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의 오묘한 심리학 -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김소희 지음 / 센세이션 / 2020년 5월
평점 :
끝이 보이지 않던 육아가 조금은 느슨해진 느낌을 받았던 결혼 10년 차, 큰 아이가 9살이 되던 해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 다시 시작된 작은 아이를 키우는 일은, 단순히 잠을 푹 잘 수 없는 것을 넘어서 내가 사라지는 것만 같은 불안한 기운이 잦아들기도 했다.
저자는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세 아이의 엄마다. 나는 전업주부라 직업이 있는 저자와는 막연히 다른 점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이를 키우는 방식이나 대하는 자세는 다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아이를 키우며 불현듯 찾아오는 공허함은 엄마로 오늘을 사는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이었다.
결혼을 해서 행복하든 행복하지 않든,
이혼을 했든, 영원히 결혼하지 않든
그런 배경의 이름표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내가 행복해야 누구와 함께해도 행복할 수 없다.
오직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때 남도 사랑할 수 있다.
내가 나를 다독여주고 사랑해 주는 일, 사실 쉽지 않다.
엄마가 되기 전의 나도 그랬고, 엄마가 되어서도 그런 것 같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이 뭔지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갖지 못했던 것도 큰 것 같다.
경쟁하며 보낸 10대, 득과 실을 따져가며 입사해 직장 생활을 해야 했던 20대, 엄마로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30대에도 나는 여전히 내가 잘할 수 있는 일과 행복해질 수 있는 일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아이에게 공부만 강요하는 엄마로 살지 않겠다는 다짐, 내 아이만큼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적어도 그것 하나쯤은 마음에 담을 수 있기를 바랐는데 나도 현실이라는 핑계 앞에서 무너지고 만다. 소리 지르지 않고 친구같이 다정한 엄마는 책이나 드라마, 영화 같은 곳에서만 존재하는 비현실적인 것만 같이 느껴지고.
저자는 내 아이는 나처럼 다 늦게 꿈을 찾는다며 힘들어하지 않게 품 안에 있을 때 단단해지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길 원한다고 했다. 두렵지만 스스로 세상 밖으로 나가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뒤에서 응원할 수 있는 든든한 엄마가 되고 싶다.
우리는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며 살아가기도 바쁘다.
내가 아닌 사람이 나를 대신해 살아줄 수 없듯이
자기 자신조차도 정의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미로 같은 속마음을
꿰뚫어 보고 대신 어루만져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 감정은 오로지 내가 책임져야 한다.
그것이 행복이든 불행이든! p.177
어떤 이유 때문인지 몸도 마음도 유난히 지치는 날들이 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평소와 같이 행동했을 뿐인데 내 목소리가 격해질 때가 있다. 내 마음은 내 것, 기복이 심한 내 감정도 스스로 다독여야 하는데 아이들에게 화를 표출할 때가 많았다. 뒤돌아서서 반성해보기도 하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짧은 책 속 구절을 읽다가 마지막 문장에서 멈칫했다. '내 감정은 오로지 내가 책임져야 한다.'라는 부분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 울고 웃으며 자신의 감정을 순간순간 보여주고 풀기도 하는데 나는 아이들보다 못한 것만 같았다. 엄마도 공부가 필요하다 싶었다. 내 마음을 천천히 살펴보는 여유와 탐구의 시간에 대한 공부 말이다.
자신을 위해 옷을 고르고, 책을 구입하고, 커피를 사서 마시면서 스스로를 다독이는 일.
아이들이 아닌 나만을 위해 구입하는 모든 것들과 나만의 시간은 '엄마'라는 이름표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만 생각하고 살았다. 그러는 동안 내가 상하고 외로워지는 것도 모르고.
저자는 드라마 작가라는 꿈에 도전하고 있다고 한다. 지치지 말고 상하지 말고 꿈에 한 발씩 다가설 수 있기를 엄마라는 이름으로 진심으로 응원한다. 나 또한 마음에 담아둔 나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일기를 써 볼 참이다.
별 볼일 없는 내 하루가 훗날 허송세월이었다 한들, 후회하지 않기 위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