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나 집이나 한가지로'란 소제목을 보며 깊게 공감했다.
익숙해서 그런가보다 했던 날들이 나이가 들면서 종종 그리워진다.
삶에 활기가 넘쳤던 젊은 엄마와 아빠가 그렇고, 아빠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잡아온 생선으로 차려낸
소박한 밥상이 그랬다. 내 아이들만큼 해사하게 웃을 수 있었던 어린 나와 내 동생이 그렇고.
책을 읽으면서 섬에 있는 우리 집이 자꾸만 떠올랐다.
이제는 몸의 여기저기가 아파 병원진료때문에 섬에서 육지로 나올 수 밖에 없는 부모님은 1년에 몇 번씩
자식들의 집으로 오신다. 나와 동생은 자연스럽게 섬에 있는 우리 집을 찾는 횟수가 줄게 되고, 특히 나는
몇 년 동안 가보질 못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도시생활이 며칠간의 우리 집 생활을 불편하게 여기게 되었다.
우리 집에서 내 방이 처음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행복해하던 어린 아이는 이제, 방이 작고 불편하다는 생각을 가진
어른이 되었다. 부모님이 건강때문에 섬 생활을 정리하고 나오시게 되면 사라지게 될지도 모르는 우리 집을
생각하니 갑자기 너무 외로워졌다. 비가 새고, 방이 몇개 되지 않았던, 작고 불편했던 우리 집을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어렸던 내가 통째로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섬의 창고 지붕 위에 올라가 아무렇게나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아빠가 탄 배를 찾던 시간이, 활어회를 파느라
집에 오지 못한 부모님을 기다리던 어두운 밤이.
어떤 형태로든 집은 여전히 각자에게 남아있다. 춥고 더웠던, 작고 초라했던 우리 집에서 함께 한 시간이
그리워진다. 지긋지긋하고 벗어나고 싶었던 날들이, 지금의 내가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해준 것이라
믿는다.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해주지 않았나 하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