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향하는 길 - 열두 밤의 책방 여행 걸어간다 살아간다 시리즈 6
김슬기 지음 / 책구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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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15년, 엄마로 산 지 13년, 올해 중학생이 된 큰아이는 이제 엄마의 도움 없이 자신의 일상을 산다.

누나와 여덟 살 터울이 나는 둘째는 여섯 살.

아직은 혼자 할 수 있는 것보다 엄마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 많지만 요즘 부쩍 '혼자 할 수 있어.'라는 말을 자주 내뱉게 되었다.

나는 아직도 육아 중이고, 걱정 가득한 눈과 마음으로 바라보던 큰아이가 어느덧 자라 스스로 일어나 학교 가고 학원 다니고

쉬는 날에는 자기가 정한 규칙대로 보내는 하루가 내심 반갑다가도 건조하게 내뱉는 말에 상처를 받을 때도 있고

둘째 육아를 하면서 종종 우울감이 올라온다.

언제까지 나는 내가 아닌 엄마로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어느 책에서 보니 '엄마의 역할'에는 끝이 없단다)

아이들이 예쁘고 수많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내게 와준 것이 고맙다.

하지만 추워진 날씨 탓에 코가 막히고 기침을 하면서 하룻밤에도 몇 번씩이나 깨서 울 때면 내 삶이 지난하다 싶어 한없이 우울해지기도 하고

결혼한 지 15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집에서 전업주부로 지내는 내 모습이 능력 없는 중년의 여자 같아서 속상할 때가 많다.

모든 것이 아이들 탓인 양 나는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불안함만 가득 안고서.

책 <나로 향하는 길>은 엄마 10년 차에 떠나는 저자의 책방 여행기이다.

평소에 크고 작은 책방 검색을 자주 하는 편이고 궁금하면 찾아가 보기도 했는데 전국에 이렇게 책방이 많았던가 싶을 만큼 책 속에 나온 책방은

하나같이 매력적이었다.

작가가 책방 여행 가는 길에 읽은 책도 궁금해서 따로 메모해 두었다.


집에 가고 싶지 않았다. 열차를 돌려 거꾸로 가야 할 것만 같았다. 휴대전화를 꺼내 다음 여행 날짜를 확인했다.

얼른 또 가고 싶다는 열망만이 솟구쳤다. 혼자 있고 싶지만 정작 혼자일 땐 가족들이 보고 싶고, 가족들과 함께 있고

싶지만 정작 집에 갈 땐 다시 혼자만의 여행을 가고 싶어지는 마음이라니...

혼자만의 첫날밤 가득했던 것은 남편과 아이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이었다. 그 절절한 마음에 내가 계속 혼자 여행을 다닐 수

있을지 마구 걱정을 했다. 하지만 집으로 가는 열차를 타는 것만으로 그 걱정을 말끔히 해결했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면 내가 좋아하는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읽거나 멍을 때리거나 혼자가 되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고 싶다가도 눈앞에서 안 보이면 걱정이 되곤 한다.

별다를 게 없어도 내 손으로 차린 한 끼의 밥과 부쩍 추워진 날씨에 마스크는 제대로 썼을지, 내 눈이 따라가지 않은 곳에서

다치지는 않을지 온갖 세상의 걱정과 고민이 태풍처럼 휘몰아친다.

마음이 편한 것이 좋은지 몸이 편한 것이 나은 것인지 좀처럼 알 수 없다는 듯이.

혼자 있는 시간을 꿈꾸지만 한 달에 한 번 혼자가 되어 떠나는 책방 여행은 외로움을 가져다주었다. 가보지 못한 곳, 누리지 못한 나만을 위한

시간이 부럽고 대리 힐링이 되면서도 홀가분한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외로움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열두 번의 책방 여행을 다니면서 그마저도 익숙해져가는 모습이 좋았다.

나를 위해 내어준 시간, 여행지에서 만난 책을 마주할 때면 나도 거기에 가닿은 것만 같았다. 어떤 기분으로 어떤 마음으로 그 책을 골랐을까

싶었다. 지금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는 시간 역시 내게 오롯이 내어주는 나만의 위로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저자도 차를 타고 가면 빠르게 갈 수 있는 거리를 일부러 걷거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녀왔다. 세상이 정한 기준과 시간을 넘어

자신만의 계획과 방식으로 온전하는 누리는 시간이 보기 좋았고 생활 속 작은 것부터 비교했던 오래전의 나를 떠올렸다.

아이를 키우는 일도 직장을 다니는 일도 모두 남과 비교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아이의 개월 수에는 이렇게 해야 한다, 참고만 해도 좋았을 텐데

어리고 미숙한 엄마였던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남들과 똑같이 하지 못하는 내가 바보 같았고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지금은 나만의 속도대로 사는 것이 꽤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저자처럼 1박2일 책방 여행은 아마 앞으로도 가지 못하겠지만 책 속에서 만난 또 다른 책을 도서관에서 찾아보거나 구입해서

읽어보는 것으로 힐링을 대체할 생각이다.

나를 달래 줄 나만의 방법으로 '나로 향하는 길'을 찾아야겠다.

오늘의 우리는 어제의 우리에서 왔다.

그래서 매번 말하고 다짐했다.

오늘에 집중하는 삶을 살자고.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하루를 보내자고.

나로 향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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