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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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10년전 나의 겨울을 따뜻하고 또 먹먹하게 만들어줬던 책으로 기억된다. 오래되어 책 속 이야기가 기억에서 사라져 다시 읽었다.

다시 시작된 육아로 책을 읽어도 짧은 글로 나눠진 에세이나 시집만 종종 보게 됐었는데 오랜만에 소설책을 마주하니 너무 좋았다. 앞의 이야기를 애써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뒷 이야기와 조합해보기도 하고 더 앞의 단락을 찾아서 보기도 하고, 아이들이 모두 잠든 밤 끝까지 읽으려고 감기는 눈꺼풀을 붙잡아보기도 하고.

책 속에는 크게 여섯명의 인물들이 나온다. 정윤, 단이, 명서, 미루, 미래, 윤교수

정윤과 단이는 고향친구이고 명서와 미루도 오랜 벗이다. 미래는 미루의 언니, 윤교수는 정윤과 명서의 미래같은 사람이자 스승이다. 소설은 어느 시대를 딱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짐작이 가는 날들이 이어진다. 그 사이에 명서와 정윤이라는 두 청춘의 남녀가 있고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와 맞물려 전개된다. 명서의 친구 미루와 정윤이 친구가 되고, 가까워지지만 미래의 죽음으로 두 청춘은 이별을 하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나 병상에 있는 스승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기 전까지. 정윤도 고향친구인 단이를 군대에서 총기오발사고로 잃게 된다. 나도 그즈음 내게 사랑하는 사람과 이어준 고마운 사람을 잃게 되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지라 그들의 마음에 깊은 공감과 슬픔을 감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이 어떻게 됐을지 궁금했고 읽기 두려워했던 것도 같다.

소설을 읽으면서 '오늘을 잊지말자'와 내'가 그쪽으로 갈께'라는 두 문장때문에 오래 먹먹했다.

이 소설에서 어쩌든 슬픔을 딛고 사랑 가까이 가보려고 하는 사람의 마음이 읽히기를, 비관보다는 낙관 쪽에 한쪽 손가락이 가 닿게 되기를, 그리하여 이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언젠가'라는 말에 실려 있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꿈이 읽는 당신의 마음 속에 새벽빛으로 번지기를... [작가의 말 중에서]

인상 깊게 읽은 작가의 말이라, 신경숙작가님의 책을 읽게 된 이후로 책을 받아보면 늘 작가의 말에 어떤 글이 담겨있을지 살피게 됐다. 왜 그렇게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책과 마주하는 내게는 '작가의 말'이 의미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책의 마지막에 '언젠가'를 상상하면서 해피엔딩이라고 혼자 읊조렸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다시 마주하니 또 다른 느낌이었지만 여전히 좋았다.

같은 책을 책 속 주인공과 비슷한 나이에도 읽어보았고 책 속에서 처럼 8년의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그들과 비슷한 나이에 또 마주하니 또 다른 부분이 보이기도 했다.

10년의 시간이 또 흐른뒤에 마주하면 어떤 마음일지 모르겠다. 오래오래 국문으로 쓰여진 대표 청춘소설로 읽히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람처럼 그렇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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