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되어 줄게 문학동네 청소년 72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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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82년생 김지영]이 출간 되었을 때 나는, 십 년 넘게 살던 곳에서 낯선 동네로 이사 와 유모차에 둘째를 태우고 동네 곳곳을 밀고 다녔다. 내인생의 책, 나와 맞는 책은 나의 시기와 맞는 책이 아닐까싶은데 그때의 나와 책은 비슷한 시기를 지나고 있었던 것 같다. 몇해가 지나고 돌아보니 육아에 매진하던 나보다 한살 많은 김지영을 읽으며 함께 고군분투 육아의 시간을 견뎠고 이해했고 이해받기를 바랐다.
다시 또 시간이 흘러서 이번에는 사춘기다. 육아는 끝이 없다더니 이제 사춘기가 내발목을 잡고 있다.

신간소식에 관심이 많아서 어디선가 자주 살펴보는 편인데 작가의 인터뷰에 마음이 갔다. 방학을 맞은 사춘기 딸이 하염없이 핸드폰만 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책 한권 분량이 되었단다. 아, 이건 또 내이야기가 되겠구나 싶어서 작가의 이전 책 [82년생 김지영] 만큼 읽고 싶어졌다. 주문하고 다음날 받아 본 청소년 소설 [네가 되어 줄게]은 오후내내 읽다보니 금세 읽을 수 있었다.

사춘기의 시간을 지나고있는 딸(윤슬)과 엄마(수일)의 일주일이 서로 바뀐다. 1993년 중학생인 엄마의 시간 속으로 2023 년 중학생 딸이 들어가게 된다. 엄마는 딸의 몸이 되어 2023년 중학생으로 살고. 글로 쓰고나니 어려운데 요즘 미디어에서 잦은 소재로 삼는 타임슬립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서로가 이해하지 못했던 순간을 내가 아닌 네가 되어 살아보는 시간은 잠시지만 '나는 너를 이해해' 모드를 선물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는 묻지않기로 한다. 소설이니까, 소설이라서 가능한 이야기이므로.

📚p.65
왜 하필 윤슬이가 됐을까. 종종 윤슬이에게 '나도 내가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슬이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고, 말그대로 나에게도 나 같은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엄마의 시선으로 이 책을 읽고 있어서인지 책 속 엄마가 읊조리는 글 앞에서 자주 고개를 흔들었다.
온몸으로 주어진 삶을 살았던 우리 엄마도 대단하지만, 먹고 사는 일에 한 발 비켜서서 아이들만 바라보는 내가 미울 때도 많지만 나에게도 나같은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완벽한 엄마는 아니지만 여전히 살가울 때 보다 무뚝뚝 할 때가 더 많지만 말이다.

📚p.123
나와 열 달 동안 한 몸이던, 그러고도 한참을 내 품 안에 있던 아기는 이미 우리의 세상에서 한 발을 뺐다. 윤슬이는 요즘 나에게서 부쩍부쩍 멀어지고 있다. 내가 모르는 친구, 내 허락을 받지 않은 약속, 내가 사 주지 않은 펜과 머리핀, 화장품, 닫힌 방문 너머에서 들리는 통화 목소리, 나에게는 말하지 않는 고민, 기쁨, 슬픔, 분노 들. 적당히 눈치채기도 하고, 조심스럽게 물어보기도 하고, 모르는 척 넘어가기도 했다.

자주 방문을 닫는 시기, 방금 전까지 학교에서 어쩌고 저쩌고 신나게 이야기하다가 입을 닫고 화를 내는 아이는 종종 내가 낳고 기른 내 아이가 맞나싶게 낯설 때가 많다.
책을 읽으며 내가 모르는 시간을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는 아이의 하루를 충분히, 마음을 다해 응원해야 겠다고 수없이 다짐했다. 아이방 책상 위 널부러져 있는 옷과 교과서를 보고 또 잔소리를 퍼붓고 말았지만.

책을 덮으며 책 속 주인공들처럼, 나도 2010년생 딸과 일주일의 시간을 바꿀 수 있다면 최신유행 노래에 맞춰 완벽하게 안무를 숙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외래어가 난무하는 딸 또래 친구들과의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싶어 웃음이났다. 숙제 안하면 공책 한바닥 빽빽하게 적는 '빽빽이'를
우리딸이 견딜 수 있을까싶어서, 학교까지 걸어가는 십분 남짓이 멀다는 아이에게 산넘고 물건너(?)학교가는 길의 수고스러움은 몸소 겪게하고 싶은데...

건강한 엄마로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을 응원해주고 싶다. 사실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게 너무 많지만 윽박지르지 않겠다고 엄청나게 다짐해야겠다. 그게 잘 안된다. 책을 읽고 바뀌는건 역시나 순간인가 싶다가도 아이들의 엄마로 살 수 있는 삶에 더 충실해보기로 무한 다짐 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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