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와 9그룹 바다 탐험대 저스트YA 6
한요나 지음 / 책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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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맑다.

보랏빛과 푸른빛이 조화롭게 섞인 물에 발을 담근 소녀들의 모습은 모험을 떠올리게도 하고, 지나온 나의 십 대를 스치기도 한다.

벌써 열네 살이 된 큰아이와 함께 읽고 싶어서 청소년문학에 관심을 두었는데 아이는 요즘 책에 심드렁하다.

반복되는 학교생활에 지치고,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에 슬프고, 한창 세심하고 예민한 친구들의 결에 불안해한다.

나는 내 아이가 책 속에서 만나는 또래 친구들과 비슷한 일상, 고민을 나누길 바랐는데 그것도 최근에는 엄마 욕심은 아닐까 싶어 내려두기로 했다.

책은 열아홉의 소녀 버니가 등장하고, 공동체라는 시설에서 살아간다. 버니에게는 시설과 매일 수영 연습을 하는 바다가 세상의 전부였는데 어느 날 마마 지구라는 새로운 곳을 알게 되고 혼란스러워한다.

책 속에서 배경이 된 지구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곳과는 달리, 모든 것이 오염되어 익숙했던 것들이 전부 사라진 상태다. 바닷속은 앞에 뭐가 있는지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짙은 어둠 속이고, 녹조가 심하다. 시설에 사는 아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재능과 닿아있는 분야로 교육을 받고 앞으로 살아갈 날을 준비한다.

열아홉 살이 되면 '보호 종료'가 되어 살던 곳에서 떠나야 하는 아이들.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보육 시설에서도 아이들이 만 18세가 되면 시설을 퇴소해 자립해야 한단다. 알지 못한 곳에서 알지 못한 일들이 얼마나 벌어지고 있는지, 책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보는 것, 내가 듣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지만 아이들이 직접 새로운 곳을 보고 나서 혼란을 느끼고 두렵기도 하고 기대를 품기도 하면서 시간은 흐른다.

P.21

사람들은 절대 남에게 관심이 없다. 사람들이 남에게 관심을 기울일 때는 자신과 비교하기 위해서다. 내가 얼마나 나은지, 얼마나 안 좋은지 확인하기 위해 남이 필요한 거다. 그건 남에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다.

P.69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곳에 대한 기대는 무섭다는 걸 실감했다. 실제로 기대만 하는 게 아니라 걱정도 한다는 걸 애써 부정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언니, 나는 나의 선택을 할게. 그리고 결정하게 되면 언니한테도 알려줄게.

나는 내 답을 바다에서 찾을 거야. -신 언니에게 보낸 메일 중에서-

P.138

자신이 없다.

갑자기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니, 잔인하잖아.

내 분노가 그대로 드러날지 모른다.

십 대에서 이십 대로 넘어가는 문턱에 살고 있는 책 속의 버니가 느끼는 감정은 어쩌면 나도 오래전 느껴보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한없이 기대를 품었다가 다시 실망했다가, 그럼에도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어른이 되는 시간을.

책의 마무리는 시설에서 지내던 아이들이 저마다 고민하고 선택해서 내린 결론이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아이는 선택지 중에서 골라야 하는 결정을 포기하기도 했고, 누군가는 오랜 고민 끝에 선택지 중에 하나를 고르기도 했다.

책 속의 십 대들은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을 보냈다. 책을 곁에 둘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청소년이 된 나의 아이도, 스스로 즐거운 선택지를 받아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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