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면 내가 좋아하는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읽거나 멍을 때리거나 혼자가 되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고 싶다가도 눈앞에서 안 보이면 걱정이 되곤 한다.
별다를 게 없어도 내 손으로 차린 한 끼의 밥과 부쩍 추워진 날씨에 마스크는 제대로 썼을지, 내 눈이 따라가지 않은 곳에서
다치지는 않을지 온갖 세상의 걱정과 고민이 태풍처럼 휘몰아친다.
마음이 편한 것이 좋은지 몸이 편한 것이 나은 것인지 좀처럼 알 수 없다는 듯이.
혼자 있는 시간을 꿈꾸지만 한 달에 한 번 혼자가 되어 떠나는 책방 여행은 외로움을 가져다주었다. 가보지 못한 곳, 누리지 못한 나만을 위한
시간이 부럽고 대리 힐링이 되면서도 홀가분한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외로움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열두 번의 책방 여행을 다니면서 그마저도 익숙해져가는 모습이 좋았다.
나를 위해 내어준 시간, 여행지에서 만난 책을 마주할 때면 나도 거기에 가닿은 것만 같았다. 어떤 기분으로 어떤 마음으로 그 책을 골랐을까
싶었다. 지금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는 시간 역시 내게 오롯이 내어주는 나만의 위로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저자도 차를 타고 가면 빠르게 갈 수 있는 거리를 일부러 걷거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녀왔다. 세상이 정한 기준과 시간을 넘어
자신만의 계획과 방식으로 온전하는 누리는 시간이 보기 좋았고 생활 속 작은 것부터 비교했던 오래전의 나를 떠올렸다.
아이를 키우는 일도 직장을 다니는 일도 모두 남과 비교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아이의 개월 수에는 이렇게 해야 한다, 참고만 해도 좋았을 텐데
어리고 미숙한 엄마였던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남들과 똑같이 하지 못하는 내가 바보 같았고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지금은 나만의 속도대로 사는 것이 꽤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저자처럼 1박2일 책방 여행은 아마 앞으로도 가지 못하겠지만 책 속에서 만난 또 다른 책을 도서관에서 찾아보거나 구입해서
읽어보는 것으로 힐링을 대체할 생각이다.
나를 달래 줄 나만의 방법으로 '나로 향하는 길'을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