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개정판
이석원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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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도서제공

지나온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굳이 복습하지 않고

다가올 빛나는 순간들을 애써 점치지 않으며

그저 오늘을 삽니다.

언제 들어도 좋은 말

몇 해 전, 너무 솔직해서 우울했고 슬펐고, 그런데도 웃음이 났던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작가 이석원.

전직은 가수라고 했는데 나는 그를 글로 알게 됐었다. 혼자만의 일기를 기록한 것 같은 솔직한 글, 담담한 표현들이 내 일상에 큰 울림이 되어주었던 기억.

한 줄의 문장이 마음에 오래 남아 책에 밑줄도 그어두고, 노트 한 페이지에 크게 적어두었었는데 그 책이 다시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책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 같은데 가볍지 않고, 담담한 것 같은데도 웃음이 난다. 5년이 지나고 개정판이 출간되어 다시 마주해도 역시 나쁘지 않고 좋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은 세계와 세계가 만나는 일.

그래서 나는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의 세계가 넓길 바란다.

내가 들여다볼 곳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가끔은 세계가 전혀 없는 사람도 있더라.

그러니 상대의 관점에서 내가 품은 세계는

면적이 얼마나 되는지도 한 번쯤 생각을 해 봐야 한다.

오래전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남자의 연애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에세이인가 생각했었다.

‘로맨스 에세이’를 읊조리면서 옅은 미소가 지어졌었는데 책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 평범한 사람들의 하루를 담기도 했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 했었다.

이제는 아줌마의 삶을 살면서 남편이 아닌 다른 상대와 사랑에 빠질 확률이 0이어야만 하는 내게 저 글귀가 새롭게 다가왔다.

단순히 사랑을 나눌 남녀관계에서뿐만 아니라, 내가 무언가를 배우고 생활을 해나가면서 만나고, 만나게 될 사람들 모두와의 관계에서 적용되는 것 같았다.

내가 품은 세계가 좁지는 않은지,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나는 어떤 사람으로 나이 들어가야 하는지.

내게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혼자서 조용히 자신만의 화단을 가꾸는 일.

천천히 가는 것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나보다 빨리 달리는 사람들이 앞서 간다고도 생각지 않구요.

오늘도 감사히 보내시길.

시간이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흔한 선물은 아닙니다.

요즘 나는 ‘내가 나이가 들었구나’라고 많은 부분에서 느낀다. 특히나 저런 글귀를 보면 나도 모르게 머리를 아래위로 격하게 흔들게 된다.

예전 같았으면 인생에 아주 긍정적인 사람이 쓴 좋은 글귀로만 여겼을 텐데, 이제는 저 말의 뜻을 알 것 같다.

삶을 살면서 자기 뜻대로 원하는 것을 이루었을 때 얻는 쾌감도 물론 좋겠지만, 남들보다 더디고 어설퍼도 나는 나대로 괜찮다는 것을 안다.

한창 육아에 매진할 때, 남들은 예쁘게 자신을 가꾸고 뭔가 열심히 배우며 하루에 충실한데 나는 늘어진 옷에, 매일 반복되는 지난한 하루가 화가 나서 못 견디겠던 날이 있었다.

내가 자꾸만 작아지던 날들이.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 나는 괜찮다. 살다 보니 체념해야 하는 부분은 받아들이게 됐고, 아직도 놓지 못하는 것들은 마음에 담고 산다. 남들 눈을 아예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덜 의식하는 방법을 나름 터득했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찾아내려고 애쓰고 지낸다.

오늘은 이 책을 읽으면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어서 좋았고,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오늘의 안녕’이 아닐까 혼자만의 정의도 내려보았다.

그저 오늘을 산다는 문장이 자꾸만 마음에 남는 것은 누구에게나 벗어나고픈 아픈 상황들이 반복됨에도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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