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록 - 최신 언어로 읽기 쉽게 번역한 뉴에디트 완역판, 책 읽어드립니다
혜경궁 홍씨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중록>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궁중비사













한중록은 1795년(정조 19년) 혜경궁 홍씨가 회갑을 맞아 지은 회고록으로 조카 홍수영의 소청으로 쓰기 시작하였다. 회갑을 맞은 혜경궁 홍씨는 임오년에 돌아가신 사도세자를 추모하는 아픔이 더 크고, 또 세월이 지나면 정신이 쇠약해 질 것 같아 자신이 느낀 바와 겪은 일들을 생각나는 대로 기록했다고 한다. 첫 번째 글은 혜경궁의 탄생 과정부터, 친정에서 성장하고 궁으로 들어오던 일을 자세하게 적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회고록으로 궁중 풍속과 왕비 간택의 과정도 구체적이다. 이후의 글들은 아들 정조가 승하한 직후부터 집필한 것으로, 혜경궁은 자신과 친정을 변호하기 위해, 어린 왕 순조에게 보이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집필하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중록은 혜경궁 홍씨의 입장에서 바라본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다분히 주관적이지만 남편의 죽음을 아들(정조)를 지킨다는 일념하에 아무런 힘없이 지켜봐야했던 심정은 참으로 가슴아프다. 경모궁(사도세자)는 영조 11년, 을묘년 정월에 태어났다. 태어났을 때부터 기질과 용모가 뛰어나고 특이하였다. 넉 달 만에 걷고 여섯 달 만에 영묘의 부름에 대답하고, 일곱 달 만에 동서남북을 가리켰으며, 두 살에 글자를 배워 60여 자를 쓰고  세 살에 사치의 뜻을 알고 비단의복을 입지않으려 했다. 어려서 영특했던 사도세자가 왜 몹쓸병에 걸려 미치광이가 되었을까? 혜경궁은 이리 말한다. 경모궁(사도세자)께서는 체구가 커서 웅장하시고 천성이 효성스러우며 우애가 있고 총명하시니, 만일 부모님 곁을 떠나지 않게 하여 모든 일을 자애와 가르치심으로 병행하였더라면, 너그럽고 어진 도량과 재능의 성취가 참으로 놀라웠을 것이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되지 못하고 일찍이 멀리 떠나 계신 것이 작은 일이 크게 되어, 마침내 말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것은 천운의 불행함과 국운의 망극함이며, 사람의 힘으로는 도무지 어쩔 수 없으려니와 나의 원통함은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어린 사도세자를 사랑했던 것 같은 영조가 왜 이리 사도세자를 돌보지않았나? 아버지의 뜻을 받들지 못 하면 내칠 것이 아니라 보듬어주어야 할텐데. 영조는 백성을 위하는 군주였을 지 몰라도 아비로서 낙제자다. 책 곳곳에 사도세자의 병이 영조로부터 발현되었을 것이란 말을 하고 있다. 당시 정치적으로 노론과 소론이 대립하고 영조와 사도세자의 갈등등이 얽혀  결국1762년 임오년 사도세자는 뒤주에 갇혀 죽게된다. 이날도 영조는 어제와 같은 일상을 보냈다고하니 참으로 비정하다. 한중록에는 임오화변에 관한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지만 혜경궁의 친정을 옹호하는 입장도 다분히 있다.









임오화변으로 사도세자는 폐위되고 어린 정조가 세손이 된다. 정조의 효심도 대단하여 원통한 아버지의 죽음이 외가이자 당시 정치적으로 노론이었던 풍산홍씨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여겼다. 정조 즉위와 함께 노론의 위세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혜경궁 홍씨의 숙부인 홍인한이 처형되고 아버지 홍봉환까지 처벌을 받게 된다. 이에 혜경궁 홍씨는 몰락한 친정 집안을 일으켜 줄 것을 탄원하였고, 정조가 이를 약속했다고 언급하며 임오화변은 자신의 친정집과 무관하게 일어난 사건이라고 주장한다. 어찌보면 혜경궁 홍씨의 삶도 기구하다. 전대미문의 사건 임오화변으로 지아비를 잃는데 다른 사람도 아닌 시아버지로부터 참변을 당한 것이었고, 친정집이 몰락하는데 아들 정조가 숙청을 단행하니 여자의 일생으로 보면 안타깝다. 모든 것을 보고 죽을 수도 없는 원통함과 답답함을 견뎌내야하는 인고의 세월이 고스란히 전해져 마음 아프다. 이 책을 읽으며 무엇이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아버지 영조는 왜 아들을 그토록 미워했는지, 생모와 부인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사도세자를 그리워하며 존중하는 정조의 효심, 권력의 암투가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파멸시키는지에 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