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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은 내맘대로 - 울다 지친 당신을 위한 공감과 위로
김선아 지음 / 모아북스 / 2020년 2월
평점 :
한번쯤은 내맘대로
울다 지친 당신을 위한 공감과 위로 / 김선아 작가의 두 번째 내면 스케치!

【한번쯤은 내맘대로】는 김선아 작가가 쓴 연극 대본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에세이이다. 어느 병원 재활병동에 입원한 다섯 명의 여자들의 가슴 아픈 속이야기. 다리가 부러진 사람, 허리 디스크 환자, 부상을 입은 사람, 다친 곳도, 다친 이유도, 살아온 환경도, 나이도 성격도 다 제각각인 다섯 명의 여자들이 한 병실에서 만나 몇 일 함께 지내면서 말다툼도 하고, 밥도 같이 먹고, 서로 위로도 해주고, 마음이 상해서 모진 소리도 하고, 싸우기도 한다. 이렇게 시끌시끌 바람 잘 날 없는 병실 동기로 몸의 아픔보다 마음의 상처를 서로 치료해 주는 위안처가 된다. 몸이 아플 땐 같은 아픔을 가진 이들이 누구보다도 위로가 된다. 가끔 찾아오는 가족보다 서로의 처지를 잘 이해하기때문에. 다섯의 아픈 사연과 비밀을 다섯 명의 여자를 통해 얘기한다. 그 여자이야기는 나일 수도 있고, 당신일 수도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올가미'에 나오는 박은영.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잊은 채 누구의 남편, 누구의 엄마로 살아오면서 행복했을터, 하지만 내 편인 줄 알았던 남편은 정말 남의 편이었고, 오직 자신의 희망이었던 아들을 먼저 보내고 나서야 박은영이라는 여자의 삶을 오롯이 살아가려 한다. 아마 많은 한국의 엄마들의 모습이 아닐까? 자식을 좋은 대학 보내고 좋은 직장을 다니면 엄마 노릇 잘 한 것 같은 사회적 통념에 그렇게 엄마들은 아이들을 입시 지옥으로 내모는게 아닐까? "좀 더 조금만 더 하면 돼"이런 말들이 아이들의 숨통을 옥죌 수도 있다는 걸 잘 알지만 현실의 벽 앞에 의연해지지않는다. 많은 엄마 박은영들이 여자 박은영으로 살아갈 수 있길 바래본다.
60대 옥자씨. 가난한 신혼시절을 악착같이 살아온 어머니. 힘겹게 가정을 일으키며 살아왔건만 남편의 외도를 안 순간 남편에게 퍼부은 악다구니. 그 때문은 아니겠지만 그날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고 더 힘든 나날을 보낸다. 남편의 외도를 눈감아 줬다면 사고는 일어나지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하지만 씩씩하게 살아간다. 누구나 선택의 기로에 선다. 지금 한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는 세월이 흐른 뒤에 알 수 있다. 아무도 가지않은 길을 가려면 막막하고 두렵다. 내가 선택하지않은 길도 마찬가지. 돌이켜보면 다른 선택을 했어야했나하고 생각되지만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다른 길을 선택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 한 선택을 나중에 한다고 해도 아쉬움은 남는다. 툴툴털어내고 지금을 살아가는 옥자씨가 더 멋있다.
누가 봐도 똑부러지고 도도한 도희씨. 그런 도희씨는 아무런 걱정이나 비밀없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것 같지만 사실은 남편의 무능함과 의처증에 지쳐있을 때 우연히 대학 동창 남사친을 만나 바람을 피운다. 도희는 사람은 사랑을 해야 건강하게 오래 살고 적당한 배설은 남자나 여자나 필요하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쫒기면서 인생을 심각하게 사는 거나 마음 편히 여류롭게 사는 거나 별 차이 없다고 한다. 어쩌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 몰라도 도희씨의 이런 생각들이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크리스탈처럼 빛나고 싶은 수정씨 이야기. 남편과 이혼하며 딸을 남편에게 맡기고 너무나 열심히 돈을 벌어 딸과 살려고 했지만 이미 딸은 이 세상에 없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희망, 그렇게 악착같이 돈을 벌어도 나눌 사람이 없는 외로움. 그래서 어린 진아씨를 감싸안았나보다. 자신이 가진 것을 몽땅 일면식도 없던 진아씨에게 넘겨주고 딸에게 간 수정씨. 병실에서 만나 또 다른 인연이 되어 서로에게 힘을 줬으리라.

다섯 명의 여자들의 인생을 보며 '한번쯤은 내맘대로', '하고싶은 것 마음껏'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딸로 해야 하는 일이 너무나 많은 여자들. 오롯이 나만을 위해 내맘대로 하고싶은 걸 하는 시간을 가져야 숨통이 튀고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20대의 싱그러움을 잃지않으려 내가 노력해야 한다. 나로 살아가는 용기있는 엄마들을 응원한다. 2020년 연극 공연으로 나올 《한번쯤은 내맘대로》도 기대된다. 다섯명이 말하는 삶의 이야기에 가슴열고 귀기울여 보자.