다시 걸어야겠다. 오늘을 그려야겠다. 언젠가의 풍경을 위해서.
내가 보내는 하루, 오늘을 여미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온전한 날들이 계절을 보내는 자세다. 누군가와 함께 추억하는 계절, 그리워하고 곱씹을 수 있는 그리움도 계절을 닮아있다.
페이지마다 꽉꽉 채운 그림, 닿아있는 글들이 잘 어우러진다. 싱그러운 기운으로 채워진 여름같기도 하고 설렘 가득한 봄을 닮았나싶기도 한 책. 무언가 그리워지는 가을이었다가 묵직한 겨울의 어둠같기도 한 책에서 사계절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만났다.
#사적인계절#오후의소묘#박혜미#에세이화집#에세이#책#독서#서평단#리뷰어#책읽는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