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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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 작가의 새로운 책이 출간됐다.

예전에 방송에서 열심히 청소하던 모습이 인상깊었던, 말 잘하고 담백하지만 날카로운 글을 쓰는 허지웅.

그가 갑작스레 암 투병소식을 전하며 기억에서 차츰 잊혀져 갔는데 얼마 전에 방송에서 완쾌소식으로 마주하니

오래 전 연락이 끊긴 친구를 만난 듯한 마음에 반가웠다.

그가 의미심장한 제목의 책 '살고 싶다는 농담'으로 다시금 글을 쓰고 방송을 하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우리의 삶은 남들만큼 비범하고, 남들의 삶은 우리만큼 초라한다.

한 줄에 담긴 삶의 메세지는 죽음의 문턱까지 가 본 저자의 진심이자, 사실이다.

나도 엄마로, 아줌마로, 아내로 10년을 넘게 살았고 40대를 바라보니 주변에서 아픈 사람들의 소식이 많이 들린다.

아이 친구의 엄마로 건너건너 알게 된 사람의 갑작스런 투병소식과 남편의 회사 지인들, 양가 어른들 지인 분들의 암 진단 이야기까지.

누군가는 완쾌가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지지만 끝내 안 좋은 소식을 듣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우리가족이,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먼저 앞서게 되고 안타깝고 서러운 그들의 삶을 되새겨 보게 된다.

흔히들 건강이 최고라고 말하지만 막상 산다는 게 건강만 앞세우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사랑하는 아이를

내 손으로 돌 볼 수도 없고, 많은 돈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죽음의 문턱과 싸워야 하는데 말이다.

남들보다 초라해보이는 내 하루, 나보다 훨씬 좋아보이는 남들의 삶도 결국에는 거기서 거기일텐데, 자각하기란 역시 쉽지가 않다.

결론에 사로잡혀 있으면 정말 중요한 것들이 사소해진다.

결론에 매달려 있으면 속과 결이 복잡한 현실을 억지로 단순하게

조작해서 자기 결론에 끼워 맞추게 된다.

세상은 원래 이러저러하다는 거창한 결론에 심취하면 전혀 그와

관계없는 상황들을 마음대로 조각내어 이러저러한 결론에 오려 붙인 뒤,

보아라 세상은 이렇게 이러저러하다는 선언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은 정작 소중한 것들을 하찮게 보게 만든다.

이와 같은 생각은 삶을 망친다.

살고 싶다는 농담 p.23

나도 결론에만 사로잡히지 말고 결심을 하는 하루를 보내야겠다 싶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경제활동을 하고 싶어했던 전업맘이었지만 책을 읽을 수 있는 약간의 여유에 대한 고마움은 잊고 지냈다.

아이들이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 하찮게 느끼기도 했고,

스스로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몰아부치기도 했었다.

하지만 다 부질없다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고 직시했다.

당분간은 나는 많은 결심을 하면서 결론내지 않고 천천히 고민해 볼 생각이다.

시간이 많이 지난 후 제일 그리워 할 순간은 바로 지금,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을 사는 것이 가장 의미있는 인생같다.

자기 삶이 애틋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자신이 오해받는다고 생각한다. 사실이다.

누군가에 관한 평가는 정확한 기준과 기록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평가하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결정된다. 맞다. 정말 불공평하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이와 같은 현실을 두고 누군가는 자신을 향한 평가로부터 스스로를 분리시킨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죽을힘을 다해 그걸 해낸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한다. 반면 누군가는 끝내 평가로부터 헤어나지 못하고 자신과 주변을 파괴한다.

살고 싶다는 농담 p.141

어디선가 읽었던 책의 내용 중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슬픔과 고통과 고민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단다.

내가 처한 현실, 문제가 다른 사람들의 상황보다 훨씬 심각하고 위태롭게 받아들인다고.

위의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하는'사람들은 현실 앞에서 중심을 잘 잡을 수 있다고 받아들였다.

타인의 시선보다 내가 나를 제대로 바라 볼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내공을 기를 수 있어야 한다고도.

언젠가 모두에게 다가 올 '죽음'이라는 문턱 앞에 마주섰을 저자의 심정이 상상조차 되지 않지만 적어도 한가지는 알 것 같았다.

내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그러므로 간절히 바라오니 피해 의식과 결별하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기로 결심하라는 것.

무엇보다 등 떠밀려 아무런 선택권이 없었다는 듯이 살아가는 게 아닌 자기 의지에 따라

살기로 결정하고 당장 지금 이 순간부터 자신의 시간을 살아내라는 것.

오직 그것만이 우리 삶에 균형과 평온을 가져올 것이다.

살고 싶다는 농담 p.274

저자는 스스로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앞으로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마음으로 살아갈 생각이라고.

'이 순간부터 자신의 시간을 살아내라는 것'이란 짧은 글에 담겨져 있는 메세지가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면 좋겠다.

나도 자기 주문처럼, 어떤 방식으로든 내 인생은 스스로 나아가야 하고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지 말라고 오늘도 나를

위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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