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러시아를 여행한 적은 없다. 고작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정도 알고 나머지 도시들에 대해선 무지한 상태다. 하지만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타고 여행하는 프로그램 '시베리아 선발대'를 보고 꼭 한 번은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타고 러시아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싶어졌다. <줌 인 러시아>는 세계 최장 시베리아횡단철도노선의 간선에 위치한 87개 도시중 러시아의 극동지역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서 상테페테르부르크까지 17개 도시들의 역사와 문화등 인문지리학적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2020년은 한국과 러시아 수교30주년의 해이다. 아직 낯선 러시아의 주요 도시들의 흥미롭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줌인하여 보므로써 앞으로 러시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것 같다. 적어도 생소한 러시아 도시들이 약간은 친근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우리와 친근하다. 역사책에서도 많이 봤던 세계적인 자유무역항이자 동북아시아의 물류 허브였던 이 블라디보스토크는 영화에서 많이 봤던 율 브리너의 생가 박물관도 볼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광해군 때 기록을 보면 아무르강(헤이룽강)이 청나라와 경계였다는 언급이 있고 구한말 안중근, 이상설, 최재형등의 독립운동가와 조선족 유민이 헤이룽강 이남 지역에서 활약했던 점을 살펴보면 아무르강 유역은 러시아의 땅으로만 보지않아야 되지않을까? 러시아 루블화 지폐에는 러시아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도시가 그 도시를 대표하는 위인과 함께 담겨있는데 러시아 최고액권인 5000루블화에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가 아닌 인구 61만여 명의 작은 도시 하바롭스크와 러시아 동시베리아 주지사 무라비요프-아무르스키 동상이 담겨있다. 이 동상이 서 있는 공원에서 보면 아무르강 맞은편으로 중국 땅이 보이는데 이는 19세기 말 러시아제국의 중국 정복에 관한 꿈이 담겨있고 하바롭스크는 이 꿈의 최전방 기지였다. 이렇듯 한낱 도시를 여행하면서 역사의 치열함을 배울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줌인러시아>는 인문학적 소양을 쌓기에도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